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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사일언] 故백남준을 일본인으로 아는 이유

好學 2010. 11. 13. 22:05

[일사일언] 故백남준을 일본인으로 아는 이유

 

 

백남준에 대해 간단히 말씀드리자면 일본예술가로 20세기 현대 미술을 개척한 거장 중 한 사람입니다.” 몇 주 전 프랑스 저녁뉴스에서 이 멘트를 들은 이후 계속 목에 무엇이 걸린 것 같았다. 한국 영화 포스터들이 샹젤리제를 장식하고, 한국산 자동차를 보는 것이 흔해진 요즘 한국 문화에 대해 프랑스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호기심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프랑스 초등학생들은 이제 한국 축구 선수 이름을 줄줄 외고 있고 한국산 학용품을 사고 싶어 부모들을 조르고 있다.

그러나 이런 붐의 진정한 이유는 한국산을 일본산으로 착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문화에 대한 관심은 많지만 아직도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왜 프랑스인 들은 한국 제품을 쓰면서도 한국 문화에 관심이 없을까? 그 이유는 프랑스 문화에 한국이 기여한 바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세계적인 것을 바라면서도 자국의 문화에 만족하고 있는 모순적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한국 문화가 사랑을 받으려면 우리 역시 다른 나라의 문화를 사랑하고 그 나라 문화에 기여를 해야 한다. 문화는 줌으로써 받는 것이다. 문화적으로 약소국이던 미국과 일본은 유럽의 문화 예술에 대한 보이지 않는 후원을 수십 년간 계속한 결과 지금은 세계적인 문화대국으로 대우받고 있다. 우리가 프랑스 문화에 관심이 없으므로 프랑스도 한국 문화에 관심이 없는 것이다.

최근 다시 문을 연 파리시립현대미술관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품은 프랑스 혁명을 기념하는 화려한 라울 뒤피 홀의 백남준 작품이다. 그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한국 문화만 생각하는 나의 태도에 대한 반성과 함께 그의 고독이 가슴에 아려온다.
(박정욱·재불 큐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