好學의 교육 3/(국어사전)國語辭典

혼인치레 말고 팔자치레 하랬다

好學 2012. 6. 23. 06:22

혼인치레 말고 팔자치레 하랬다
- 치레 -


朴甲洙
서울대 名譽敎授


日本에서는 남의 집에 갔을 때 들어오라는 말을 듣고 덥석 玄關門에 들어서면 失禮라 한다. 몇 번 사양을 하고 들어오라는 말이 ‘인사치레’가 아닌, 眞心이라 여겨질 때 비로소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도 ‘인사치레’로 들어오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집안으로 들어서게 되면 주인은 무척 당황할 것이다.

‘인사치레’의 辭典的 의미는 ‘성의 없이 겉으로만 차리는 인사’라고 되어 있다. 이는 본래의 의미가 변한 것이다. 본래의 의미는 인사를 치러내는 것이겠다. ‘인사치레’는 이렇게 인사 치르기, 형식적 인사 등의 의미를 지닌다. 속으로는 손사래를 저으면서, 입으로만 쉬어 가라, 자고 가라 하는 따위는 대표적 ‘인사치례’의 말이다.

우리말에는 ‘인사치레’나 ‘병치레’처럼 겉으로 꾸미는 일이나, 치러내는 일을 뜻하는 ‘치레’란 말이 있다. 이는 文法的으로 名詞와 接尾辭의 두 가지로 나뉜다.

‘치레’가 名詞로 쓰이는 경우는 손질하여 모양을 내는 光飾과, 실속 이상으로 꾸미어 드러내는 虛飾의 의미를 지닌다. 이러한 말에는 ‘치렛감, 치렛거리, 치렛깃, 치렛말, 치레미술, 치레우물’ 같은 것이 있다. ‘치렛감’이나 ‘치렛거리’는 치레로 삼는 자료다. ‘치렛깃’은 공작새의 깃과 같이 날기 위한 용도보다 몸치장으로 붙어 있는 아름다운 깃이다. ‘치렛말’은 인사치레로 하는 말이고, ‘치레미술’은 裝飾美術, ‘치레우물’은 장식우물을 가리킨다. 특히 ‘치레우물’은 庭園에 장식으로 꾸민 우물을 말한다.

接尾辭 ‘-치레’는 일부 명사에 붙어 ‘치러내는 일’과, ‘겉으로 꾸미는 일’을 아울러 뜻한다. 이는 ‘혼인치레’를 생각할 때 쉽게 이해된다. ‘혼인치레’는 본래 ‘혼인을 치르는 것’을 의미한다. ‘치레’는 ‘일을 겪어 내다’란 동사 ‘치르다’의 어간 ‘치르-’에 접미사 ‘-에’가 붙은 派生語다. 그래서 이는 ‘혼인을 치르는 것’을 의미했다. 그리고 뒤에 이는 혼인을 호사스럽게 꾸미는 쪽으로 발전하여, 마침내 혼사를 치르는 데에 虛禮虛飾과 浪費를 심하게 하는 것으로 의미가 바뀌었다.

우리말에 ‘혼인치례 말고 팔자 치레하랬다’는 俗談의 ‘혼인치레’가 바로 그것이다. 이는 잔치를 떡 벌어지게 하고 결혼생활을 잘 못하느니보다, 잔치는 비록 성대하지 않더라도 잘 사는 것이 낫다는 말이다. 이렇게 일을 치러 내는 과정이 꾸미는 과정으로 발전함으로 의미가 바뀌게 되었다. 따라서 接尾辭 ‘치레’는 두 개의 다른 意味를 지니게 된 것이다. ‘병치레, 송장치레’는 前者에, ‘겉치레, 댕기치레’는 後者에 속하는 예다.

그러면 接辭 ‘치레’가 붙은 말의 예를 보자. 이러한 예는 ‘치러 내는 일’을 뜻하는 말보다 ‘겉으로 꾸미는 일’을 뜻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 먼저 겉을 꾸미는 일을 뜻하는 말을 보면, ‘겉치레, 눈치레, 댕기치레, 말치레, 면치레, 사당치레, 속치레, 신주치레, 옷치레, 외면치레, 이면치레, 중동치레, 집치레, 책치레, 체면치레’ 같은 것이 있다. ‘겉치레, 눈치레, 면치레, 외면치레, 이면치레’는 겉모양만 번드르르하게 꾸미는 外飾을 의미한다. ‘눈치레’는 남의 눈에 보기 좋게 치장한다는 말이다. ‘댕기치레’는 머리에 댕기를 드리며 꾸민다는 뜻과 함께 겉치레를 의미한다. 『고본춘향전』에는 다음과 같은 용례가 보인다.

사또 골내어 하는 말이 한서부터 주리할 년들, 더벅머리 당기치레하듯, 파리한 강아지 꽁지 치레 하듯, 꼴 어지러운 것들이 이름은 무엇이 나오, 나오. 거 원 무엇들이니? 하나도 쓸 것이 없구나.

변 사또가 기생 點考를 하며 한 말이다. ‘사당치레’도 사당을 보기 좋게 꾸민다는 뜻 외에 ‘외면치레’라는 의미를 지닌다. ‘말치례’는 실속 없이 말로만 꾸미는 것이고, ‘속치레’는 ‘겉치레’의 대가 되는 말이다. ‘신주치레’는 높은 벼슬 이름이 쓰인 神主는 특별히 잘 꾸미는 것을 의미한다. ‘신주치레하다 祭 못 지낸다’는 속담은 이런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말이다. ‘옷치레’는 물론 좋은 옷을 입어 몸을 가꾸는 것이고, ‘중동치레’는 중동, 곧 허리 부분을 허리띠, 주머니, 쌈지 등으로 치장하는 것이다. ‘체면치레’는 體面이 서도록 꾸미는 것을 말한다.

‘일을 치러 내는 일’을 뜻하는 말을 보면 ‘병치레, 송장치레, 잔병치레’ 같은 것이 있다. ‘병치레’는 병을 알아 치러내는 일이고, ‘잔병치레’는 그 가운데도 잔병을 자주 않는 것을 의미한다. ‘송장치레’는 죽은 사람에게 수의를 해 입히고 관을 마련하고 葬禮를 치르는 따위의 일을 가리킨다. 玄基榮 의 『변방에 우짖는 새』의 ‘늙은 서방해서 송장치레만 남는다더니 삼은 대감의 아리따운 기첩 취운이가 바로 그 처지였다.’의 ‘송장치레’가 그 예다.

이 밖에 ‘인사치레, 조상치레, 혼인치레’는 위의 두 가지 뜻을 아울러 지니는 말이다. ‘인사치레’와 ‘혼인치레’에 대해서는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다. 이에 대해 ‘조상치레‘는 祖上을 자랑하고 위하는 것과 조상의 치다꺼리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상 ‘치레’에 대해 살펴보았다. 외국어의 경우는 日本語와 차이를 많이 보인다. ‘치레’에 對應되는 일본어는 ‘가자리(かざり)’라 하겠는데, 일본어에서는 이 말만 가지고도 설 장식이 된다. 그리고 ‘かざり’가 머리털을 의미해 ‘かざりを下ろす’라 하게 되면 ‘머리를 깎고 중이 되다’의 의미가 된다. ‘飾り石’는 보석 다음의 품위를 지닌 광석 水晶 瑪瑙를 의미하고, ‘飾り臼’는 농가에서 설날 절구 위에 금줄을 치고 거울떡(鏡みもち)을 놓는 일, 또는 그 절구를 의미한다. ‘飾り竹’는 설에 장식으로 문 앞에 소나무와 함께 세우는 대나무를 가리킨다. 문화와 언어의 차이를 실감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