好學의 文學/[韓國文學感想]

1.풍금이 있던 자리 - 신경숙

好學 2010. 10. 1. 22:20

 

     1.풍금이 있던 자리 - 신경숙   
    어느 동물원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 마리의 수컷 공작새가 아주 어려서부터 
    코끼리 거북과 철망 담을 사이에 두고 살고 있었다. 
    그들은 서로 주고받는 언어가 다르고 몸집과 생김새들도 너무 다르기 때문에 
    쉽게 친해질 수 있는 사이가 아니었다. 
    어느덧 수공작새는 다 자라 짝짓기를 할만큼 되었다. 
    암컷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그 멋진 날개를 펼쳐 보여야만 하는데 
    이 공작새는 암컷 앞에서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고는 엉뚱하게도 코끼리 거북 앞에서 그 우아한 날갯짓을 했다. 
    이 수공작새는 한평생 코끼리 거북을 상대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했다...... 
    알에서 갓 깨어난 오리는 대략 12-17시간이 가장 민감하다. 
    오리는 이 시기에 본 것을 평생 잊지 않는다. 
    - 박시룡, {동물의 행동}중에서 
    마을로 들어오는 길은, 막 봄이 와서, 여기저기 참 아름다웠습니다. 
    산은 푸르고 ...... 푸름 사이로 분홍 진달래가 ...... 그 사이 ...... 또 ...... 
    때때로 노랑 물감을 뭉개 놓은 듯, 개나리가 막 섞여서는 ...... 환하디 환했습니다. 
    그런 경치를 자주 보게 돼서 기분이 좋아졌다 가도 곧 처연해지곤 했어요. 
    아름다운 걸 보면 늘 슬프다고 하시더니 당신의 그 기운이 제게 뻗쳤던가 봅니다. 
    연푸른 봄산에 마른버짐처럼 퍼진 산 벚꽃을 보고 곧 화장이 얼룩덜룩해졌으니. 
    저, 저만큼, 집이 보이는데, 저는, 집으로 바로 들어가질 못하고, 
    송두리째 텅 빈 것 같은 마을을 한바퀴 돌고도 ...... 또 들어가질 못하고 ......
     서성대다가 시끄러운 새소리를 들었어요. 
    미루나무를 올려다보니 부부일까? 두 마리의 까치가, 참으로 부지런히 둥지를 ...... 
    둥지를 틀고 있었어요. 오래 바라보았습니다, 
    둘이 서로 번갈아 가며 부지런히 나뭇잎이며 가지들을 물어 나르는 것을. 
    이 고장을 찾아올 때는 당신께 이런 편지를 쓰려고 온 것이 분명 아니었습니다. 
    이런 글을 쓰려고 오다니요? 저는 당신과 함께 떠나려 했잖습니까. 
    비행기를 타 버리자. 
    당신이 저와 함께 하겠다는 그 결정을 내려 주었을 때, 
    저는 너무나 환해서 꿈인가? ...... 꿈이겠지, 어떻게 그런 일이 내게 ...... 
    다름도 아닌 내게 찾아와 주려고, 꿈일 테지, 했어요. 
    죄라면 죄겠지. 내 삶을 내 식대로 살겠다는 죄. 
    제가 꿈인가? 헤매는데 당신은 죄라면 죄겠지, 하시며 진짜 일을 진척시키기 시작했죠. 
    당신을 알고 지낸 지난 이 년 동안에 무너져만 내리던 제게 어떻게 그런 환한 일이, 
    스포츠 센터 일을 다 정리하고 나서도 암만 꿈만 같아서, 
    당신에게 다짐을 받고 또 다짐을 하다가 결국은 또 눈물 ...... 이. 
    이 고장을 찾아올 때는 당신께 이런 글을 쓰려고 온 것이 분명 아니었습니다. 
    이런 편지를 쓰려고 오다니요? 
    저는 일단 나서고 보자는 당신에게 제 숨을 ...... 이 숨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떠나기 전에, 아무것도 모르시는 부모님과 작별을 하려고 온 것입니다. 
    당신과 함께 비행기를 타고나면 이분들을 살아생전에 다시 뵐 수나 있을까, 하는 생각에. 
    기차에서 내려 제가 맨 먼저 한 일은 역구내 수돗가에서 손을 씻었던 일입니다. 
    십오륙 년 전에, 
    여학교를 졸업하고 이 고장을 떠나면서도 나는 그 수돗가에서 손을 씻었었습니다. 
    그 이후로 이 고장에 내려오거나 
    다시 이 고장을 떠날 때마다 저는 그 수돗가에서 손을 씻었습니다. 
    그 무엇과 아무 연대감도 없이 이루어진 손 씻는 습관은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어서 어느덧 저는 그 자리에 서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불쑥 제 속에서 누군가 묻는 것이었어요. 
    너는 왜 이 고장을 떠나거나 도착할 때마다 이 자리에서 손을 씻는 거지? 
    저는 그 질문에 답변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손을 씻고 마을로 들어가면 
    도시에서 있었던 모든 일을 잊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랬을까요? 
    그 자리에서 손을 씻고 이 고장을 떠나가면 
    이 고장에서 있었던 일들을 잊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랬을까요? 
    글쎄, 그건 단순히 이루어진 습관이었을까요? 
    그 날, 그 수돗가에 손목시계를 벗어 두고 온 것을 집에 돌아와서야 알았습니다. 
    그 노란 시계는 당신이 주신 것이었지요.
    제 팔목에 매달려, 햇살을 받을 때마다 반짝 윤이 나던, 
    시침과 분침 초침을 맑게 비추던 유리알에 당신의 이니셜이 새겨진. 
    제 마음속에 일어난 이 파문을 당신께 어떻게 설명해야 합니까? 
    과연 설명이 가능한 파문인지조차 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영문을 몰라 하는 당신이 거기 있으니, 
    저는 당신께 어떻게든 제 마음을 전해 드려야지요. 
    지금 제 마음은 어쩌면 당신께 이해를 받지 못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설령 그렇더라도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해야 하는 것임을, 
    그것이 당신에 대한 제 할 일임을 괴롭게 깨닫습니다. 
    제 표현이 모자라서 이 편지를 다 읽으시고도 제 마음이 야속하시면 ... 
    그러면 또 어떡해야 하나 ...... 
    강물은 ...... 강물은, 늘 ...... 늘, 흐르지만, 그 흐름은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어찌된 셈인지 제게는 그 강과 함께 흐르기로 마음먹는 일이 
    제 심연의 물을 퍼 주고야 생긴 일임을, 아니에요, 이런 소릴 하는 게 아니지요, 
    다만, 어떻게 하더라도 제게 어찌할 수 없는 아픔이 
    남는다는 걸 알아 주시 ...... 아니에요, 아닙니다. 
    그 여자...... 그 여자 얘길 당신에게 해야겠어요. 
    그토록 서성였는데 들어와 보니 집은, 텅......텅, 비어 있었습니다. 
    텅 빈 집 마루에 앉아 대문을 바라다본 적이 있으신 가요? 
    누군가 열린 그 대문을 통해 마당으로 성큼 들어서 주기를 바라면서 말이에요. 
    마당엔 봄볕이 가득 차 있었습니다. 
    대문 옆 포도나무 덩굴 감김새 위에 메추라기 한 마리가 포르르 내려와 앉더군요. 
    메추라기는 잠시 어리둥절한 폼을 취하더니 
    다시 포르르 허공에 금을 긋고 날아갔습니다. 
    이상한 일이지요. 메추라기를 쫓아가던 시선을 다시 대문에 고정시켰을 때, 
    제 속에서 매우 친숙한 느낌이 어떤 두꺼움을 뚫고 새어나왔어요. 
    저는 파란 페인트칠이 벗겨진 대문을 눈을 반짝 뜨고 바라다봤습니다. 
    언젠가 이와 똑같은 풍경이 제 삶을 뚫고 지나간 적이 있음을, 저는 기억해 낸 것입니다. 
    시누대가 있던 자리에 아스팔트를 깔았는데, 
    몇 년이 지난 어느 봄에 그 아스팔트를 뚫고 죽순이 솟았다더니, 
    제 마음에도 바로 그런 요동이 일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