好學의 文學/[世界文學感想]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8. - 스펜서 존슨

好學 2011. 2. 3. 22:15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8.  - 스펜서 존슨

2장 이야기
두려움의 극복 


그는 생각해 보았다.
두려움이 때때로 도움이 된다는 것을 그 자신도 익히 알고 있었다.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두려움은, 현실에 안주하려는 안일한 생각을
생산적인 방향으로 흐르게 하는 촉매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잠시 잊고 있었던 것이다.
허는 오른쪽을 돌아보았다.
그곳은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곳이었다.
다시 두려운 마음이 생겼다. 그는 깊은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그리고 미로를 향해, 미지의 세계를 향해 천천히 달려나갔다.
그는 길을 찾으며 C창고에서 너무 오랫동안 기다렸다는 생각을 했다.
한편 너무 오랫동안 치즈를 못 먹어서 몸이 약해진 것을 느꼈다.
미로 속을 달리는 데 예전보다 더 힘이 들고 시간도 많이 걸렸다.
그는 만약 다음에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주저없이 변화에 따르리라고 다짐했다.
그렇게 하면 일이 더 쉽게 풀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조금 늦기는 했지만 치즈도 없는 창고에서 지내는 것보다는 낫지."
출발 후 며칠 동안 허는 여기저기에서 약간의 치즈를 발견했지만 치즈는 곧 떨어졌다.
허는 헴이 용기를 내어 미로로 나올 만큼 충분한 양의 치즈를 발견할 수 없었다.
허 자신도 아직 확신이 없었다.
미로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히 마음속에 남아있는 까닭이었다.
지난번 미로 속을 다녔을 때와는 사뭇 다른 많은 변화가 보였다.
조금 앞으로 나아갔나 싶어 둘러보면 막다른 곳이었다.
여기저기 가로놓인 장애물들이 그의 앞을 막아서기도 했다.
앙금처럼 남은 두려움이 때때로 당혹감을 느끼게 했지만,
치즈를 찾아서 미로 속을 다니는 것이 전에 걱정했던 것만큼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해 치즈를 발견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과연 실제적인가 하는 의구심이 일었다.
배가 고플 때면 먹을 것을 준비해 올 걸 하는 후회가 들었지만, 이내 헛웃음을 지었다.
그가 C창고에서 나왔을 때,
이미 그곳에 먹을 것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는 사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허는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 때마다 새 치즈에 대한 기대를 통해 자신을 독려했다.
참고 견딘다고 해서 얻어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은 지금, 필요한 것은 행동뿐이었다.
그는 스니프와 스커리가 할 수 있으면 자기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모든 안락에는 대가가 따르기 마련인 것이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치즈는 하룻밤 사이에 사라져버린 것이 아니었다.
치즈의 양은 조금씩 줄어들고 있었고 남아있는 치즈는 오래되어 맛이 변해가고 있었다.
그가 미처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치즈는 오래되어 곰팡이까지 피어 냄새가 났었다.
마음만 먹었다면 다가올 미래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었는데도, 허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예기치 않은 순간에 예견된 결과는 나타나기 마련이야.
스니프와 스커리는 변화를 알아차리고 미리 준비를 하고 있었던 거야.'
그가 C창고라는 벽에 갇혀 모르고 있었던 사실들이 하나하나 떠올랐다.
그는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벽에 글을 썼다.

치즈냄새를 자주 맡아보면 치즈가 상해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오랜 시간을 헤맨 끝에 마침내 허는 큰 창고에 도착하게 되었다.
규모로 보아 맛있고 싱싱한 치즈가 가득할 것 같았다.
그러나 막상 안에 들어가 보니, 실망스럽게도 창고는 텅 비어 있었다.
이런 일이 자주 반복될수록 그에 비례해 허의 의욕도 떨어져갔다.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그를 유혹했다.
살아남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도 엄습했다.
이럴 바에야 차라리 헴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 그와 함께 있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그때 문득 자신이 써놓았던 글귀가 떠올랐다.

"두렵지 않다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실제로 두려움은 커다란 무게로 그를 위협해 왔다. 매우 빈번하게...
어떤 때에는 자신이 무엇을 두려워하는지조차 몰랐지만,
홀로 있다는 사실이 그를 더욱 위축시킨다는 것을 이내 알 수 있었다.
허약해진 몸과 마음 그리고 알 수 없는 미래의 불안이 뒤섞여 혼란스러웠다.
알 수 없는 공포를 자아내는 두려움의 실체는 그의 마음속에 숨겨진 딜레마였다.
허는 아직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이 '변화'를 향한 지름길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것이다.

문득 옛친구가 생각났다.
허는 헴이 움직이기 시작했는지 혹은 아직도 두려움 때문에 마비상태에 빠져있는지 궁금했다.
허는 자신이 가장 행복했을 때를 기억해 보았다.
미로 속을 헤매며 치즈를 찾아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 떠올랐다.
그는 벽에 글을 썼다.
그 글은 헴을 위한 것이기도 했지만, 자기 자신을 위한 문구이기도 했다.

새로운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새 치즈를 찾는 데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