好學의 歷史,宗敎,哲學/[동양철학]한국·中國·인도

장자 잡편 29 도척(盜跖) 2

好學 2011. 7. 16. 06:39

 

장자 잡편 29 도척(盜跖) 2

 

 

 


도척 2




자장(子將)이 만구득(滿苟得)에게 물었다.

"어째서 인의를 행하지 않습니까? 인의를 행하지 않으면 신용을 얻지 못하고, 신용을 얻지 못하면 벼슬에 오르지 못하며, 벼슬에 오르지 못하면 이익이 없게 됩니다. 명성의 관점에서나, 이익으로 따지거나 인의야말로 가장 좋은 것입니다. 만약 명예나 이익을 버린다 해도 마음에 돌이켜 생각해 볼 때, 선비가 행동함에 있어서 인의는 하루도 행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만구득이 말했다.

"수치를 모르는 자가 부자가 되고, 말이 많은 자가 출세합니다. 큰 명예와 이익이란 수치도 모르고 말만 많은 자들에게 돌아갑니다. 그러므로 명예란 관점에서 보든, 이익으로 계산하든 말 많은 것이 가장 좋은 것이 됩니다. 만약 명예와 이익을 내버리고 마음에 돌이켜 생각해 본다면 선비의 행동으로서는 그의 천성을 간직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입니다."

자장이 말했다.

"옛날에 걸왕과 주왕은 천자라는 귀한 자리에 있으면서 온 천하의 부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노예들에게라도 너의 행동이 걸이나 주와 같다고 하면, 곧 부끄러운 빛을 띠며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데, 그들은 이런 사람들까지도 천하게 여기는 대상입니다. 공자와 묵자(墨子)는 필부로서 궁하게 지냈습니다. 그러나 지금 재상 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라도 당신의 행동이 공자와 묵자 같다고 말하면 곧 얼굴빛을 바꾸면서 그런 정도에 이르기에 부족하다고 말하게 되는데, 이들은 선비들이 진실로 존경하고 귀하게 여기는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천자의 권세를 지녔다 해도 반드시 존귀하지 않을 수 있고, 필부로서 궁하게 지낸다 해도 반드시 천한 것은 아닙니다. 귀천의 구분은 행동이 아름답고 악한 것에 의해 결정되는 것입니다."

만구득이 말했다.

"작은 도적은 잡히고 말지만 큰 도적은 제후가 됩니다. 그런데 제후의 문하에는 의로운 선비들이 모이게 됩니다. 옛날의 제환공(齊桓公) 소백(小白)은 자기의 형을 죽이고 형수를 부인으로 삼았으나, 현명한 관중이 그의 신하가 되었습니다. 전성자(田成子) 상(常)은 제나라 임금을 죽이고 나라를 훔쳤으나, 공자는 그로부터 폐물을 받았습니다. 관중과 공자를 얘기할 때는 그들을 천하게 보면서도 실지로 행동함에 있어서는 그들 아래에 머리를 숙이고 있습니다. 그러니 말과 행동의 실제 문제가 모순을 이룬 채 가슴속에서 싸우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니 이치에 어긋난 것이 아닙니까? 그러므로 옛 책에서 말하기를「어떤 것이 나쁘고 어떤 것이 아름다운지 알 수가 없다. 성공을 하면 우두머리가 되어 존경받고, 성공하지 못하는 자는 꼬리가 되어 천대받게 된다」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