好學의 歷史,宗敎,哲學/[동양철학]한국·中國·인도

장자 잡편 29 도척(盜跖) 3

好學 2011. 7. 16. 06:41

 

 

장자 잡편 29 도척(盜跖) 3

 

 

 

도척 3




자장이 말했다.

"선생님께서 인의를 행하지 않으시면 멀고 친한 사람의 구별이 없게 되고, 귀하고 천한 신분의 기준도 없게 될 것이며, 어른과 아이의 질서도 없게 될 것입니다. 임금과 신하, 아버지와 아들, 남편과 아내, 어른과 아이, 친구들 사이의 관계인 오륜(五倫)과, 아저씨들, 형제들, 일가들, 조카들, 스승, 친구들 사이의 관계인 육기(六紀)도 어떻게 구별할 수가 있겠습니까?"

만구득이 말했다.

"요임금은 맏아들을 죽였고, 순임금은 이복동생을 귀향 보냈는데, 멀고 친한 사람의 구별이 있는 것입니까? 탕임금은 걸왕을 내쳤고, 무왕은 주왕을 죽였는데, 귀하고 천한 신분의 기준이 있는 것입니까? 왕계(王季)는 형을 물리치고 왕위의 계승자가 되었고, 주공은 형을 죽였는데 어른과 아이의 질서가 있는 것입니까? 유학자들은 거짓된 이론을 펴고, 묵가의 사람들은 모든 사람을 다 같이 사랑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오륜과 육기(六紀)의 분별이 있는 것입니까? 그런데도 선생께서는 명분을 바르다고 주장하고 저는 이익을 바르다고 주장하는데, 명분이든 이익이든 알고 보면 이치에 순응되지도 않고 도리에 합치되지도 않는 것입니다. 제가 전에 무약(無約)에게 물으니,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소인들은 재물을 추구하고, 군자들은 명예를 추구한다. 그들이 그들의 진실함을 변화시키고 본성을 바꾸는 방법은 서로 다르지만, 그들이 마땅히 하여야 할 일은 버리고 해서는 안 되는 일을 추구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같다. 그러므로 소인이 되지 말고 본성으로 되돌아가 자연을 따르고, 군자가 되지도 말고 하늘의 원리를 따르기만 하라고 하는 것이다.

굽었든 곧았든 간에 하늘의 법도에 서로 호응해야 한다. 자기 사방을 둘러보면서 적응하며 때의 변화에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 옳든 그르든 간에 원만한 마음을 지켜야만 한다. 자기의 뜻을 홀로 이룩하여 도와 더불어 세상에 노닐어야 한다. 한결 같이 행동하려고 애쓰지 말고, 의로움을 이루려 애쓰지 마라. 그러면 자기의 본성만 잃게 될 것이다. 자기의 부를 추구하지 말고, 성공하려 애쓰지 말아야 한다. 그런 행동은 자기의 천성을 버리는 결과가 될 것이다. 비간은 심장이 도려내어지고 오자서는 눈이 도려내졌는데, 충성하려 했기 때문에 닥친 재난이었던 것이다. 직궁(直躬)은 아버지의 도둑질을 증언했다가 처벌되었고, 미생이 여자와의 약속을 지키려다가 다리 밑에서 물에 빠져 죽은 것은 신의를 지키려던 환란인 것이다. 포자(鮑子)가 나무를 끌어안고 선 채로 말라죽고, 신자(申子)가 자기변명도 못해보고 목매어 죽었던 것은 깨끗함을 지키려다 받은 피해이다. 공자가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 종신을 하지 못하고, 광자(匡子)가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종신하지 못했던 것은, 의로움을 지키려는 데서 온 과실이다. 이상은 예전부터 전해 내려오고 후세에도 전해질 사실들이다.

선비 된 사람으로서 자기 말이 올바른 것이라 고집하고 자기 행동이 올바르다고 주장했기 때문에, 그런 재앙을 당하고 그런 환란을 만나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