好學의 自由/박장대소拍掌大笑

코골이 남편이 미워도 끌어안고 자는 사연은?

好學 2012. 6. 15. 23:54

코골이 남편이 미워도 끌어안고 자는 사연은?

 

 

줌마씨 안녕? 새벽녘 봄비는 추적이는데 잠은 오지 않아 메일 한 통 날려요. 내 애틋한 사연 '병법'에 한줄 써주심 안 될까 해서. 마누라야 잠을 설치든 말든 대자로 누워 힘차게 코를 고는 48세 우리 서방님 이야기랍니다. 아직도 한이불 덮고 자냐고요? 그러게 내 얘기 좀 들어 봐요.

우리도 신혼 땐 참 다정했어요. 서로의 콧바람 맞으며 팔베개를 해야 잠이 들었으니까요. 한데 세월이 흐르자 신혼 땐 '딴 짓' 하느라 몰랐던 서로의 화려한 잠버릇을 알게 됐지요.

남편 코는 정말 심각했어요. 어느 날은 '드르렁드르렁~'이다가, 어느 날은 '캬악 컥!' 하고, 또 어느 날은 '푸르르 풀풀' 하는 게 당최 정신을 못 차리겠어요. 술 마시고 들어온 날엔 그야말로 벼락을 쳐대는데, 코골이 때문에 이혼했단 말이 남 얘기 아니더라고요. 옆으로 누워도 자게 하고, 코골이 특효 베개도 사다 주고, 등짝에 테니스공까지 달아줬는데도 세상에 이런 불치병이 없습니다.

잠 못 자는 건 그렇다 쳐요. 신문에 보니 코 고는 소리의 세기가 최대 80데시벨이라는데, 자동차 경적소리, 아니 비행장 소음에 맞먹는다는 거지요. 80데시벨에 매일 1시간 이상 노출되면 청력장애가 온다는데 아무리 부부 일심동체라지만 코골이 남편 때문에 귀까지 먹을 수야 없지 않겠습니까.

하여 퇴근한 남편을 앉혀놓고 조심조심 말했지요. "여보, 부부싸움도 한 이불 속에서 해야 한다는 게 내 철칙! 하지만 서로의 건강을 위해 밤에 잠시 떨어져 잔다고 해서 너럭바위처럼 단단한 우리 금실에 금이 가겠어?" 그러자 남편이 뜻밖의 반색을 합니다. "기분 나쁠까 봐 여태 말 안 했는데 당신 발등 비벼대는 소리도 장난 아니야."

그렇게 각방 쓰기 시작한 지 10년 하고도 3년. 잠은 꿀맛이요, 각방 쓴다고 남남 될 일은 더더욱 없는데, 이름하여 '글로벌 경제위기'란 놈이 우리 부부 다시 합방하는 기적을 일구었다 이겁니다. 남편이 운영하던 출판사 매출이 반 토막 나면서 유학 간 아들놈 학비 대기도 빠듯해진 거죠. 그래 둘이 살던 아파트를 처분하고 남편 사무실에 있던 여분의 방으로 살림을 옮겼지요.

13년 만의 합방은 어색하고도 감격스러웠습니다. "오랜만이야." "그러게…." 문제는 다시 코골이였습니다. 한데 신통하게도 남편은 내가 발가락으로 콕 찌르면 취침 중에도 자동으로 볼륨을 낮추었습니다. 내 님의 콧구멍도 불황에 적응한 걸까요. 물론 오늘처럼 불면의 날엔 밖으로 뛰쳐나가고픈 마음 간절하지만, 낭군님 하신 말씀 있기에 꾸욱~ 참습니다. "요즘처럼 힘든 시절 당신 손잡고 자니까 좋다. 따뜻하고, 든든하고."

이것이 바로 제가 거꾸로 누워서 잘지언정 코골이 남편을 끌어안고 자는 사연입니다. 굿 나잇, 줌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