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5. - 스펜서 존슨
2장 이야기
사라져버린 치즈
생쥐들은 사태를 지나치게 분석하지 않았다.
그들은 너무 많고 복잡한 생각에 눌려 행동을 미루는 법이 없었다.
이처럼 생쥐에게는 문제와 해결책이 모두 간단했다.
C창고의 상황이 바뀌었기 때문에 그들 자신도 변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들은 미로를 향해 눈을 돌렸다.
그리고 스니프가 코를 높이 들어 킁킁 냄새를 맡은 후
스커리에게 고개를 끄덕이자 스커리는 미로를 향해 달려나갔다.
스니프는 전력을 다해 스커리를 따라갔다.
그들은 신속하게 새 치즈를 찾아나섰다.
그날 밤, 느지막한 시간에 헴과 허는 뒤뚱거리며 C창고에 도착했다.
그런데 당연히 있어야 할 치즈가 보이지 않았다.
매일 조금씩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주의깊게 관찰하지 않았던 그들은
눈앞에 벌어진 현실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이게 웬일이야. 치즈가 사라졌어."
헴이 고함쳤다.
"치즈가 없다고 치즈가!"
계속해서 소리를 질러댔지만 허망한 메아리만 되돌아올 뿐 치즈는 돌아오지 않았다.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마침내 그는 두 손을 허리에 얹고 시뻘게진 얼굴로 화를 내기 시작했다.
"어떻게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가 있지!"
선택
그들은 새로운 사태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허는 치즈가 사라졌다는 사실이 도무지 믿어지지 않아 머리만 흔들 따름이었다.
그 역시 C창고에 치즈가 있으리라고 굳게 믿었다.
그는 충격으로 얼어붙어서 오랫동안 그 자리에 붙박혀 있었다.
그는 그의 삶에 더 이상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자신했던 것이다.
헴이 계속 고함을 지르고 있었지만 허는 듣고 싶지 않았다.
이들 꼬마인간이 보인 행동은 볼썽사납고 비생산적인 반응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이해할 만한 성질의 것이다.
왜냐하면 새로운 치즈를 찾아야 한다는 것 자체가
꼬마인간들에게는 커다란 행복을 가져다주는 상징물이었던 것이다.
치즈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들은 충만한 행복을 느낄 수 있었고, 영적인 풍요를 누릴 수 있었다.
허가 '치즈'에 걸고 있던 희망은 현재 자신의 삶,
즉 생활의 보장인 동시에 미래의 안정이었다.
언젠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백향목길 옆에 아담한 통나무집을 짓고 오순도순 살고 싶은 꿈이었다.
헴의 경우엔 다른 사람들을 거느리는
중요한 인물이 되어 카망베르 언덕에 큰 집을 짓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자신들의 행복이 한밤의 꿈처럼 사라져버리고 만 것이다.
( - 카망베르(Camembert) :
표면에 흰 곰팡이가 두텁게 형성되어 있는 맛이 진하고 부드러운 치즈로
프랑스 치즈 중에서 최고 명품으로 손꼽힌다. - 역자 주)
두 꼬마인간은 어떻게 해야 할지 오랫동안 고민해 봤지만,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치즈가 사라진 텅빈 창고를 여기저기 헤매며,
현실을 확인하는 것밖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두 마리의 생쥐 스니프와 스커리는 다가온 변화를 수용하고 주저없이 행동으로 옮겼지만,
헴과 허는 계속해서 헛기침만 해대며 어찌할 바를 몰라 머뭇거렸다.
그들은 부당한 사태에 대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불평만 해댔다.
허는 우울해지기 시작했다.
'만일 내일도 치즈가 없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
허는 치즈를 통해 미래의 계획을 세웠었다.
안락한 생활, 행복한 가정, 사랑스런 아내와 아이들...
그 모든 꿈들이 물거품처럼 사라져버린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지.
어느 누구도 미리 귀띔해 주지 않았어.
이런 방식으로 변화가 일어날 수는 없어.'
이제 두 사람은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허는 지친 가슴을 쓸어내리며 벽에 한 문장을 적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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