好學의 교육 3/(국어사전)國語辭典

설에 절을 한 뒤 ‘과세 안녕하십니까?

好學 2012. 6. 23. 06:37

 

설에 절을 한 뒤 ‘과세 안녕하십니까?

 

 

朴甲洙
서울대 名譽敎授 / 本聯合會 理事

해가 또 바뀌려 한다. 送舊迎新의 人事를 해야 할 때가 다가온다. 우리는 檀君 이래 가장 豊饒를 누리며 산다고 한다. 그런데도 지난해는 언제나 ‘多事多難했던’ 천덕꾸러기 해이고, 오는 해는 언제나 ‘희망의 새해’라 하여 반긴다. 그래서 연말이면 온 세상이 忘年會로 북적댄다. 앞으로는 지난해가 보내기 아쉬운 한 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남에게 恭敬하는 뜻으로 몸을 굽혀 인사하는 것을 ‘절’이라 한다. 우리 속담에 ‘절하고 뺨 맞는 법 없다’는 말이 있다. ‘절’은 자기를 낮추고 상대방을 공경하는 행위다. 뻣뻣하게 자기를 굽히지 않고 뻗댈 때 문제가 생긴다. 謙遜하게 자기를 낮추게 되면 문제가 없다. ‘절’은 謙遜하게 몸을 굽히겠다는 發想에 연유하는 말이다. 이 말의 語源은 漢字 ‘절(折)’에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 이때의 ‘折’은 ‘휘일 절(曲也)’, ‘굽을 절, 굽힐 절(屈也)’의 의미다. ‘절’은 ‘몸을 굽혀’ 인사하는 것이기 때문에 ‘折’이 된 것이다. 이러한 발상은 中國語에서도 ‘折腰’가 ‘허리를 굽혀 절하다’를 의미하는 데서 볼 수 있다. 이 ‘절’은 15세기 文獻에는 ‘졀/ 절’로 나타난다.  

衣冠닌 紫宸을 졀니라 (衣冠拜紫宸) <두시언해 초간본>
아바님 命엣 절을 天神이 말이        <월인천강지곡>

영어 ‘bow’가 절을 의미하는 것도 우리와 발상을 같이 하는 것이다. ‘bow’는 활을 의미하는 ‘bow’와 근원적으로 어근을 같이 하는 것으로, ‘허리를 굽으리다 > 절하다/ 인사하다’를 의미하게 된 말이다. 중국어의 鞠躬(jugong)도 마찬가지다. 이는 몸을 굽히는 것을 의미한다. 이 말은 우리말에도 들어와 史劇에서 ‘국궁’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절’을 의미하는 중국의 ‘拜(bai)’나, 인사를 의미하는 日本語 ‘아이사쓰(挨拶)’는 발상과 문화를 달리하는 것이다. ‘拜’는 양손을 나란히 합쳐 앞으로 내민다는 뜻의 글자로, 경의를 나타내는 동작을 의미한다. 이에 대해 ‘아이사쓰(挨拶)’는 불교에서 유래하는 말이다. 禪宗에서는 門下의 중들이 그 깨달음이 얼마나 되는지, 深淺을 시험하기 위하여 문답을 행하였는데 이를 ‘일애일찰(一挨一拶)’이라 하였다. 여기에서 일반의 문답이나 대답의 말, 편지의 왕복 등을 ‘아이사쓰(挨拶)’라 하게 되었고, 이것이 나아가 인사의 의미로 확대된 것이다. ‘挨’나 ‘拶’은 모두가 ‘민다(押)’는 뜻으로 본래 ‘복수가 밀어부친다’는 의미였다.

‘절’과 합성된 말은 많지 않다. 우선 ‘절’의 종류를 나타내는 말에 ‘맞절, 반절, 앉은절, 평절, 큰절’ 따위가 있다. ‘절’은 일반적으로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 것이 있다. ‘맞절’이 그것이다. 이는 마주 하는 절로 서로 동등한 禮를 갖추어 하는 것이다. 新郞 新婦가 절을 하는 것은 이 ‘맞절’이다. 同輩가 처음 만나 인사를 나눌 때도 이 ‘맞절’을 하게 된다. ‘반절’은 ‘큰절’에 대한 ‘半 절’이라 하겠다. 허리를 굽혀 양손을 바닥에 짚고 앉아 고개를 숙여서 하는 여자의 절이 이런 ‘반절’이다. 이는 ‘中절’이라고도 한다. 訓長이 弟子의 절을 받을 때처럼, 아랫사람의 절을 받을 때 완전히 바닥에 엎드리지 않고 앉은 채 윗몸을 반쯤 굽혀서 하는 절도 ‘반절’이다.
‘앉은절’은 서서 하는 절의 대가 되는 것으로, 허리를 굽히고 꿇어앉으면서 정중하게 하는 절이다. ‘앉은절’에는 ‘평절’과 ‘큰절’이 있다. ‘큰절’은 婚禮나 祭禮 따위의 의식이나, 웃어른에게 예의를 깍듯이 갖추어 할 경우에 하는 절이다. 이 때 남자는 두 손을 모아 바닥에 대고 허리를 굽히고 고개를 숙인다. 손을 여덟 八字로 벌려서는 안 되고, 왼손을 오른손 위에 살짝 겹친다. 여자는 두 손을 이마에 마주 대고 앉은 뒤 허리를 굽힌다. ‘평절’은 ‘반절’처럼 ‘큰절’의 상대적인 개념으로 쓰이는 말이다.
傳統的인 ‘절’은 나라나 民族마다 차이가 있다. 中國에는 ‘拜倒(엎드려 절하다), 拜跪(跪拜, 頂拜: 무릎을 꿇고 머리 숙여 절하다), 拜拜(왼쪽 가슴에 두 손을 잡고 가볍게 위아래로 움직이다-여자의 절), 三跪九叩(두 무릎을 꿇고 삼배하기를 세 번 하다), 鞠躬’ 같은 ‘절’이 있다.
‘절’과 合成된 말에는 이 밖에 ‘절값, 절문안, 절인사’ 같은 말이 있다. ‘절값’은 절을 받고 주는 돈이나, 그 밖의 어떤 구실이나, 노릇을 가리킨다. 가장 代表的인 것이 세뱃돈을 주는 것이고, 그 밖의 것으로는 德談을 하거나, 장신구나 옷감 등을 주는 것이다. 이런 용례를 한두 개 보면 다음과 같다.

노신사가 절값으로 농담을 던졌다. <崔一男, 거룩한 응달>
영초는 계섬월에게 묵은세배 절값으로 잘배잣감 한 벌을  문갑 속에서 꺼내 주었다. <朴鐘和, 전야>

‘절문안’은 절을 하면서 웃어른께 안부를 여쭙는 것을 말한다. 설에 절을 한 뒤 ‘과세 안녕하십니까?’ 하는 것이 이런 것이다. 아랫사람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하는 것은 망발이다. 德談은 어른이 하는 법이다. ‘절인사’는 절을 하며 드리는 인사다. 洪命熹의 林巨正에는 다음과 같은 용례가 보인다.

천왕동이가 허리가 아프도록 꾸벅꾸벅 절인사를 마치고, 방에 있던 다른 사람들과 모조리 입인사를 하였는데…

우리말에는 ‘禮를 표하다’라는 뜻의 특이한 ‘人事’라는 말이 있다. 이는 漢字의 모습을 하고 있으나, 中國에도 日本에도 없는 말이다. 우리는 사람이 해야 할 일의 대표적인 것으로 禮를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기에 이를 ‘人事’라 한 것이다. 앞의 ‘林巨正’의 예문 가운데 ‘절인사, 입인사’도 바로 이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