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롱] 會三歸一
인간은 이기적인 본능으로 똘똘 뭉친 것 같지만 껍질을 파고 들어가면 다른 한쪽에는 이타적인 본능도 가지고 있다. 인간은 분열하고자 하는 욕망도 있지만 통합하고자 하는 욕망도 있다. 현대사회는 분업화되고 다원화되면서 이기와 분열 쪽으로만 내달리고 있다. 그 이면의 ‘이타’와 ‘통합’의 욕구를 충족시킬 기회가 좀처럼 없다. 있다고 한다면 그게 바로 스포츠이다.
이번에 세계야구대회를 통해서 한국 사람들은 모처럼 만에 통합에서 오는 쾌감을 경험할 수 있었다. 스포츠는 지역과 계층, 빈부를 떠나 사람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흡인력이 있다. 이번 대회 세계 올스타에 뽑힌 이승엽·박찬호·이종범이 서로 손을 잡고 있는 신문 사진을 보니 마음이 흐뭇하다. 승엽은 대구이고, 찬호는 공주, 종범은 광주 출신이다. 영남·충청·호남이라고 하는 삼남(三南)이 연대해서 세계 4강을 이끈 것이다. 영남은 승부처에서 홈런을 때려냈고, 충청은 득점을 내주지 않는 좋은 피칭을 했고, 호남은 찬스 때마다 적시타를 때려냈다. 환상적인 역할 분담이자 연대가 아닐 수 없다. 지역 통합의 시각에서 보자면 매우 상징적인 올스타인 것이다.
이 3명의 스타가 서로 손을 맞잡고 있는 사진을 보면서 ‘회삼귀일(會三歸一)’의 이치를 생각하였다. “3개를 모아서 하나로 귀결시킨다”는 뜻이다. 고려 태조 왕건이 후삼국을 통일하고 고려를 세웠을 때, 그 통합의 의미를 ‘회삼귀일’의 이치로 표현했다. ‘회삼귀일’은 불교 법화경(法華經)에서 유래한 말이다. 성문(聲聞), 연각(緣覺), 보살(菩薩)이라는 삼승(三乘)의 방편을 통해서 결국은 부처의 깨달음인 일승(一乘)으로 인도한다는 교리이다. 당시는 불교의 시대였으므로 불교 논리로 설명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삼(三)’은 후삼국 또는 마한·진한·변한의 삼한(三韓)을 상징한다. 이 논리대로라면 왕건의 삼한 통합은 깨달음의 현실적 구현이었던 것이다. 약간 과장한다면 종범·찬호·승엽은 ‘회삼(會三)’을 의미하고, ‘귀일(歸一)’은 바로 지역감정의 통합이다. 이번 세계야구대회가 국민들에게 알게 모르게 선사한 선물은 ‘회삼귀일’이라고 하는 통합의 시너지 효과를 몸으로 느끼게 해 주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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