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롱] 歲歲年年花相似 [세세년년화상사]
해마다 어김없이 봄은 오고, 봄이 오면 꽃은 피기 마련이다. 봄에 피는 꽃을 바라보면서 고인들은 시를 한 수(首) 읊었다. ‘세세년년화상사(歲歲年年花相似) 세세년년인부동(歲歲年年人不同)’. “작년에나 올해나 꽃은 똑같이 피는데, 작년에나 올해나 사람은 똑같지 않구나”.
요즘 매화가 한창이다. 옛 어른들은 100가지 꽃 중에서 매화를 최고로 여겼다. 극상품(極上品)의 꽃이 매화다. 그래서 선비들이 서로 선물하던 꽃이다. 조선에서는 분재(盆栽)가 발달하지 않았지만, 매화만큼은 예외였다. 화분에 담은 분매(盆梅)를 친한 사람들끼리 서로 선물하곤 했던 것이다.
매화는 한사(寒士)를 상징하는 꽃이라서, 춥고 배고픈 처지에 있는 선비들이 특히 애호하였다. 정쟁에서 패배하여 적막강산의 오지로 유배를 당하였을 때 그 고독을 달래주던 꽃이 바로 매화였던 것이다. 양명학을 공부하였던 강화학파(江華學派)는 조선시대 춥고 배고프던 비주류 학파였다. 이 강화학파에서 유별나게 매화를 좋아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민영규 선생이 쓴 ‘강화학 최후의 광경’에 보면 강화학파에서 전해져 내려왔던 ‘월사매(月沙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월사매는 조선시대 4대 문장가의 하나로 꼽히는 월사(月沙) 이정구(李廷龜·1564~1635)에게서 유래된 매화를 가리킨다. 월사가 명나라에 사신으로 갔을 때, 북경 곤명원에서 나눠 가져왔던 매화다. 악록선인(?錄仙人)이라는 별명이 있을 만큼 특별했던 매화였다고 한다. 이 매화에 접을 붙여서 강화학파 멤버들 간에 서로 나눠가지는 습관이 있었던 모양이다.
영재 이건창은 항상 이 월사매를 주변사람들에게 자랑하곤 하였다. 한강이 바라다 보이던 이건창의 사랑채는 강위(姜瑋), 여규형(呂圭亨), 정만조(鄭萬朝), 김택영(金澤榮) 등이 출입하면서 시회를 열던 곳이었고, 자연스럽게 월사매에 대한 명성이 퍼져 나갔다. 강화학파의 이건창과 깊은 인간적 교류가 있었던 구례의 매천 황현도 역시 이 월사매에 대한 소문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호가 ‘매천(梅泉)’인 데서 드러나듯이 황현도 매화를 사랑하였고, 매화를 중히 여겼던 강화학파의 전통과 맥을 같이 하고 있는 것이다.
매화는 늙을수록 품격이 높아진다. 올해 매화가 지기 전에 꼭 한 번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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