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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속화된 교회는 미래가 없다 - 이정석 (풀러신학교 조직신학 교수) 1.

好學 2010. 11. 13. 22:46

 

 

 

 

 

세속화된 교회는 미래가 없다 - 이정석 (풀러신학교 조직신학 교수) 1.

 


교회가 그리스도의 몸이기 때문에 망하지 않는다는 생각은 환상에 불과하다. 물론, 그리스도의 우주적인 교회는 망하지 않지만, 개교회나 교회들의 집단은 감소하고 몰락하고 멸절할 수 있음을 역사가 증거한다. 초대교회의 중심이었던 소아시아의 교회들이 이슬람의 침략으로 없어졌고, 한국교회의 중심이었던 북한의 교회들이 공산화로 사라졌다.

이와 같은 외부적 요인은 불가피했다 할지라도, 내부적 요인에 의해 쇠망해가고 있는 유럽교회는 매우 가슴 아픈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실로, 유럽교회는 지난 2천년 동안 기독교의 중심이었으며 지금도 그 유산이 세계교회의 바탕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교회가 20세기를 거치면서 내적 세속화로 인해 급격한 몰락의 길을 걸었으며, 많은 연구보고서들은 아무런 회생의 희망도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 거대한 교회당들과 위대한 전통에도 불구하고, 세속화된 교회에는 미래가 없다.

 
유럽교회의 교훈

 

세계 2차 대전 후 유럽교회가 급격히 몰락하자 유럽교회는 당황하기 시작하였으며, ‘신의 일식(eclipse of God)’이 유럽대륙을 뒤덮고 ‘신의 장례식(God's funeral)’이 확산됨에 따라 신학계를 비롯하여 사회학, 역사학, 철학 등에서 대대적으로 그 원인을 탐구하기 시작하였다.

 

역사적으로는 그 원인을 르네상스, 계몽주의, 진화론, 산업혁명, 그리고 포스트모더니즘에 이르는 일련의 탈기독교적 운동들에서 찾았으며, 심지어 콘스탄틴 대제의 기독교 국교화와 중세 로마 카톨릭 교회의 타락을 지적하기도 하였다.

물론, 그와 같은 원인들이 일조한 것은 부인할 수 없으며, 유럽교회의 몰락과 연관된 거대한 메가 트렌드를 무시할 수 없지만, 어려운 외적 상황 속에서도 순수하고 힘차게 발전한 초대교회를 고려한다면, 칼 바르트의 분석처럼 보다 내적인 원인이 더 결정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는 세속화를 소금이 그 맛을 잃어가는 과정이라고 정의하고, 그런 교회는 세상에게 짓밟혀 마땅하다고 탄식하였다.

 

유럽교회는 종교개혁자들이 회복하고자 그토록 노력했던 복음을 상실한 것이다.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기보다 세계의 약소국들을 침략하여 4백년 이상 식민통치를 자행하고 교만이 극에 달하면서 기독교 신앙의 혼을 상실하게 되었으며, 이제 기독교란 유럽인들의 이기적 욕망을 정당화하고 신성화하는 종교문화로 전락한 것이다.

그래서, 디트리히 본회퍼는 하나님께서 촛대를 옮기리라는 사실을 직감하면서, 유럽교회가 십자가의 복음을 상실하였다고 울부짖었다. 유럽교회가 기독교를 철저히 문화화하고 종교화하였기 때문에, 그는 기독교의 비종교화를 주장하였다. 종교란 일반은총이지만, 특별은총에 기초한 기독교가 종교로 전락하는 것은 복음을 포기하는 타락이 아닐 수 없다.

 

종교는 아직도 죄악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외형적으로는 신중심적인 것 같지만, 사실은 자기중심적이며 자신의 행복과 안전을 위해 신을 이용하려는 경건한 위선이기 때문이다. 복음은 하나님을 위해 자기를 포기하도록 초청하는 부름이다. 종교개혁자들이 구호처럼 외쳤던 ‘오로지 하나님께 영광을(soli Deo gloria)’이 의미하는 바는 신앙을 빌미로 우리의 영광을 추구하지 않겠다는 양심선언이었다.

 

유럽종교사회학회 회장이었던 데이비드 마틴(David Martin)은 세속화 과정을 두 단계로 나누고, 기독교가 종교화되고 세속화되는 제1단계에서는 교회가 흥왕하고 교인도 증가하지만, 점차 그 허구성이 드러나면서 제2단계에서는 급격한 탈교회화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고 분석하였다.

 

실로, 기독교가 복음을 상실한다면 아무 능력도 실체도 없다. 바울 사도가 지적한 것처럼, 그리스도의 육체적 부활을 믿지 않는다면 기독교는 허구에 불과하다. 그러나, 유럽교회는 반기독교적 계몽주의운동을 극복하지 못하고 오히려 거기에 휩쓸려 자유주의가 횡횡함으로서 복음을 포기하고 만 것이다.

 

아무리 지성적인 언어로 포장되어 있다 할지라도, 그리스도의 십자가 대속과 육체적 부활의 소망을 불신한다면 교회를 유지해야 할 아무 이유도 없다. 사신신학, 세속화신학, 종교다원주의를 주장하면서도 여전히 기독교 신학자로 행세하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행태가 아닐 수 없다.

 

그리스도 중심성이나 그리스도의 유일성을 거부하고 어떻게 해서든지 기독교를 종교의 하나로 끌어내리고 그리스도를 감추려고 노력하는 종교다원주의자들과 오로지 일신의 심리적 평안과 세속적 축복에만 관심을 가지고 자기의 끝없는 욕심을 포기할 줄 모르는 기복종교적 신자들이 서로 매우 달라보여도 사실은 둘 다 복음이 아니라 종교를 추구하는 종교인들에 불과하며 참된 기독교인이라고 볼 수 없다.

그리스도가 복음이기 때문에, 복음의 상실은 그리스도의 상실을 의미하며, 그리스도는 하나의 상징이나 개념으로 전락하고 그리스도와의 인격적 관계가 인생의 중심적 동인이 되지 못한다.

 
필립 얀시(Philip Yancey)는 최근 유럽을 방문하여 유럽교회의 비극적 상황을 목도하고 미국교회도 유럽교회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염려하면서,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중국교회와 한국교회에서 배워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실로, 한국교회는 비서구세계에서 가장 활력적인 교회로서, 세계교회로부터 찬사와 기대를 받고 있다. 따라서, 한국교회가 급격히 몰락하리라는 비관적 전망은 비현실적이지만, 장기적으로는 한국교회가 유럽교회의 전철을 밟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급성장하는 한국교회를 배우기 위해 1988년 네델란드에서 한국을 방문하여 1년동안 한국교회를 관찰하고 연구한 레오 오스터롬(Leo Oosterom)은 한국교회에도 세속화가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발견하고, “한국의 모든 교회가 가까운 미래에 직면하게 될 최대의 이슈는 세속화의 문제가 될 것이다”고 결론 내렸다. 그러므로, 우리가 철저한 자기성찰과 자체개혁을 수행하지 않는다면, 한국교회의 미래도 그리 밝다고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