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로역정 63 - John Bunyan
크리스찬이 자기 동료에게 말을 건넸다.
크리스찬 : 이봐요, 나의 훌륭한 희망이여.
이제 다시 우리들 이야기로 돌아가야 할 것 같군요.
그리하여 그 둘이 한 발짝 앞서서 걸어가고
그 뒤를 무지가 조금 떨어져서 따라가고 있는 것을 나는 꿈속에서 보았다.
다시 크리스찬이 동료에게 말했다.
"저 아이가 가엾고 불쌍하군. 틀림없이 잘못되고 말거야."
희망 : 안됐어요. 우리 마을에도 그런 사람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온 가족, 아니 온 거리에 심지어 순례자들 가운데에도
그런 사람들이 가득 차 있었답니다.
우리 고향에도 그런 자가 많은데 하물며 그가 태어난 곳은 얼마나 많겠습니까?
크리스찬 : 참으로 '주께서 그들의 눈을 멀게 하신 것은
그들이 알아보지 못하게 하려 함이다.'라는 말씀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끼리 이야기지만, 그런 자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들에게도 자기가 지은 죄에 대한 깨달음이 주어지고,
따라서 자기들의 지금 상황이 위험하다는 것을 두려워할
그런 시간이 있을까요?
어떻게 생각하시오?
희망 : 글쎄요. 당신이 연장자시니 먼저 말씀해 보시지요.
크리스찬 : 그럼, 내가 말해 보지요.
내 생각에는 그들도 가끔 죄를 깨닫고
벌 받을 것을 두려워하는 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원래 무지하게 태어났으므로 그런 깨달음이
자기들에게 유익하리라는 걸 이해하지 못하지요.
그러므로 그들은 그런 생각들을 결사적으로 누르면서
자기들 마음대로 스스로를 기만하는 것입니다.
희망 : 나도 그 말에 동감입니다.
두려움은 인간을 선하게 만들고 순례의 길을 떠날 때
처음부터 올바른 자리에 서게 만들지요.
크리스찬 : 그 두려움이 올바르기만 하다면 틀림없이 그렇지요.
그래서 하나님의 말씀에도
'여호와를 두려워하는 것이 지혜의 시작이니라.'라고 기록돼 있는 게 아니오?
희망 : 올바른 두려움이란 무엇을 뜻합니까?
크리스찬 : 참된 두려움, 즉 올바른 두려움은 세 가지 점에서 발견되지요.
첫째, 죄로부터 구원을 받고자 하는 마음에서 두려움이 생겨난다.
둘째, 두려움은 인간의 영혼으로 하여금 구원받기 위해
그리스도를 철저히 붙들게 한다.
셋째, 두려움은 인간의 영혼 속에 하나님에 대한 외경심,
그의 말씀과 그의 방식에 대한 외경심이 끊임없이 생겨나게 해준다.
그리하여 인간의 영혼을 부드럽게 해주며,
왼쪽으로든 오른쪽으로든 딴 데로 눈을 돌리지 못하게 해준다.
또한 두려움은 하나님을 모욕하고, 평화를 깨뜨리며, 성령을 슬프게 하며,
원수로 하여금 하나님을 비방케 허용하는 일을 두려워하게 만든다.
희망 : 잘 말씀하셨어요.
지금 말씀하신 것이 모두 사실이라고 나는 믿습니다.
이제 마법에 걸린 지역을 거의 다 지난 게 아닐까요?
크리스찬 : 글쎄요. 왜 이런 대화에 싫증이 났습니까?
희망 : 아닙니다. 절대로 그게 아닙니다.
다만 우리가 지금 어디쯤 와 있는지 알고 싶을 뿐입니다.
크리스찬 : 앞으로 가야 할 길이 2마일도 채 안 될 것 같습니다.
다시 이야기를 계속합시다.
그런데 무지한 자들은 죄의식이 자신에게 유익한 것인 줄도 모르고
죄를 깨달아 두려워하는 것을 억제하려고만 애쓰고 있지요.
희망 : 그들은 어떻게 그것들을 억누르려고 할까요?
크리스찬 : 첫째, 그들은 두려움을 악마가 가져다주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실은 하나님이 가져다주는 것인데 말입니다.
그래서 마치 두려움이 자신을 멸망으로 곧장 이끌기나 하듯 항거하지요.
둘째, 그들은 두려움이 자기들의 믿음을 손상시킨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들에겐 믿음이란 없지만 그렇게 생각하지요.
그래서 두려움에 대항하도록 마음을 단단하게 굳히는 겁니다.
셋째, 그들은 결코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잘못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실은 두려워하면서도 억지로 아닌 체 가장하고 있지요.
넷째, 그들은 두려움이 자기들의 보잘 것 없는
자아 신성함을 빼앗아간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있는 힘을 다해 저항하는 것입니다.
희망 : 그것에 대해서라면 나도 약간은 알고 있습니다.
내가 나 자신을 제대로 알기 전에는 나도 그런 사람이었으니까요.
크리스찬 : 자, 이제 무지에 관해서는 더 이상 이야기하지 말고
다른 유익한 이야기를 나누도록 합시다.
희망 : 전적으로 동감입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먼저 이야기를 시작하셔야겠습니다.
크리스찬 : 좋습니다. 한 10년쯤 전에 당신의 고향에서 살았던
'일상적(Temporary)'이라는 사람을 혹시 알고 있습니까?
당시 신앙적으로 꽤 앞서 있던 사람이었는데.
희망 : 알고 있어요.
그래요, 그는 '정직함'이라는 마을에서 한 2마일쯤 떨어진
'은총을 모름(Graceless)'이라는 마을에 살고 있었지요.
그는 '돌아섬(Turn-back)'이라는 사람의 바로 옆방에 살았습니다.
크리스찬 : 맞아요. 그들은 한 지붕 밑에서 살았지요.
한때는 신앙적으로 꽤 깨어 있는 사람이었지요.
그때만 해도 어느 정도 자신이 죄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따라서 그 죄의 값으로 따라오는 형벌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고 나는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