好學의 自由/박장대소拍掌大笑

'엄친아' 자랑? 당신이 부러워서 그려~

好學 2012. 6. 28. 21:41

 

'엄친아' 자랑? 당신이 부러워서 그려~

 

 

오후 4시, 삼엄한 정적을 깨고 '징글벨'이 울린다. 서류더미를 방패 삼아 졸고 있던 그녀, 화들짝 놀라 깨어보니 휴대폰이 요동을 치는 판. "이 얼어붙은 경기에 웬 징글벨?"이냐는 듯 부장의 싸늘한 시선이 뒤통수에 꽂힌다. '웬수' 같은 주인공은 중학교 동창. 거의 20년 만인지라 "너네 회사 앞인데 얼굴 좀 보자"는 청을 거절할 수도 없었다.

"2학년 아들녀석 수영장에서 피캅(pick up)해 요 앞 어학원에 데려다 주느라. 너 이 삘딩서 일한다는 얘기 듣고도 오늘에서야 콜(call)했네. 근데 너 하나도 안 변했다. 수세미처럼 머리 엉킨 거, 콧등에 핀 버짐까지 그대로야. 호호! 결혼은 했겠지? 애는 몇? 공부는 잘 해?"

뭐부터 대답해야 좋을지 몰라 숨을 고르는데, 1초도 기다려줄 수 없다는 듯 동창의 속사포가 이어진다.

"우리 아들은 외국물 한번 안 먹었는데 영어를 원어민 수준으로 해. 신기하지? 너도 알다시피 내가 영어에 한이 맺혔잖니. 그래서 영어태교를 시작했지. 태어나자마자 영어 비디오만 줄창 틀어줬더니 우리말보다 영어를 더 잘한다니까. 요즘은 중국어 배워. 교재 사다가 둘이서 독학해. 1년 좀 지났는데 웬만한 의사소통은 다 돼. 이번 겨울방학에 한자 4급 통과하면 내년부턴 프랑스어에 도전해보려고…. 근데 네 애는 뭐 좋아해?"

허걱! 무방비 상태에 있다 튀어나온 답이 수학도 아니고, 과학도 아니고, '개콘'이었다. "웃다 보면 스트레스가 풀리나 봐. 요즘 그거 인기잖아. '부러워서 그려~ 부러워서~'흐흐."

"개콘? 우린 테레비 진작에 치웠잖아. 우리 앤 이효리가 누군지도 몰라."

"어~ 그럼 학교 공부도 잘 하겠다."

"후훗, 그거 아니? 공부 잘 하는 애 엄마에게 날아드는 부담스럽고도 짜릿한 시선."

부장의 득달 같은 호출이 그때처럼 고마운 적도 없었다. "가끔 보자"며 악수를 청하는데 명민한 동창, 쐐기를 박는다. "근데 너희 회사는 괜찮니? 여자들이 더 위험하다며? 힘내라 얘. 세상에 공짜가 어딨니?"

머리가 띵한 것이 두 건이나 잡힌 망년회도 집어치우고 일찌감치 퇴근하자 게임기를 갖고 뒹굴던 아들놈이 기겁을 한다. "헐~ 왜 이렇게 빨리?" 혼낼 기운도 없고, 몸살 기운까지 돌아 옷 입은 채 드러눕는데 아들녀석 쪼르르 달려와 묻는다.

"부장님한테 또 혼났어?" "아니." "내가 게임해서 화났어?" "아니."

뾰로통해진 아들녀석에게 이번엔 그녀가 묻는다. "엄마 회사 그만둘까?" "왜?" "너 공부도 가르쳐주고 학교도 자주 가보게. 엄마 친구 아들은 그래서 영어도 잘하고 반에서 1등이래. 엄마 친구가 오늘 막 자랑하더라."

그러자 엄마가 직장 그만둬 하등 득될 게 없다고 판단한 아들이 '개그'를 한다.

"영어 잘하는 게 뭐 대수라고. 부러워서 그려, 부러워서~. 공부가 쬐금 딸려 그렇지, 혼자서도 잘 놀고, 밥 잘 먹고, 학교 잘 다니는 아들 둔 엄마가 부러워서 그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