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0세대'과 ,5060세대,
5060세대는 유년 시절 가난 딛고 성장시대 맞아 잘살게 됐으나 유복한 성장기 보낸 2040세대는 低성장·高실업으로 상승 기회 없어
세대간 갈등과 대결보다는 호혜적 공존 지혜 모색해야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 표심(票心)의 향배를 놓고 새삼 '2040세대' 담론이 사회적 화두로 부상 중이다. 20대의 반값 등록금, 30대의 청년실업, 40대의 전세 대란이 박원순 서울시장 탄생의 숨은 주역이라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는 듯하다.
향후 한국 사회에서 구조적 불평등을 형성하게 될 주요 축(軸)은 계급도 아니요 지역감정도 아니고 바로 세대갈등이 되리라는 분석은 이미 1990년대 초반 사회학자들에 의해 제기된 바 있다. '젊은 피 수혈론'의 주역이었던 386세대 비약론이든, 최근의 대규모 은퇴로 인한 베이비붐 세대 위기론이든 세대 문제는 전혀 새로운 이슈가 아니다. 그런데도 2040세대 논의가 정치권 안에 자리하게 되면서 정작 세대 간극의 원인을 분석하고 이의 해소 방안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시야가 협소해지고 단기처방에 연연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20대부터 40대까지 연령층을 진정 단일세대로 묶을 수 있을는지 여부는 좀 더 시간을 두고 기다려볼 일이다. 다만 현 시점에서 주목할 만한 사실은 2040세대와 5060세대를 가르는 중요한 축이 '부자 아빠, 가난한 아들 세대' 대(對) '가난한 아빠, 부자 아들 세대'의 충돌이란 점일 것이다.
지금의 5060세대는 유년시절 가난과 굶주림을 경험하긴 했으나 청년기 이후에는 지속적인 고도성장의 열매로 인해 사회 전반의 상향 이동이 이루어짐으로써 부모보다 잘살게 된 행운을 누린 세대다. 반면 2040세대는 부모들에 비해 유복한 유년시절을 보내긴 했지만 IMF 외환위기 이후 저속성장으로 인한 계층구조의 공고화와 고(高)실업사회 진입을 경험하게 되면서 부모보다 잘살게 될 확률이 매우 희박해진 불운의 세대가 되었다.
5060세대에게 대학 진학은 사회적 특권의 상징이었고 졸업하고 대학문을 나서는 순간 일자리가 눈앞에 널려 있었기에, 대학 졸업장은 계층 상승이동의 통로 구실을 톡톡히 했다. 반면 2040세대에게 대학 진학은 너나없이 뚫고 들어가야 할 준(準)의무교육으로 바뀌었고, 학력 인플레이션은 오히려 대학 간 서열의 공고화로 연결되어 학벌주의의 폐해를 고스란히 끌어안아야만 했다. 설상가상으로 신자유주의의 물결 위로 고용 없는 성장의 세례를 받아 청년실업 첫 세대, 88만원 세대, 트라우마 세대란 오명을 얻기도 했다. 뿐만이랴. 예전엔 단칸 셋방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해도 허리띠를 졸라매면 언젠가는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룰 수 있었지만, 이젠 부모의 도움 없인 서울에 전셋집 한 칸 마련하는 일도 벅찬 것이 2040세대의 현실이요, 내 집 마련은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일이 되어 버렸다.
상황이 이렇고 보니 5060세대 입장에선 대학 공부까지 시켜주었건만 변변한 직장에 취직 하나 제대로 못하는 아들 딸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고, 2040세대 입장에선 출구조차 없는 암울한 현실은 외면한 채 기득권 고수에 여념 없는 5060세대를 향한 분노가 고개를 들면서 '세대 전쟁'이라 불러도 손색없을 전선(戰線)이 형성되고 있다. 이 전선 위로 의미심장한 반전(反轉)이 등장했으니, 하나는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혁명에 힘입어 전통적인 권력을 희화화할 수 있는 권력이 2040세대의 손에 쥐어졌다는 사실이요, 다른 하나는 종전에는 사회적 지위 자체에 자연스레 권위를 부여해주었던 '지위권위(positional authority)' 대신 개인의 역량과 자질 여하에 따라 권위를 선별적으로 인정해주는 '개인권위(personal authority)'가 부상하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그 결과로 5060세대는 자신들의 부모세대가 편안하게 누렸던 지위권위를 향수 어린 눈으로 바라보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하지만 세대(世代)의 묘미는 누구나 예외 없이 신세대로부터 기성세대로 이행해간다는 사실이다. 지금은 기성세대의 가치를 비판하고 그들의 통제에 저항해보지만 머지않아 자신들도 기성세대가 되어 비판과 저항의 대상이 되게 마련이다. 따라서 지금의 관건은 사회적 격변을 거치는 동안 끊임없이 등장하는 다양한 세대의 출현을 갈등과 대결로 규정하기보다는 주고받고 되돌려주는 '증여(贈與)의 사슬' 속에서 세대와 세대 간 호혜적 공존의 지혜를 모색하는 일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이런 인식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