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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화호 조력발전소 오늘 첫 기동]열린다, 달님의 선물… 인구 50만 도시에 바닷물이 전기 돼 흐른다

好學 2011. 8. 4. 20:53

 

[시화호 조력발전소 오늘 첫 기동]열린다, 달님의 선물… 인구 50만 도시에 바닷물이 전기 돼 흐른다

 

 

 

 

 

1일 경기 시흥시 오이도에서 차를 타고 시화방조제 위로 놓인 도로를 따라 10분을 달리자 거대한 수문이 나타났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바다 22m 아래로 내려가자 ‘콰앙’ 하는 굉음이 먼저 귓가를 때렸다. 바닷속에 지름 7.5m, 무게 800t 규모의 발전기 10기가 일렬로 늘어선 그곳은 국내 최초이자 세계 최대 규모로 세워진 ‘시화호 조력발전소’였다.

3일 시화호 조력발전소의 첫 가동을 앞두고 이날 3호 발전기의 성능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었다. 중앙제어실의 기술자들은 발전기 움직임과 발전량이 표시되는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당초 11월부터 본격적인 전력 생산에 들어갈 계획이었지만 여름철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3일부터 시험운전이 끝난 5기의 발전기를 우선 가동하기로 했다. 김병호 수자원공사 중앙제어실 차장은 “직원들이 2주째 밤샘근무를 하며 최종 마무리 점검을 하고 있다”며 긴장된 분위기를 전했다.

○ 첫 삽 뜬 지 7년 만인 12월 공식 준공

현재 전체 공정의 98%가 진행된 시화호 조력발전소는 12월 공식 준공을 앞두고 있다. 2004년 12월 첫 삽을 뜬 지 7년 만이다. 현재 발전소 외부 조경공사와 발전소 옆에 들어설 생태공원 및 홍보관 마무리 공사만 남겨두고 있다.

시화호 조력발전소의 발전설비용량은 254메가와트(MW)로 1966년 세계 최대 규모로 만들어진 프랑스 랑스 조력발전소의 용량(240MW)을 앞선다. 연간 발전량도 시간당 552기가와트(GW)로 소양강댐의 1.56배. 12월부터 인구 50만 명 도시에 바닷물이 만들어낸 무공해 청정에너지가 공급되는 것이다. 연간 86만2000배럴의 원유 수입을 대체해 매년 약 942억 원을 절감할 수 있는 규모다. 연간 이산화탄소 발생량도 31만5000t 줄여 약 66억 원을 절감할 것으로 기대된다.

송우복 수자원공사 전문위원은 “조력발전을 ‘달님이 주는 선물’이라고 표현하는데 3일 조기 가동을 통해 인구 16만 명 도시에 시간당 1500만 kW의 전력을 선물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만기 시화조력관리공단 단장은 “국내에 처음으로 세워진 시화호 조력발전소가 세계 최대 규모로 건립됐다는 점에서 앞으로 한국이 조력발전 관련 건설 및 기술을 수출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서해안, 조력발전 최적의 입지”

시화호 조력발전소는 밀물 때만 발전이 가능한 창조(漲潮)식 발전방식으로 가동된다. 하루 두 차례, 한 번에 4시간 25분간 발전기를 가동한다. 썰물 때 시화호 해수면 높이가 3m 아래로 낮아진 상태에서 수문을 막은 뒤 밀물이 시작되면 조차(潮差)가 2m 정도 됐을 때 수문을 열어 쏟아지는 바닷물이 지름 7.5m, 무게 53t의 프로펠러를 작동시켜 발전하는 원리다. 발전기 1기에 쏟아지는 바닷물 양은 초당 500t. 평상시 서울 여의도 부근을 흐르는 한강이 초당 150t 수준임을 감안하면 엄청난 압력의 바닷물이 전기를 만드는 셈이다.

김 단장은 “지구상에서 서해안처럼 조력발전을 할 수 있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진 곳이 몇 군데 되지 않는다”며 “이를 잘 활용해 대체에너지 비중을 늘리고 화석연료가 고갈될 때를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시화호 조력발전소 외에도 충남 태안군과 서산시 일대 앞바다(가로림), 인천 강화군 일대 앞바다(강화), 충남 당진군과 경기 평택시 앞바다(아산만), 강화도 남단과 영종도 북단(인천만) 등 서해안 4곳에서 조력발전소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4곳 모두 시화호 조력발전소의 설비용량이나 투자비를 넘어서는 규모로 세계 최대 조력발전소가 서해안에 줄줄이 들어서는 것이다. 하지만 해당 지자체와 주민들이 환경 파괴와 어족자원 고갈 등을 이유로 반대하는 데다 정부부처 간에도 의견이 엇갈리며 사업 추진에 난항을 겪고 있다. 송 전문위원은 “시화호 조력발전소도 사업 초기 경제성이 없고 환경 파괴라는 비판을 받았다”며 “하지만 조력발전을 통해 바닷물을 순환시켜 시화호 수질을 개선하고 인근 지역과 연계해 관광객을 유치하는 데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평가했다.

 

 

시화호 조력발전소 건설사령탑

 

 

3일 첫 가동에 들어간 시화호 조력발전소에서 7년간 건설현장을 지휘한 고영식 대우건설 부장은 “서해 바다의 큰 조차와 비바람을 이겨내며 세계 최대의 조력발전소를 지었다”고 말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바다 한가운데 ‘달님의 선물’을 모시기까지 7년이 걸렸어요. 이 기간은 물과의 전쟁을 벌인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고영식 대우건설 부장은 3일 동아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국내 최초,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시화호 조력발전소가 정상적으로 가동하는 것에 대한 소회를 묻자 “감격스럽고 뿌듯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고 부장은 2004년 7월 공사팀장으로 부임한 뒤 2009년부터 총괄현장소장을 맡아 시화호 조력발전소 건설현장을 지휘했다. 그에게 현장에서 보낸 7년은 매 순간이 도전이었다. 처음 조력발전소 도면을 봤을 때는 막막한 심정이었다고 한다. 국내 최초의 조력발전소여서 자문할 곳도, 마땅히 참고할 만한 자료도 없었다. 스스로 관련 서적을 찾아 읽고, 해외의 조력발전소 공사현장을 돌아다니며 ‘감’을 익혀야 했다.

그를 괴롭힌 것은 바다 한가운데 지을 발전소 건설현장을 확보하기 위한 물막이 공사였다. 서해의 거센 밀물과 썰물에 버틸 수 있는 물막이 기둥을 설치하는 게 관건이었다. 현장팀은 바다 한가운데에 지름 20m짜리 쇠기둥 29개를 둥그렇게 이어 붙여 축구장 12개 크기인 13만 m²의 공간을 만들었다. 기둥이 흔들리지 않도록 기둥마다 모래를 가득 채웠지만 거친 파도에 기둥이 기울어지는 등 그야말로 난공사였다. 10개월여 만에 물막이 기둥을 성공적으로 설치했는데, 국내에서 처음 시도된 이 공법은 나중에 특허까지 받았다.

이후 물막이 안 바닷물을 퍼낸 뒤 바닥을 드러내는 건조작업은 고통의 연속이었다. 발전소 기초 및 각종 구조물 설치 공사를 위한 사전 단계로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고 부장은 “물막이 틈새로 바닷물이 들어올 수도 있고, 폭우라도 쏟아지면 물을 퍼내야 했기 때문에 현장 직원들은 밤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다”고 했다. 2006년 12월에는 바닥 암반층을 뚫고 바닷물이 솟구쳐 6개월간 전체 공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발전소 건설공사를 끝내고 다시 바닷물을 채우는 과정도 험난했다. 100만 t가량의 물을 한꺼번에 채우면 발전소 안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물을 일부 넣고 점검하고, 조금 더 넣고 점검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15일로 예상했던 물막이 해체 및 물채우기 공사기간은 70일로 늘어났다고 한다.

시화호 조력발전공사는 당초 올해 11월 가동될 예정이었으나 여름 전력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3일부터 10기 가운데 5기가 조기 가동에 들어갔다. 고 부장은 당분간 휴가 없이 발전소 주변을 지켜야 한다. 바닷물과의 전쟁이 지겨울 만도 한데 고 부장은 “이번 경험을 통해 얻어진 노하우가 많다”며 “추가로 만들어질 조력발전소는 더 잘 만들 자신이 있다”고 의욕을 감추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