천로역정 2부 5 - John Bunyan
꿈으로 비유하여 -
친애하는 독자 여러분,
얼마 전에 나는 크리스찬이라는 순례자가 하늘나라를 향해 가는
위험한 여행에 대해 내가 꾼 꿈 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
그것이 내게는 즐거움이었고 여러분에게는 유익함을 주었을 것으로 알고 있다.
그때 나는 크리스찬의 아내와 아이들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
그것은 그들이 왜 그와 함께 순례의 길에 오르려 하지 않았는가 하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크리스찬은 어쩔 수 없이 그들을 남겨둔 채
혼자 떠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는 멸망의 도시에 그대로 머물러 있다가 반드시 당하게 될
그 징벌이 두려워 참고 견딜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므로 내가 전에 여러분에게 이야기했던 대로
그는 혼자 그들 곁을 떠났던 것이다.
그 후 나는 여러 가지 잡다한 일들로 시달리다 보니
내가 늘 산책하던 장소, 즉 방황하던 크리스찬이
처음 여행을 떠나는 것을 내가 지켜보았던 그곳에
다시 가볼 기회가 좀처럼 생기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까지 그가 남겨두고 간 가족들의 뒷이야기를 조사하여
여러분에게 알려줄 기회를 갖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에 그쪽으로 가볼 일이 생겨서
나는 다시 그곳으로 내려가 보게 되었다.
그때 나는 그곳에서 1마일쯤 떨어진 숲속에 있는 여관에서 여장을 풀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다시 꿈을 꾸게 되었다.
꿈속에서 한 나이 많은 신사가 내가 누워 있는 곳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 신사는 내가 가려는 같은 방향으로 얼마간 간다기에
나는 일어나서 그와 함께 가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함께 걸어가게 되었는데,
여행자들이 흔히 그렇듯이 우리는 쉽게 대화를 나누면서 걷게 되었다.
그런데 우연히도 대화내용이 크리스찬과
그의 여행에 관한 것으로 진전되었다.
내가 먼저 그 노인에게 말을 걸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이렇게 말했다.
"노인 양반, 우리가 가는 길 왼쪽 저 아래에 있는 마을이 무슨 마을입니까?"
그때 '총명함'씨가 대답했는데,
'총명함'은 그 노인네의 이름이었다.
"멸망의 도시라고 매우 유명한 곳이오.
그러나 주민들 대부분이 심술궂거나 게으르다오."
그 말을 받아 내가 말했다.
"아, 내가 생각했던 바로 그 도시군요.
저도 언젠가 한 번 가본 적이 있는데
과연 지금 말씀하신 그대로였습니다."
총명함 : 숨길 수 없는 사실이지.
나도 실은 그곳에 살고 있는 자들에 대해
좀 더 좋게 이야기하고 싶지만 사실이 그러니 어쩔 수가 없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