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귀는 모든 혈병에 기본이 되는 약이다. 이 약에 천궁, 백작양, 숙지황을 넣어 사물탕이라는 처방을 만들었는데 월경 불순과 생리통을 치료할 때 혈허가 끼었을 때 가미하여 사용하는 약이다.
조선시대 내의원 의사에 이겸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내의원에 약초를 캐오는 노인이 어린 여식을 데리고 다니는데 어찌나 모습이 아름다운지 그 비결을 물어보았다.
여식 나이 16세에 초경을 치렀는데 생리통으로 고생을 하는 것이 딱하여 남장을 시켜 산으로 데리고 다니며 생약을 캐어 먹이고 산 생활을 시켰더니 생리통이 없어짐은 물론 얼굴이 고와졌다고 노인이 말했다.
이겸의 딸이 생리통으로 고생하고 있던 차라 노인에게 딸을 부탁하였다. 노인은 이겸의 딸을 데리고 산 속을 누비며 산 생활을 시작했다. 노인은 이겸의 딸에게 동지섣달 눈이 많이 올 때 산 속토막집에 기거하다가 이른 봄 눈 곳에서 돋아나는 약초를 캐어 먹어야만 병을 고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겸의 딸은 열심히 가파른 산 속을 누비며 노인이 일러 준 약초를 찾아 헤맸다. 하루는 눈이 쌓인 바위 밑에 이상하게도 둥그렇게 눈이 녹아 있기에 파보았더니 1백년이 넘은 산삼이었다. 사람하고 너무 닮아 있어 신기하게 생각하여 그 산삼을 먹었다. 그날 밤 이겸의 딸이 토막집에서 꿈을 꾸는데 한 청년이 나타나 '처자가 내 몸을 만졌고 더욱이 내 몸의 일부를 씹어먹었으니 처자는 나와 결혼하여 산중에서 살아야 합니다'하고 사라졌다. 아침에 일어나 약을 캐는 할아버지께 해몽을 부탁하려고 찾아보았지만 할아버지는 온데 간데 없어지고 말았다.
이겸의 딸은 이 산 저 산을 찾아 헤매면서 덫으로 사냥을 하며 연명하고 여름에는 약초와 나무열매를 캐먹으며 한해를 지내고 전에 산삼을 캐어먹었던 바위를 지나다 보니 그 곳에 푸른 잎을 가진 약초가 있어 캐어 보니 전에 자신이 캐어먹은 산삼과 너무나도 비슷하여 그것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버지인 내의원 이겸에게 보였더니 그 약초는 당귀라고 하는 것으로 부인병에 특효한 약이라는 것이었다. 아울러 각종 혈액과 관련되는 모든 병에는 당귀를 기본으로 하여 사물탕을 만들며 피를 만드는 조혈제의 기본으로 삼는다는 말도 하는 것이었다.
이겸의 딸은 어느덧 그 고을에서 찾아보기 드문 절색의 미모를 갖추고 피부도 고와져 성숙한 여성으로 변하여 있었다. 이겸이 말하기는 '네가 산중에서 산 정기를 마시며 좋은 약초를 캐어 먹은 덕분에 건강을 되찾을 수 있었고 더욱이 네가 그렇게도 고통스러워하던 생리통도 고쳤으니 아마 산신령께서 네 꿈에 나타나 당귀라는 약을 발견하게 하여 집으로 오게 하였나 보다. 마땅히 돌아가야 한다는 뜻으로 귀(歸)를 쓰는 당귀가 그 자리에 돋아난 것이다' 라고 해석하여 주었다는 일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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