好學의 時事/[시사 칼럼]

흑산도 명물 홍어

好學 2011. 11. 9. 20:45

흑산도 명물 홍어

 

 

 

정약전은 1801년 흑산도로 유배 가 16년을 머물다 세상을 떴다. 그는 227종의 수산물과 바닷새를 기록한 책 '자산어보(玆山魚譜)'를 남겼다. 흑산도 명물 홍어에 대해선 "암놈은 먹이 때문에 죽고 수놈은 간음 때문에 죽는다"고 썼다. 암놈이 낚싯바늘에 걸리면 멋모르고 달려든 수놈도 한 몸이 돼 올라왔다는 얘기다.

 

▶흑산도에서 회로 먹던 홍어를 삭혀 먹기 시작한 것이 고려 말이었다고 한다. 섬사람들은 노략질 온 왜구를 피해 잠시 영산강을 거슬러 나주로 피하곤 했다. 이때 갖고 간 홍어가 배를 타고 가는 사이 발효되면서 톡 쏘는 맛이 났다. 그래서 나주 사람들은 삭힌 홍어는 나주가 원조라고 말한다. 먹는 방식도 조금씩 달라 흑산도에선 막걸리 식초에 소금·참기름·쪽파를 더한 초장에 찍어 먹는다. 나주에선 된장에 고춧가루·식초를 섞은 초장이 있어야 하고, 함평과 영암에선 소금에 찍어 먹는다.

 

 

전남 고흥 출신 시인 송수권은 '아 맵고도 지릿한 홍어의 맛/ 그처럼 밤도 깊은 남도의 식탁'이라고 노래했다. 경북 청송이 고향인 소설가 김주영도 장편 '홍어'에서 감칠맛 나게 묘사했다. '콧등을 톡 쏘는 내음과 곰삭은 고기맛, 살이 결을 따라 쫄깃거려서 구수하고 듬직한 맛이 일품이다.'

▶홍어에 돼지고기·마늘·쌈장을 곁들여 먹을 때 막걸리가 빠질 수 없다. 막걸리 바람이 불자 홍어 수입도 늘었다. 칠레를 비롯해 13개국에서 오는 홍어가 90%를 차지한다. 귀한 흑산도 홍어가 나머지 수요를 채운다. 그런데 요즘 중국 어선 100여척이 우리 영해를 넘어와 흑산도 해역에서 저인망으로 홍어를 싹쓸이하고 있다. 지난해 전남 신안군에서 어민 한 명이 일주일 동안 조업해 홍어 300~400마리를 잡았지만 요즘엔 10~30마리만 건진다고 한다.

 

▶홍어는 중국 요리에 잘 쓰이지 않는다. 그러나 중국 어선들은 멸치와 고등어를 잡으러 왔다가 애꿎은 홍어까지 잡아간다. 버리기도 하지만 중국으로 가져가 무역업자를 통해 도로 우리나라에 수출한다. 흑산도 홍어는 ㎏에 8만원이지만 중국산으로 둔갑한 흑산도 홍어는 5만원씩 친다. 홍어 맛도 모르는 중국인들이 돈맛에 취해 우리 입맛을 갖고 장난을 치는 꼴이다.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에 대해 우리 정부가 톡 쏘는 홍어 맛 같은 대책을 내놓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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