端宗御製 子規樓詩 (단종어제 자규루시)
一自寃禽出帝宮 (일자원금출제궁)
孤身隻影碧山中 (고신척영벽산중)
假眠夜夜眠無假 (가면야야면무가)
窮恨年年恨不窮 (궁한연년한불궁)
聲斷曉岑殘月白 (성단효잠잔월백)
血流春谷落花紅 (혈류춘곡낙화홍)
天聾尙未聞哀訴 (천롱상미문애소)
何乃愁人耳獨聽 (하내수인이독청)
한 마리 원한 맺힌 새가 궁중을 나와
푸른 산 속에 외로운 그림자 드리웠네
밤마다 잠을 청하나 잠을 못 이루고
해마다 한을 삭이려 하나 한은 끝이 없어
새벽 산에 슬픈 울음 끊어지니 잔월이 희뿌옇고
봄 골짜기 토한 피 흘러 떨어진 꽃을 붉히네
하늘은 귀가 먹어 슬픈 소리 못 듣는데
어이하여 근심겨운 사람 홀로 귀만 밝는가
[해설]
이 시는 단종(1441∼1457)이 세조에게 왕위를 빼앗기고(계유정란,1453) 영월에 귀양 가 있을 때 영월 영흥리에 있는 자규루(子規樓)에 올라 지은 시라고 하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당시 어린 단종(노산군)의 애틋한 마음을 대하는 것 같아 제 가슴을 저리게 합니다. 열 두 세 살 어린 나이에 얼마나 그 시름이 깊었으면 이토록 피를 토하듯 절절하게 자신의 마음을 시로 담아 냈을까? 500여년이 훨씬 지난 지금에 읽어도, 고독하고 참담한 당시의 심경은 가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옛 선인들의 자연예찬이나 신변잡기에 관한 시도 좋아하지만, 특히 사면초가의 답답하고 처절한 심경을 읊은 이 한시를 저는 참 좋아합니다.
*자규(子規)는 소쩍새, 두견(杜鵑), 망제혼(望帝魂), 귀촉도(歸蜀道), 불여귀(不如歸), 두우(杜宇), 접동새 등 여러 가지 이름이 있는데, 예부터 시적감흥을 일으키는 소재로 많이 사용해 왔음. 단종은 자신을 한마리 한맺힌 자규(子規)로 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