好學의 文學/[世界文學感想]

나다니엘 호손(Nathaniel Hawthorne) - 큰 바위 얼굴 6.(終)

好學 2012. 2. 22. 20:37

나다니엘 호손(Nathaniel Hawthorne) - 큰 바위 얼굴 6.(終)   


시인은 얼굴에 약간 미소를 띠면서 말하기를,
“주인께서는 저에게서 저 큰 바위 얼굴과 흡사한 점을 찾기를 원하셨다는 말씀이지요?
그런데 지금 보니 개더골드나, 올드 블러드 앤드 선드나, 올드 스토니 피즈와 마찬가지로,
저에게 대하여서도 역시 실망을 했단 말씀이지요?
그렇습니다. 저는 그 정도밖에 아니 됩니다.
저 역시 앞서 나타난 세 사람들과 같이, 당신에게 또 하나의 실망을 더하여 드렸을 뿐입니다.
정말로 부끄럽고 슬픈 이야기입니다마는
저는 저기 있는 인자하고 장엄하게 생긴 얼굴에 비할 가치가 없는 인간입니다.”
하였다.

“왜요? 여기 담긴 생각이 신성하지 않단 말씀입니까?”
하고, 어니스트는 시집을 가리키며 말하였다.
시인은
“그 시에는 신의 뜻을 전하는 바가 있습니다. 하늘나라의 노래의 먼 반향쯤은 들릴 것입니다.
친애하는 어니스트 씨여! 그러나 나의 생활은 나의 사상과 일치되지 못하였습니다.
나 역시 큰 꿈을 가졌었습니다.
그러나 그것들은 다만 꿈으로 그치고,
나는 빈약하고 천한 현실 속에서 살기를 택하게 되고, 그렇게 살아 왔습니다.
때로는, 터놓고 말씀을 드리면, 나의 작품들이 자연 속에,
또는 인생 속에 그 존재를 더 확실히 나타냈다고 하는
장엄이라든지 미라든지 선이라든지에 대하여 나 자신이 신념을 가지지 못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그러니 순수한 선과 진을 찾으려는 당신의 눈이 나에게서 저 큰 바위 얼굴을 찾을 수가 있겠습니까?”
하고 슬프게 대답하였다.

그의 두 눈에는 눈물이 어리어 있었다.
어니스트의 눈에도 눈물이 괴었다.
저녁 해가 질 무렵에, 오래 전부터 흔히 해 온 관례대로,
어니스트는 야외에서 동네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하기로 되어 있었다.
그와 시인은 아직도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서로 팔을 끼고 그 곳으로 걸어갔다.
그 곳은 나지막한 산에 둘러싸인 작은 구석진 곳이었다.
뒤에는 회색 절벽이 솟아 있고, 앞으로는 많은 담쟁이덩굴들이 무성하여
울퉁불퉁한 벼랑으로부터 줄기줄기 덩굴이 내려와,
험상궂은 바위를 마치 비단 휘장처럼 덮고 있었다.

그 평지보다 약간 높게 푸른 나뭇잎으로 둘러싸인 아늑한 곳이 있으니,
그 곳은 한 사람이 들어가서 자기의 진심으로부터 우러나오는 몸짓을 하며
이야기를 할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이었다.
어니스트는 이 천연적인 연단에 올라가서,
따뜻하고 다정한 웃음을 띠며 청중을 돌아다보았다.
그들은, 설 사람은 서고, 앉을 사람은 앉고, 기댈 사람은 기대고 하여,
저마다 편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서산에 기울어져 가는 해는 그들의 모습을 비춰 주고, 햇빛이 잘 통하지 않는,
고목이 울창하고 엄숙한 숲 속에 다소 명랑한 빛을 던져 주고 있다.
또 한쪽을 바라보면, 그 큰 바위 얼굴이 예나 이제나 다름없이
유쾌하고 장엄하면서도 인자한 모습으로 보였다.

어니스트는 자기의 마음 속에 있는 바를 청중에게 이야기하기 시작하였다.
그의 말은 자신의 사상과 일치되어 있었으므로 힘이 있었고,
자신의 사상은 자기의 일상 생활과 조화되어 있었으므로 현실성과 깊이가 있었다.
이 설교자가 하는 말은 단순한 음성이 아니요, 생명의 부르짖음이었다.
그 속에는 착한 행위와 신성한 사랑으로 된 그의 일생이 융해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치 윤택하고 순결한 진주가 그의 귀중한 생명수 속에 녹아 들어간 것 같았다.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던 시인은,
어니스트의 인간과 품격이 자기가 쓴 어느 시보다 더 고아한 시라고 느꼈다.

그는 눈물어린 눈으로 그 존엄한 사람을 우러러보았다.
그리고 그 온화하고 다정하고 사려 깊은 얼굴에 백발이 흩어져 있는 모습이야말로
예언자와 성자다운 모습이라고 혼자서 생각하였다.
저 쪽 멀리, 그러나 뚜렷이, 넘어가는 태양의 황금빛 속에 높이, 큰 바위 얼굴이 보였다.
그 주위를 둘러싼 흰구름은 어니스트의 이마를 덮고 있는 백발과도 같았다.
그 광대하고 자비로운 모습은 온 세상을 포옹하는 듯하였다.

그 순간, 어니스트의 얼굴은 그가 말하려던 생각에 일치되어,
자비심이 섞인 장엄한 표정을 지었다.
그 시인은 참을 수 없는 충동으로 팔을 높이 들고 외쳤다.

“보시오! 보시오! 어니스트 씨야말로 큰 바위 얼굴과 똑같습니다.”

모든 사람들은 어니스트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 안목 있는 시인의 말이 사실인 것을 알았다.
예언은 실현되었다.
그러나 할 말을 다 마친 어니스트는 시인의 팔을 잡고 천천히 집으로 돌아가면서,
아직도 자기보다 더 현명하고 착한 사람이
큰 바위 얼굴 같은 용모를 가지고 쉬 나타나기를 마음속으로 바라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