好學의 人生/[우주만물]세상만사

[만물상] 하버드대 총장

好學 2011. 2. 18. 21:51

[만물상] 하버드대 총장

 

 

하버드대는 2000년 동문 30만명에게 편지를 띄웠다. ‘새 총장은 어떤 자질을 지녀야 하고 누가 적당한지 의견을 보내 달라.’ 후보 리스트는 400명에 이르렀다. 하버드대를 개혁할 ‘스타’를 원했던 대학법인 이사들은 넉 달을 고른 끝에 최종 후보자로 래리 서머스 전(前) 재무장관을 면접했다. 서머스는 MIT대에 다닐 때 “뇌에 탱크와 초고속 엔진을 달았다”는 말을 들은 천재였다. 전국 대학 토론선수권도 땄다. 하버드 사상 최연소인 28세에 정교수가 됐다.


▶서머스는 2001년 하버드대의 27대 총장 취임식에서 대학 휘장, 인장 2개, 진리의 문을 여는 것을 상징하는 열쇠 2개, 17세기 하버드대의 초창기 역사를 담은 책을 넘겨받았다. 처칠이 ‘정신의 제국’이라고 부른 하버드대의 지휘봉을 잡은 것이다. “교과 과정을 혁신하겠다” “과학교육을 강화하겠다” “하버드를 세계화시키겠다”…. 그는 야심찬 공약을 내걸었다.


▶서머스의 부모는 모두 예일대 경제학자였다. 큰아버지 폴 새뮤얼슨은 1970년에, 외삼촌 케니스 애로우는 1972년에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천재일 수밖에 없는 핏줄을 타고난 셈이다. 그러나 덕망은 물려받지 못한 것 같다. 그는 주변을 깜짝 놀라게 할 만큼 똑똑했지만 주변과 잘 어울리지 못해 내내 삐걱였다. 천재가 흔히 기초적 사회생활은 잘 못하는 ‘아스페르거 증후군’ 비슷했다.


▶그는 어느 행사건 으레 늦게 나타났다. 비서는 행사장에 미리 도착해 서머스가 마실 물까지 의전을 꼼꼼히 챙겨야 했다. 서머스는 하버드 법대 모임에서 한 교수가 뭔가 묻자 “참 바보 같은 질문이군요”라고 쏘아붙였다. “과학과 수학 최우등생 중에 여자가 적은 것은 남녀의 선천적 차이 때문일 수 있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주요 학장들이 그와 갈등을 겪다 줄줄이 학교를 떠났다. 인문·자연과학대 교수들은 작년에 서머스 총장 불신임을 결의했다. 대학법인이 서머스를 감싸자 한 이사는 서머스에게 “당신이 물러나는 게 하버드에 이롭다”는 편지를 남기고 물러났다.


▶엊그제 서머스가 오는 6월 사임하겠다고 발표했다. 인문·자연대 교수들이 벼르던 2차 불신임 표결을 1주일 앞두고서였다. 채근담에 ‘덕은 재주의 주인이요, 재주는 덕의 종’이라고 했다. 제 아무리 똑똑해도 사람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무슨 소용인가. 아랫사람을 섬길 줄 아는 ‘서번트(servant) 리더십’이 진짜 리더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