好學의 時事/[시사 칼럼]

서울시장

好學 2011. 10. 8. 22:35

서울시장

 

 

 

1990년대 초 이원종 서울시장이 도쿄를 방문했을 때 일이다.

"서울은 왜 도쿄처럼 도시가 반듯반듯하지 못하고 길거리가 깨끗하지 못한가." 기자들은 당시 서울 모습과 도쿄를 비교하면서 꼬집었다.

서울시에서 공무원을 시작해 시장 자리에 오른, 누구보다 시정에 정통했던 이 시장은 "예산만 더 확보된다면 무엇보다 먼저 하고 싶은 일이…" 하고 아쉬움을 내비쳤던 기억이 난다.

서울시장에게 있어서 선진국 도시와의 비교는 그때나 지금이나 항상 골치 아픈 대목이다. 수도 역시 하나의 지방이지만 나라의 얼굴이고, 경쟁력의 원천이라서 서울시장에게는 다른 지자체장과는 다른 잣대가 적용된다.

실제 일상 대화에서 영국 프랑스 미국 같은 나라들하고 나라 간 비교하는 일보다는 런던 파리 뉴욕과 비교하는 일이 더 많다. "영국에 가봤더니" 운운하기보다는 "런던에 가봤더니" 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게 사실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다가오면서 서울시장직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가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광복 후 지금까지 모두 30명(연임 포함)의 시장이 거쳐 갔다. 이 가운데 2명(윤보선ㆍ이명박)은 대통령이 됐고, 2명(허정ㆍ고건)은 대통령 직무대행을 할 정도로 비중 있는 인사들로 채워졌다.

민선으로 복귀한 이후 처음으로 당선된 조순 시장은 업무 상당 부분을 국장들에게 맡기는 스타일이었다고 한다. 인구 1000만명에 20조원의 예산을 쓰는 복잡한 서울시정을 시장이 일일이 다 파악하기도 힘들고 시간도 걸린다는 측면에서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시정이라는 게 드러나지 않은 함정도 많다는 점에서 경제학자 출신다운 합리적인 선택이었을 수 있다. 여의도 공원화를 추진하면서 `녹지환경` 분야에 업적을 남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고건 시장은 `행정의 달인`답게 문제 발생 소지를 줄여나가는 데 역점을 뒀다는 게 공무원들 평가다. 오랜 공직생활을 거치면서 서울시정의 내재적 위험 요인을 잘 알고 있었던 그는 안으로는 행정 투명성을 강조했고, 밖으로는 원만하게 시정을 이끄는 데 주력했다. 2기 지하철 완공에 힘을 쏟았다는 점에서 점수를 받고 있다.

이명박 시장은 당선되자마자 곧바로 업무에 몰입해 `보고하면 결론을 냈다`는 게 공무원들 전언이다. 청계천 사업뿐만 아니라 수십 년간 답보 상태였던 서울시내 대중교통 시스템을 정비했다.

오세훈 시장은 당선 후 2~3년간 시정을 파악하고 조직을 장악하는 데 주력했다는 후문이다. 그의 결론은 서울의 쾌적성(amenity)을 높이는 데 있었던 것 같다. 학습기간이 지난 후에는 무분별한 간판들을 정돈하는 등 소위 `불쾌ㆍ불만ㆍ불안` 요인을 없애는 데 주력했다.

역대 시장들의 공과에 대한 평가는 아직 이르다. 다만 시장들이 한 일 가운데 기억에 남는 일은 모두 `큰 정치`와는 무관한 순수 행정업무 혹은 관리업무였던 것 같다.

시민들 개개인의 24시간에서 서울시장과 무관한 일을 찾는 건 불가능하다.

아침에 일어나면 마시게 되는 물, 출퇴근길ㆍ등하굣길의 편리성, 공기오염, 재해대책, 관광경쟁력, 안전대책, 주거문제 등 시민의 재산과 안전, 편의에 관한 모든 일이 시장의 관장 업무다.

서울시 국제경쟁력이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서울시민들이 편안하고 안전하다고 느낀다면 저절로 올라가게 마련이다.

불과 20여 일 앞으로 다가온 서울시장 보선에서 후보 간 정치적 공방은 그런 점에서 제대로 된 포커싱이 아니다. 누가 더 시민들의 24시간을 위해서 정성을 쏟을지, 그 결과로 서울 위상을 높여 국가에 보탬이 될지 판단해 볼 필요가 있다.

후보들 역시 시민들에게 실질적으로 뭘 해줄 수 있는지, 서울에 어떤 업적을 남길 각오인지 구체적인 아이디어들을 제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