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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관타나모 가는 길’

好學 2011. 2. 18. 21:46

[만물상] ‘관타나모 가는 길’

 

호세 마르티는 400년 스페인 지배를 뒤엎으려고 독립운동에 나섰다가 1895년 스페인군에게 처형당한 쿠바의 영웅이다. ‘나의 조국’과 ‘절름발이 악마’처럼 쿠바 독립을 염원하는 시를 발표한 민족시인이기도 했다. ‘관타나메라, 과히라 관타나메라….’ 우리 귀에도 익숙할 만큼 쿠바를 상징하는 민요 ‘관타나메라’도 마르티의 시에서 노랫말을 땄다. ‘순박한 관타나모 아가씨’에 빗대 쿠바 민족에 대한 애정을 노래한다.

▶관타나모는 쿠바 동부의 작은 어촌이다. 미국은 1898년 스페인 전쟁에서 이긴 뒤 이곳에 해군기지를 세우고 쿠바에 한 해 4085달러씩 임차료를 지불했다. 1959년 쿠바혁명에 성공한 카스트로가 기지 폐쇄를 요구했지만 미군은 철수하지 않았다. 임차계약을 깨려면 양측이 모두 동의해야 한다는 협정을 내세웠다. 쿠바 정부는 해마다 미국이 보내온 임차료 수표를 찢어 쓰레기통에 버리는 행사를 갖는다.

▶영화 ‘어 퓨 굿 멘’도 관타나모 기지에서 미군 동료들에게 따돌림과 폭행을 당한 사병의 죽음을 다룬다. 적국(敵國) 외진 곳 사방 10㎞에 섬처럼 들어앉은 기지는 그만큼 언론과 사회의 감시가 닿기 어려운 폐쇄적 공간이다. 미국이 9·11 테러 이후 체포한 테러 용의자들을 관타나모 기지에 수용해온 이유도 그런 지역 특성에 있다. 미군이 적법한 재판도 없이 용의자들을 가둬 놓고 개로 위협하기, 족쇄·두건 씌우기, 발가벗기기 같은 고문과 코란 모독을 한다는 폭로가 끊임없이 터져나왔다.

▶지난 주말 유엔과 EU까지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를 촉구하고 나섰다. 미국은 ‘고문’이 아니라 테러 용의자에 대한 ‘심문 기법’일 뿐이라며 줄기차게 거부하고 있다. 그러나 테러를 막기 위한 정보를 캐내겠다며 용의자들을 고문하는 것은 더 큰 증오를 부를 뿐이다.

▶영화 ‘관타나모 가는 길’에서 관타나모 수용소의 폭압을 그린 마이클 윈터바텀이 베를린영화제 감독상을 받았다는 소식도 나왔다. 윈터바텀은 2003년에도 아프간 난민캠프 소년의 행로를 담은 ‘인 디스 월드(In this world)’로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을 받았던 참여파 감독이다. 그는 ‘관타나모 가는 길’에서 파키스탄계 영국 청년 3명이 2001년 친구 결혼식을 보러 귀국했다가 체포돼 관타나모에서 2년 넘게 포로생활을 겪은 실화를 다뤘다. 세계 3대 국제영화제에 꼽히는 베를린영화제까지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에 공감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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