好學의 智慧묵상/[매일묵상]겨자씨앗

[겨자씨] 소나기 지나가는 숲에서

好學 2012. 8. 10. 19:32

[겨자씨] 소나기 지나가는 숲에서


기다리는 것이 있으면 행복합니다.

오후에 소나기가 온다고 해서 숲으로 들어왔습니다.

소나기가 갑자기 내릴 때는 숲으로 난 창문과 복도 쪽 방문을 함께 열어두고 바람을 따라 책상 위로 튀어오는 빗방울을 보며 하늘 마음을 헤아리는 것도 좋습니다.

나무들은 오랫동안 기다리던 소나기를 어떻게 환영할까 생각하며 눈을 감고 마음을 엽니다.

떠오르는 얼굴들을 기도의 풍선에 매달아 하늘로 올리는 동안 조금 전까지 간간히 뺨을 스치던 바람과는 다른 냉기(冷氣)에 눈을 뜹니다.

아! 장한 소나기 소리에 숲이 깨어납니다.

나뭇잎마다 소나기를 환영하는 박수 소리로 가득합니다.

장엄한 숲에서의 소나기 소리는 영혼까지 정화하는 힘이 있나 봅니다.

소나기는 더위에 지친 세상에 하늘이 내민 손길 같아 손을 내밀어 소나기를 붙잡아 봅니다.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소나기는 우리를 해맑게 씻어 줍니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은 손으로 붙잡는 것이 아니라 두 손을 모아야 얻을 수 있는 것인가 봅니다.

삶에도 소나기가 있습니다.

갑자기 찾아와 당황스럽게 하는 일들과 불편하고 걱정하게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소나기는 지나가는 것입니다.

잠시 하늘이 잘 보이는 처마 밑에 머물며 지나가길 기다리는 것이 지혜입니다.

소나기 뒤에는 이제까지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볼 수 있는 또 다른 행복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