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가을이 깊어지면 우리 회사는 두 가지 자원봉사활동을 준비한다.
하나는 김장 나눔이고, 다른 하나는 연탄 배달이다.
올해에도 많은 직원이 땀을 흘리며 사회 구성원의 일원으로서 자기를 되새겨볼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우리가 가장 힘들었을 때부터 해온 일이다.
사업을 시작해 6년 동안 매출 없이 수천억 원을 투자한 적이 있었다.
대출상환 독촉에 매일같이 시달렸다.
은행 문이 열리는 게 가장 무서웠던 시절이었다.
그렇게 오랫동안 매출이 없을 것이라고 처음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하루는 너무 힘들어 내가 믿는 신에게 위기에서 벗어나게 해달라고 기도를 했다.
첫 매출이 나오면 그 모두를 사회에 헌납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이듬해 처음으로 매출이 일어났다. 당시로서는 우리에게 아주 큰돈이었다.
임직원들이 피땀 흘려 7년 만에 처음으로 만져본 돈을 모두 헌납하자니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신에게 기도의 반만 들어주신 것 같다며 반으로 줄여달라고 사정도 해봤다.
하지만 아무 말씀이 없으셨다. 찜찜하고 두려웠다.
그래서 약속대로 그 돈 모두를 셀트리온복지재단에 출연하고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큰 철학을 가지고 시작한 일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회사를 운영하면서 잘한 일 중에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 때문에 적어도 창피한 줄 모르고 기업활동을 하고 있다.
기업은 기본적으로 해야 할 여러 가지 일이 있다.
우선 이익을 내서 회사를 유지시키고 성장시켜야 한다.
돈을 벌면 회사를 구성하는 경영자, 직원, 주주, 고객들과 이익을 나눠야 한다.
이를 통해 고객에게 감동을, 주주에게 신뢰를, 직원에게는 성취감을 줘야 한다.
특히 직원에게는 최고 대우와 복지로 자긍심을 갖게 해줘야 한다.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회사라는 울타리를 넘어서 어려운 사람들을 위로해야 한다.
또 우리의 모습을 바라보는 사회 구성원들에게 기쁨을 줘야 한다.
이러한 사이클을 통해 기업은 사회와 소통하는 것이다. 사회와 단절된 기업은 성장할 수도, 발전할 수도 없다.
해마다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임직원들에게 한 가지 부탁을 하곤 한다. 베푼다는 표현을 쓰지 말라는 것이다.
먼저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라고 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사회로부터 먼저 받고 되돌려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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