好學의 漢字文學/[고사성어]故事成語

[살롱] 茶室

好學 2011. 7. 23. 22:43

[살롱] 茶室

 

 

 

차는 ‘슬로 푸드(slow food)’이다. 주전자에서 물이 보글보글 끓는 소리를 듣고, 찻잎을 다호(茶壺)에서 우리고, 찻잔에다 차를 따른다. 우러난 색깔을 감상하면서, 차의 향기를 코로 맡고, 모인 사람들이 서로 그 맛을 같이 음미하는 과정이 모두 긴장을 풀어주는 작용을 한다.

차를 본격적으로 즐기고 싶은 사람들은 집안에다가 별도로 ‘다실(茶室)’을 만들어 둔다. 돈이 좀 들어가더라도 다실은 하나 가질 만하다. 인생 살면서 이 정도의 멋은 부려야 되는 것 아닌가. 다실에 관심이 많아서 그동안 전국에 다실을 가지고 있는 집들을 찾아 다닌 적이 있다.

그 중에서 인상적인 곳이 제주대학교 현해남(51) 교수의 집안에 있는 다실이다. 제주 시내에서 좀 벗어난 한라산 자락에 집이 위치하고 있어서 우선 전망이 좋다. 7평 정도의 다실은 벽이 통유리로 되어 있어서 멀리 바다가 보인다. 다실 벽은 누런색의 원목으로 되어 있어서 들어가면 쾌적한 느낌을 준다. 벽 주변으로는 30여개의 크고 작은 제주옹기들이 조화를 이루면서 가지런하게 놓여 있다. 차를 저장하기 위한 용도이다. 무릎 정도 올라가는 항아리에서부터 바가지 크기만한 옹기, 밥사발 크기만한 작은 것도 있다. 제주 특유의 돌가마에서 구워낸 제주옹기의 질박한 색감이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가 하면, 찻잎을 보관하기 위한 용도로도 뛰어나다. 숨쉬기 때문이다.

차를 마실 때 모이는 인원은 대략 7~8명. 일주일에 한두 번 모인다. 식사를 마친 다음이므로 국산 녹차부터 시작한다. 녹차는 뱃속과 입안을 개운하게 만든다. 그 다음에는 반 발효차인 철관음(鐵觀音)이나 대홍포(大紅袍)를 마신다. 코끝에서 휘감아 들어오는 향기가 그만이다. 마지막에는 보이차(普?耳 茶)이다. 30년 이상 제대로 발효된 보이차는 깊은 맛이 우러난다. 값이 비싸다는 것이 흠이지만, 진짜 보이차는 몸 안의 기운을 돌려주는 효과가 있어서 거의 보약에 가깝다.

다실 주인인 현 교수는 월급 타면 생활비 외에는 대부분 차를 구입하느라고 가산이 탕진(?)될 정도이다. 이 다실에서 차를 우려내는 단골 팽주는 호가 ‘다광(茶狂)’이다. ‘차에 미친 사람’이라고 해서 친지들이 붙여준 이름이다. 다광 선생이 우려낸 차는 번뇌를 없애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