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어린 時節과 漢字 早期敎育
卞 廷 煥
大邱韓醫大學校 總長 / 本聯合會 顧問
나는 어린 시절 漢學者였던 祖考 鼓山公을 모시고 집안에서 千字文 등의 漢字 學習書를 工夫하다가 祖父께서 돌아가신 후에는 인근의 書堂에 들어가 다시 漢文 工夫를 계속하였다.
당시 나의 고향 淸道에서는 固城 李氏 門中에서 興仁堂이라는 서당을 열고 勳章을 초빙해 자기 문중과 인근 마을의 自題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초등학교 시절에 나는 그 서당의 學童이 되어 『小學』, 杜詩 등을 먼저 배운 후 『孟子』, 『論語』, 『詩經』 등의 儒家書들을 차례로 공부했던 것이다.
그 당시 書堂에서의 학습 방법은 古來의 傳統에 따라 매일 공부한 것을 빠짐없이 외워나가는 것이었다.
따라서 『孟子』를 공부하고 나면 『孟子』 전체를 暗誦할 수 있고, 『論語』를 공부하고 나면 『論語』 전체를 暗誦할 수 있었다.
集中과 反復 그것이 당시 학습의 효과를 極大化하는 方法이었던 것이다.
그 무렵 나는 『孟子』를 모두 외우는데 一年의 시간이 걸렸고, 『論語』의 경우에는 半年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이렇게 집중하여 공부를 계속하다 보니 매일 잠자리에 들면 낮에 익힌 것들이 腦裏에 선명하게 되살아나곤 하였다.
마치 낮에 재미있는 영화를 보고 나면 밤에 그 영화의 장면들이 눈에 떠오르는 것 같았다.
또한 정신을 집중하여 공부하다 보니 시간이 흐름에 따라 나중에는 어느 정도 作文도 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그 당시 마을의 書堂에는 대략 40여 명의 學童들이 공부를 하고 있었다.
우리는 함께 공부하면서 심심할 때문 서로 공부한 것을 試驗해 보기 위해 여러 가지 놀이를 즐기기도 하였다.
한 학동이 이미 공부한 책의 어떤 句節을 말하면 다른 학동이 그 다음 부분을 외워 보기도 하고, 책 속의 여러 구절들을 摘出하여 하나의 긴 文章을 완성해 보기도 하였다.
말하자면 科擧試驗의 取才 방식인 明經과 製述의 흉내를 내본 셈이었다.
그런데 나는 근래 책을 보다가 그러한 놀이가 이미 옛날에도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린 시절의 추억과 겹쳐지면서 그 내용이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어 잠시 소개해 보기로 하겠다.
다음 이야기는 朝鮮 初期의 大學者 徐居正의 『太平閑話滑稽傳』에서 읽은 것이다.
서울의 한 늙은 선비가 學童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그의 學童 셋이 함께 『論語』를 다 배우고는 달포 남짓 復習을 하다가 선생을 찾아갔다.
선생이 말했다.
“자내들이 이미 論語를 공부했으니 책 속에 있는 말로 文談을 하면 어떻겎는가?”
그리고 먼저 한마디 하는 것이었다.
“二三子여. 溫故而知新하니 盍各言爾志리오?”
그 때 선생은 마침 蘆岸이 진물러 핏발이 붉게 서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생도 하나가 避席하면서 말했다.
“請聞其目하노이다.”
다른 생도가 말했다.
“赤也何如하니잇가?”
다시 다른 생도가 말했다.
“吾與點也하나이다.”
이에 선생은 빙긋이 웃으며 대답했다.
“斐然狂簡하여 無所取才로다. 吾黨之小子아! 鳴鼓而攻之하라.”
이미 『論語』를 熟讀한 이 책의 讀者들이라면 위 이야기의 의미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蛇足을 단다면 盍各言爾志 등의 구절은 論語 先進篇 등에서 摘句한 것으로써,
그 뜻은 각각 다음과 같다.
盍各言爾志는 “어찌 자네들의 생각을 말하지 않겠는가”라는 뜻이고,
請聞其目은 論語 原文의 의미와는 약간 달리 “선생님의 눈에 대해 묻고자 합니다.”라는 뜻이고,
赤也何如 역시 “붉은 것은 무슨 까닭입니까”라는 뜻이고,
吾與點也는 “나는 點인가 생각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斐然狂簡 無所取才는 “문채는 있으나 뜻이 너무 거칠으니 그 재주를 쓸 수가 없다.”라는 뜻이고,
吾黨之小子 鳴鼓而攻之는 “우리 마을의 젊은이들이여! 북을 쳐서 그 죄를 성토하라.”는 정도의 뜻이다.
學童들은 자신들이 기왕에 공부한 論語의 내용을 十分 活用하여 하나의 問答體 文章을 완성해 냈던 것이다.
(社)全國漢字敎育推進總聯合會에서 발간하는 月刊誌 『한글+漢字문화』가 이번에 誌齡 100호를 맞는다.
그간 이 잡지를 중심으로 하여 우리 聯合會가 추진한 漢字敎育 促求 活動에 대하여 讚辭를 보낸다.
아울러 그간의 활동 결과 이룩한 성과에 대해서도 역시 찬사를 보낸다. 그런데 이 소중한 면에 나의 어린 시절을 회고하는 이야기를 소개한 데에는 다른 뜻이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聯合會에서 추진하고 있는 漢字 早期 敎育의 實施 主張이 타당하다는 것을 나 자신의 경험을 통하여 다시 한번 확인하고자 하는 것이다.
나는 우리 『한글+漢字문화』 잡지와 公的으로는 顧問으로서의 因緣이 있다. 그리고 私的으로는 어린 시절부터 漢文을 공부한 사람으로서 그 趣旨에 전적으로 뜻을 같이한다.
거듭되는 말이지만 특히 어린 시절부터 漢字敎育을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의 타당성에 대하여는 추호의 의심도 없이 전적으로 동감하는 바이다.
漢字 早期敎育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그 공부가 나이 어린 靑少年들에게 過重한 學習 負擔을 안겨줄 것이라고 말한다.
물론 현대에는 社會가 빠르게 발전함에 따라 過去와 다르게 청소년들이 공부해야 하는 科目의 수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漢字 내지 漢文 學習에 전적으로 힘을 기울일 수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기는 하나 현재의 실정에 맞게 漢字敎育을 실시한다면 청소년들의 학습 부담은 그다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설령 다소간 학습에 부담이 있다 하더라도 일정한 기간 努力을 傾注하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는 그다지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게 될 것이다.
그것은 이미 우리 先祖들의 경험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세상에 노력하지 않고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우리는 빛나는 傳統文化를 계승하고 발전시켜야 한다.
또한 世界 一流國家로 발돋움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우리는 未來 世代에게 早期에 漢字를 공부하도록 督勵해야 한다.
이러한 우리 聯合會와 나의 뜻이 이루어지는 날이 하루 속히 다가오기를 祝願하여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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