好學의 歷史,宗敎,哲學/[동양철학]한국·中國·인도

장자 잡편 29 도척(盜跖) 5

好學 2011. 7. 16. 06:42

장자 잡편 29 도척(盜跖) 5

 

 

 

도척 5




무족이 말했다.

"부귀란 사람에게 이롭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어떤 아름다움도 이룰 수 있고, 어떤 권세라도 추구할 수 있으니 이것은 지극한 사람도 미칠 수 없는 일이며, 성인도 따라갈 수 없는 일입니다. 부귀는 남의 용기와 능력을 빌어 위세를 떨치고 강한 힘을 발휘합니다. 남의 지혜와 계략을 이용하여 명석하게 잘 살필 수도 있습니다. 남의 덕을 근거로 하여 현명하고 어질게 행동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나라를 다스리고 있지 않아도 임금이나 아버지 같은 위엄을 지닐 수도 있습니다.

또한 음악이나 미술이나 권세와 같이 사람의 마음을 즐겁게 하는 것들을 배우지 않고도 즐길 수가 있습니다. 몸은 다른 물건을 빌지 않고도 편안할 수 있습니다. 탐나는 것을 얻고 싫어하는 것을 피하는 일도 스승을 기다릴 것 없이 이루어집니다. 이것이 사람의 본성입니다. 온 천하가 비난한다 해도 누가 그것을 마다하겠습니까?"

지화가 말했다.

"지혜 있는 사람의 행동은 본시 행동의 표준을 백성들로 삼아서 그들의 기준을 어기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언제나 만족하고 있어서 다투지 않는 것입니다. 할 것이 없으므로 추구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만족을 못하는 사람은 그 때문에 욕망을 추구하게 되고, 사방으로 다투면서도 스스로 탐욕스럽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입니다.

지혜 있는 사람은 남음이 있기 때문에 남이 추구하는 것을 사양하며, 천하를 버리고도 스스로를 결백하고 깨끗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결렴하다거나 탐욕스럽다는 실제 내용은 추구하는 밖의 물건에 의해 한정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돌이켜 자기 마음의 법도를 살펴보아야 하는 것입니다.

천자의 권세를 누리고 있으면서도 존귀함으로써 남에게 교만하지 않습니다. 천하의 부를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재물로써 사람을 희롱하지 않습니다. 천자의 환란을 헤아리고 그것이 천성에 반하는 것임을 생각하고, 그것은 본성을 해치는 것이라 단정하기 때문에 사양하고 받지 않는 것입니다. 명예를 바라기 때문은 아닙니다.

요임금과 순임금이 임금노릇을 하면서도 남에게 임금자리를 사양했던 것은 천하에 어짊을 펴기 위한 것이 아니라, 명예나 이익 때문에 삶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선권(善券)이나 허유(許由)가 임금자리를 내주어도 받지 않았던 것은 공연히 사양한 것이 아니라, 번거로운 일로 인해 자기를 해치지 않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이들은 모두가 그의 이로움을 위해 그 피해를 사퇴한 것이어서 천하 사람들은 현명하다고 칭송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그들이 천하를 차지할 수 있는데도 차지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명예를 추구해서 그렇게 했던 것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