好學의 人生/[우주만물]세상만사

Act 2. 전쟁의 폭풍 (Storm of war)

好學 2012. 2. 11. 04:43

 

Act 2. 전쟁의 폭풍 (Storm of war)

이러한 불안한 유럽의 정세가 깨진 것은 1914년 한발의 총성에 의한 것이었다. 항상 언제 터질줄 몰랐던 화약고와 같았던 발칸바도에서 세르비아의 한 우익 청년이 자국에 대해서 부당한 압력을 가해오던 오스트리아-헝가리 연합의 왕위 후계자인 프란츠 페르디난트를 암살한 것이다. 이 작은 사건은 마치 언제타오를지 모르는 기름에 성냥을 던진것과 같았다.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오스트리아는 이 하늘이 내린(?) 기회를 빌미로 세르비아를 맹렬히 비난하면서 세르비아에 대한 선전포고를 선언했고 동시에 가차없는 침략이 시작되었다. 오스트리아의 군수뇌부에게는 이 전쟁은 일방적인 전쟁이 될것이었고 쉽게 세르비아를 집어삼킬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그러나 상황이 이렇게 되자 발칸반도 슬라브국가의 맹주를 자칭해오던 러시아가 오스트리아에 대해서 선전포고를 했다. 그런데, 이것이 독일을 자극했다. 독일은 오스트리아의 혈맹관계를 이유로 러시아에 대해서 군사 동원령을 내렸다. 사실 독일이야말로 전쟁을 가장 바라고 있던 나라였다.

 

식민지 쟁탈에서도 영국과 프랑스들의 나라에 대해서 뒤쳐진 상태였고 이에대한 불만이 그동안 쌓여왔던데다가 단기간의 엄청난 군비성장과 국민들의 강국에 대한 열망, 그리고 안정된 국내정세등으로 전쟁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던차에 좋은 빌미가 생긴 것이다. 이러한 독일의 움직임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나라는 영국과 프랑스였다. 독일보다 앞서 전세계를 식민지화하며 부강한 나라로 성장했던 이 두나라는 그들의 기득권에 도전해오는 새로운 강국 독일을 못마땅하게 생각했던 것이다. 결국 독일의 군사행동을 불안하게 지켜보던 유럽의 여러나라들은 1914년 8월 4일 독일이 중립국인 벨기에를 침략하게되자 프랑스와 영국의 주도하에 독일-오스트리아에 대항한 연합군의 결성을 선언했다. 드디어 전 유럽이 서로 편을 갈라 사상 유래를 찾아볼수 없던 혹독한 전쟁의 폭풍에 빠져들었다.

* 전쟁의 본질 (Inside of war) *

[참전을 독려하는 포스터]

이 새로운 전쟁이 시작되자마자 지도에는 연필로 그어놓은 듯한 모양의 전선이 형성되었고, 애국심에 불타는 수많은 젊은이들이 크리스마스가 되기전에 승전가를 부르며 집으로 보내주겠다는 각국의 군수뇌부의 자신있는 약속에 고무되어, 영웅적인 귀환을 마음에 그리면서 군가를 부르며 국민의 환호 속에 입대하여 전장으로 향했다. 아무도 그들이 겪게 될 처참한 운명에 대해서는 상상조차 하지 않았다.

예견되었던 대로 전쟁이 막 시작될 무렵 전략적인 우세는 독일쪽에 있었다. 영-불 연합군보다 더 먼저 전쟁을 준비했었고 우수한 화력과 전략을 바탕으로 신속한 진격을 이루었던 독일군은 거의 모든 전선에서 영국과 프랑스를 연파하면서 8월이 다 지나갈무렵 프랑스 파리의 외곽에까지 도달하여 거의 승리를 눈앞에 둔 시점까지 도달했다. 전유럽을 공포에 빠뜨렸던 이 승전가도는 그러나 이후의 전략적인 실수에 의해서 만강에서 연합군의 전면적인 반격을 받았다. 이 전투에서 양측이 모두 엄청난 타격을 받았으나 그때까지 승승장구 하던 독일의 진군은 중단되었고 일부전선에서는 퇴각하고 있었다. 영국과 프랑스로서는 정말로 한숨을 돌린 이 '만강의 전투' 이후 크게 손실을 입은 양군은 모든 전면적인 공격작전을 중단하고 프랑스해안으로부터 벨기에, 스위스의 국경선까지 이르는 1000km에 달하는 넘는 전선을 형성하고 참호와 토치카를 건설하여 서로 막강한 화력을 겨눈 채 대치하고 있었다. 이때부터 1차 세계대전을 상징하는 이른

바 '참호전'이 시작된 것이다.

 

[참호속에 움츠러들어 서로 마주보는 양측의 병사들]

전쟁의 본질은 과거에비해 너무도 달랐다. 엄청난 화력의 새로운 무기가 그 위력을 과시했으며 병사들을 말 그대로 도륙했다. 전장의 참혹한 상황을 전혀 몰랐고 알려고도 하지 않았던 장군들은 지도에 화살표를 그리면서 대포와 기관총이 가득한 전장속으로 진격하라는 명령을 남발했다. 공격명령이 떨어지면 총검을 든 병사들이 참호속에서 일제히 뛰어나와 무모한 돌격을 감행했다. 곧 적군의 기관총과 속사포의 응사가 시작되면 이내 헤아릴수 없는 젊은 생명들이 그들의 뜨거운 피를 뿌리면서 차가운 땅위로 쓰러져갔다. 한 순간의 전투가 끝나면 포연 속에 폐허가 되어버린 땅위에는 각국의 젊은이들의 시체가 쌓여있었다. 모든 병사들은 이런 참혹한 전투가 끝나면, 이내 싸우려는 의욕을 잃어 버린 채 날아오는 포탄과 총탄의 비를 피하기 위해서 참호속에 웅크리게 되었다. 머리를 내밀때마다 저격수의 총구가 그들을 노리고 있었으며, 수많은 기관총과 대포를 서로 겨눈 채 적이 공격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것이 바로 1차세계대전의 본질을 한마디로 함축하고 있는 참호전이었다.

이후의 3년간 이러한 참호전이 계속되었으며 전선의 병사들은 몸과 마음이 모두 지칠대로 지쳐버렸다. 그러나 후방에서 전선의 상황을 무시하면서 전쟁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한 장군들은 지도에 선을 그으면서 공격명령이 남발했다. 공격명령이 떨어질 때마다 무의미한 돌격이 시작되었고 기관총탄과 포탄의 파편이 난무하면서 수많은 병사들이 전장을 피로 물들이며 죽어갔다. 버든, 솜므, 이프르등의 전선은 광기에 어린 피비린내의 상징이 되어버렸고 전쟁이 언제 끝날지 아무도 모르는 채 암흑과 같은 상황에 빠져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