好學의 韓國歷史/(정치·경제·사회·문화)

2. 수출은 잘되는데 경제가 왜 어렵지

好學 2012. 7. 21. 07:31

 

2. 수출은 잘되는데 경제가 왜 어렵지

 

수출이 잘되고 있지만 체감경기가 나쁜 이유의 하나는, 수출호조세가 내수(소비와 투자)회복으로 연결되는 고리인 수출의 고용유발 효과가 과거와는 달리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수출은 잘되는데 왜 이렇게 경제가 어려울까?"하고 답답해 한다. 2004년 우리 수출은 전년 대비 31%나 증가한 2,538억 5,000만 달러를 기록하면서 세게에서 12번째로 연간 수출 2,000억 달러 시대를 열었다. 이는 아프리카 대륙 53개국 전체의 2004년 연간 수출액 2,317억 달러보다 많은 금액이다.
 
1964년 연간 수축 1억 달러를 달성한 우리나라는 당시 1억 달러대의 수출실적을 기록한 15개국 중 유일하게 '2,000억 달러 돌파'라는 쾌거를 불과 40년 만에 이룩했다. 환율절상이나 고유가 지속 등 수출여건의 악화에도 불구하고 2005년 수출액도 2,800억 달러를 상회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여기에 무역규모는 지난 1973년 50억 달러를 기록한 이후, 32년 만에 교역규모 5,000억 달러 사대라는 또다른 신기록을 수립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2년 지금은 1조 달러시대의 경제다.
 
이처럼 수출은 우리 경제성장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도소매업이나 숙박, 음식점업 등으로 대표되는 소비경기나 취업자 수, 실업률 등의 고용동향은 여전히 부진하고 투자관련 지표들도 개선이 미흡한 상황이다.
 
따라서 수출과 연관이 높은  대기업이나 제조업의 경기는 좋은 반면 내수부문은 계속 어려움을 겪고 있어 경기의 양극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아는 수출호조세가 내수(소비와 투자)회복으로 연결되는 고리가 과거와는 달리 끊겼기 때문이다. 왜 이런 현상이 빚어지는 것일까.
 
이 현상의 원인으로 우선 산업구조의 변화를 들 수 있다. 과거 우리의 주력 수출산업들은 섬유, 가발, 신발 등 노동잡약적인 산업이었지만, 최근에는 정보기술(IT)이나 자동차 등 자본집약적 또는 기술집약적 산업으로 바뀌었다. 한국은행의 산업연관분석에 따르면 수출이 10억 원 증가할 때마다 유발되는 일자리 수가 1990년 46.3명에서 1995년 25.8명, 그리고 2000년에는 15.7명으로 10년 동안 무려 66.1%나 감소했다. 그리고 2004년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39.5%나 차지하고 있는 IT분야에선 10억 원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고용이 3.6명에 불과하다. 비(非)IT분야에서 8.4명을 필요로 하는 것과는 엄청난 격차를 보인다. 이처럼 수출이 잘될지라도 고용을 크게 늘리지 않기 때문에 수출의 고용유발 효과가 상대적으로 작아진 것이다.
 
수출호조세가 내수회복으로 연결되지 않는 다른 이유로는 해외에서 부품을 조달하는 글로벌 아웃소싱의 확산을 지적할 수 있다. 국내 부품, 소재산업의 기반이 취약해 우이 수출제품의 부품이나 제조장비 등에 대한 수입의존도가 높고, 특히 대일의존도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우리 주요 수출제품의 핵심부품 국산화율은 40~60%에 불과하고, 반도체나 LCD 등의 생산장비 40% 이상이 일본제품이며, 대일무역적자에서 부품, 소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65%를 넘어선다. 또한 최근 3년 간 우리 전체 무역 흑자액이 547억 1,700만 달러인 데 반해, 대일무역적자액은 579억 9,000만 달러로 32억 7,300만 달러나 많다. 우리가 수출해서 어렵게 번 돈을 일본에 고스란히 헌납하는 셈이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되놈이 버는 격이다.
 
이를 빗대어 일부 경제학자들은 우리 경제를 '가마우지 경제'라고 부른다. 주둥이가 뾰죽해 물고기를 잘 잡는 '가마우지'라는 새가 있는데, 이 새가 잡은 물고기를 삼키지 못하도록 목에 끈을 매서 목구멍에 걸린 물고기를 꺼내는 방법을 '가마우지 낚시'라 한다. 배고픈 가마우지는 물고기를 아무리 열심히 잡아도 목에 묶은 끈 때문에 한 마리의 물고기도 먹지 못한다. 우리가 완성품을 아무리 많이 수출해도 부품, 소재, 제조장비 등을 해외, 특히 일본에서 상당부분 수입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가 수출을 하면 할수록 일본만 살찌우고 국내 고용이나 성장에 미치는 효과는 적다는 논리다.
 
한편 우리 수출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대중국 수출호조세가 오히려 국내 고용을 줄일 수 있는 측면도 있다. 예를 들어, 국내 자동차회사가 중국에 이전했다면 국내 타이어공장이 납품하던 타이어가 수출로 잡혀 수출은 늘어나지만, 자동차회사의 국내 고용은 오히려 줄어들게 되기 때문이다.
 
대중국 수출은 2001년 181억 9,000만 달러, 2002년 237억 5,000만 달러, 2003년 351억 1,000만 달러, 2004년에는 41.7% 증가한 497억 6,000만 달러를 기록해서 금액 측면이나 증가속도 측면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나타냈다. 이와 함께 대중국 직접투자액(건수)고 2001년 10억 달러(1,127건), 2002년 20억 8,000만 달러(1,550건), 2003년 27억 5,000만 달러(1,839건), 2004년애는 36억 3,000만 달러(2,233건)로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매일 6.1건씩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이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의 40% 정도만 국내에서 조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점들을 종합해 볼 때 대중국 수출호조세는 기본적으로 중국의 급성장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지만,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이 기여한 부분도 있다고 볼 수 있다.
 
더욱이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이 채용한 현지인 규모가 100만 명을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중국의 제조업 임금이 우리의 1/10 수준인 점을 고려하더라도, 이들 기업이 중국에 진출하지 않았더라면 국내에서 약 10만 명을 더 고용할 수 있었다고 볼 수도 있다.
 
따라서 일부 학자들은 우리 기업들이 앞다투어 중국에 진출하는 현상을 두고 국내에서 제조업이 사라지게 되는 '산업공동화'뿐만 아니라 '고용공동화'에 대한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2004년 중 실업률은 3.7%,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8.3%를 각각 기록해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이런 연유들로 인해 최근 수출은 잘되고 있지만 그만큼 고용이 개선되지 않았고, 국민 전체 소득도 크게 늘지 않았다. 따라서 소득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소비가 회복되지 않는 현상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여기에 소비회복 지연으로 내수에 기반을 둔 서비스업이나 중소기업들의 경기가 여전히 부진하고, 전체 취업자의 1/3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자영업자나 무급 가족종사자들이 곤경에 빠져 어렵다도들 아우성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도 소비회복을 위한 고용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일자리 창출에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일자리는 정부조다는 기업의 투자를 통해 창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가 만드는 일자리는 재정적자 문제나 경기대응적 측면 등으로 인해 임시직(臨時職)의 성격이 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의 투자의욕을 북돋울 수 있는 종합적인 정책수립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