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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사일언] 불법 파일이라는 독버섯

好學 2010. 11. 13. 22:03

[일사일언] 불법 파일이라는 독버섯

 

보이포벤데타

아카데미에서 수상한 영화는 흥행성과 작품성 모두를 공인받은 것과 마찬가지이기에 수입사로선 양손에 떡을 쥘 수 있는 최고의 기회이다. 예상치 않게 2006년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크래시’ 수입사가 대중의 관심을 달가워하지 않는다고 한다. 아니, 하늘에 별따기처럼 어려운절호의 기회가 달갑지 않다니!

이 영화사는 무협 영화 ‘칠검’을 수입해서 개봉한 결과 손해본 금액이 예상보다 매우 컸다. 이유는 ‘불법 파일’. ‘크래시’ 역시 이미 불법 파일이 돌고 있어 법적 대응에 들어갔다고 한다. 외화의 경우는극장에 개봉하기도 전에이미 볼 사람은 ‘불법 파일’로 다 본 상태에서개봉하는 꼴이 되니 수입사들이 분통 터질 만도 하다.

‘불법 파일’이라는 독버섯이 영상 산업 자체를 파괴하고 있다. 외화는 극장 개봉 전에, 한국 영화는 개봉 후에 불법파일이 나도는 게 일반적이다. 이런 불법 파일은 외화의 경우 극장 매출의 30~50%, 한국 영화의 경우는 비디오, DVD 매출의 30~40%를 잡아 먹고 있다고 추정된다. 이미 비디오 대여점 수는 지난 5년간 절반으로 줄어 들었고 그 줄어든 시장을 메워주리라 기대했던 DVD 시장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손해만 보게되는 영화사들은 외화 수입에 점점 더 소극적이 되어 가고 있다.

인터넷 인구의 20%가 한달에 3편 이상의 영화를 불법 파일로 보고, 불법 시장은 커질대로 커져 불법파일을 100~200편씩 올리는 전문 ‘업로더’들은 월 500만~2000만원에 이르는 수익까지 올리고 있다고 한다.

암거래는 독버섯처럼 번져갈 수 밖에 없다. 이 독버섯은 양질의 영화를 제작하고 수입하는 회사들을 잡아먹을 것이고 결국 우리는좋은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 자체를 잃어버리고 말 것이다.

(김은경·영화사 ‘백두대간’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