好學의 人生/[우주만물]세상만사

[만물상] 중국의 '농촌 살리기'

好學 2011. 2. 18. 21:52

[만물상] 중국의 '농촌 살리기'

 

 

‘누군가 농부의 즐거움을 말했지만/ 봄 세금을 가을에도 다 못 내니/ 마을 아전들이 우리 집 문 두드리며/ 밤낮으로 재촉하며 괴롭힌다…수심(愁心)은 장마로 변하고/ 가마솥은 텅 비어 죽도 없다’. 송(宋) 시인 매요신(梅堯臣)은 ‘농부의 말’(田家語)에서 농민의 피를 빠는 관리들을 ‘부질없이 임금의 봉록만 축내는 놈들’이라고 호통쳤다. 관리들이 백성을 쥐어짤 대로 짜는 농촌의 참상은 1000년 전 송나라 적 얘기만이 아니다.

▶딩주오밍(丁作明)은 중국 안후이성의 궁벽한 시골 루잉촌의 농민이었다. 촌 정부가 마을사람들에게 턱없이 많은 세금을 거두려 하자 마을에서 몇 안 되는 고졸(高卒) ‘지식인’ 딩이 상급기관에 고발했다. 파출소로 끌려간 딩은 촌 간부와 결탁한 경관들에게 몽둥이로 맞아 죽었다. 재작년 르포작가 천구이디(陳桂 )가 폭로해 중국을 떠들썩하게 한 ‘딩주오밍 사건’이다.

▶천구이디가 안후이성 50개 현(縣)을 3년간 답사해 펴낸 르포집 ‘중국농민조사’엔 농촌의 비참한 현실과 지방정부의 학정(虐政)이 가득하다. 천은 요즘 우리 관광객도 많이 찾는 황산(黃山) 인근 마을의 농민 한 해 수입이 700위안(8만4000원가량)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런 마을에도 간부들은 어김없이 많다. 중국 재정부 고위 관료는 “청나라 때는 주민 1000명이 관리 한 명을 먹여 살리면 됐는데, 지금은 40명이 공무원 하나를 먹여 살려야 한다”고 했다.

▶상하이 거리에선 ‘일자리 구함’이라고 쓴 종잇장을 들고 서성이는 날품팔이 노동자들을 쉽게 본다. 농촌에서 일거리를 찾아 올라온 ‘민공(民工)’들이다. 남루한 행색의 이들이 지하철을 타면 도시사람들은 슬슬 피한다. 이들이 사람 대접을 못 받는데도 도시로 몰려드는 이유는 농촌엔 밥벌이가 없기 때문이다. 이 농촌 ‘유민(流民)’은 4억명에 이른다.

▶중국 공산당 ‘1호 문건’에는 그해의 최우선 역점과제가 담긴다. 공산당이 엊그제 농촌대책에 관한 ‘중앙 1호 문건’을 내놓았다. 농업세를 없애고 향(鄕)·진(鎭) 같은 말단 행정조직도 크게 줄이기로 했다. 낙후된 서부지역 농촌 학생들에겐 학비와 잡비를 면제해 준다. 후진타오 주석을 비롯한 간부 200여명이 ‘농촌 살리기’ 토론회를 마친 이튿날 나온 발표다. 토론회에선 우리 새마을운동을 모범사례로 다뤘다고 한다. 본고장 한국에선 잊히고 버려진 새마을운동이 중국 땅에서 빛을 본다니 감회(感懷)가 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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