好學의 人生/[우주만물]세상만사

[만물상] “도슨은 내 아들”

好學 2011. 2. 18. 21:47

[만물상] “도슨은 내 아들”

 

 

사람 얼굴은 100가지 부위로 구획 지을 수 있다고 한다. 윗입술, 눈썹, 귓불, 눈동자… 식이다. 매사추세츠공대(MIT) 펜틀랜드 박사팀이 부위별로 얼마나 많은 변이(變異)가 가능한지 따져봤다. 그랬더니 부위별로 적어도 100가지씩 다른 모양이 있었다는 것이다. 사람 얼굴엔 100100만큼의 가짓수가 있는 셈이다. 우주에 있는 모든 원자 입자의 수(1087)보다 사람 얼굴 가짓수가 많은 것이다.

▶펜틀랜드 박사팀이 만든 얼굴 인식기는 핵무기 시설 출입자의 신분을 가려내는 데 쓰이고 있다. 이 기술을 더 발전시키면 쇼핑몰의 CCTV에 도둑이나 강도 전과자들 얼굴 데이터를 입력시킬 수가 있다. ‘위험 인물’의 얼굴이 CCTV에 잡히는 즉시 근무자들에게 경보가 발령된다. 집안의 가전기구가 주인 얼굴을 인식해 반응하도록 프로그래밍할 수도 있다고 한다.

▶얼굴 가짓수가 그렇게나 많지만 우리가 사람을 헷갈리는 법은 여간해서는 없다. 만난 지 수십 년 지났어도 학교 동창 얼굴을 까먹지는 않는다. DNA가 똑같은 일란성 쌍둥이라고 해도 가족과 친구들은 금세 구분해낸다. 얼굴 부위를 하나하나 따져서가 아니라 전체적인 이목구비의 배치를 가려내기 때문이다. 얼굴의 컴퓨터 이미지 중에서 눈이나 입 한 가지만 살짝 옮겨놔도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인식된다고 한다.

▶부산 사는 김재수씨가 토리노 동계올림픽 모굴 스키에서 동메달을 따낸 한국계 미국 입양아 토비 도슨이 25년 전 시장통에서 잃어버린 아들 ‘봉석이’인 것 같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닌 게 아니라 신문에 나온 김재수씨, 도슨, 그리고 김씨 둘째 아들의 얼굴 사진을 보니 닮은 구석이 많다. 구레나룻도 그렇고 이목구비와 얼굴 윤곽도 빼다 박았다. 괜스레 보는 사람 가슴이 다 뛸 정도다.

▶옛말에 씨도둑은 시켜도 못한다고 했다. 아버지와 자식은 비슷한 데가 많아 속일 수가 없다는 얘기다. 잃었던 혈육을 찾아주는 TV 방송을 봐도 정말 누가 같은 핏줄 아니랄까봐 수십 년 만에 만나는 사람들이 쏙 빼닮았다. 자식 얼굴은 어머니보다 아버지를 훨씬 더 닮는다는 과학논문이 네이처지(誌)에 실린 적이 있다. 아버지는 자기 배로 아이를 낳는 것이 아니어서 자식과 얼굴이 닮아야 할 진화적 필요가 더 크기 때문이란다. 아버지는 자식을 그만큼 더 잘 알아보게 마련이다. DNA 검사를 해봐야겠지만 아버지의 직감이 들어맞아 도슨이 그렇게 보고싶어 하던 핏줄을 찾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