好學의 人生/[우주만물]세상만사

[일사일언] 일본의 끔찍한 유물 사랑

好學 2010. 9. 12. 21:14

 

[일사일언] 일본의 끔찍한 유물 사랑

 

 

 

일본에 산재하는 한국 유물들을 지난 5년간 조사하며 느낀 게 있다. 일본인의 유물에 대한 각별한 사랑이다. 일본 소재 고려불화와 청자, 조선백자와 산수화 등을 가지고 크고 작은 특별전을 하고 해외 전시도 나가며, 학술 특집호도 발간하고 국제 심포지엄에도 참가하여 국제적 반향도 얻는다. 우리 유물을 가지고 활발히 벌어지는 이러한 움직임은 점점 그들만의 잔치가 되어가는 느낌이다.

약 2년 전 샌프란시스코 아시아미술관에서 고려왕조 전시가 열릴 때 4m가 넘는 거대한 화폭의 일본 가가미진자(鏡神社) 소장 고려 수월관음도가 태평양을 건너는 전례없는 출장을 가게 되었다. 작품을 위해 특수 대형 유리장이 주문되고, 습기측정조절기가 배치되고, 화면 손상 방지를 위한 낮은 조명에, 이 한 작품만을 위한 전용 학예관이 상주했다. 지극정성 까다로웠던 당시 전시 에피소드는 샌프란시스코 현지 일간지가 특필할 정도.

동경국립문화재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이 고려 수월관음도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이 웅장하고 신비로운 작품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국제 무대에 알리는 데 여념이 없다. 그는 어느 비공식적 자리에서 문득 “이 작품이 일본에서 일본 공기를 숨쉬며 보살핌을 받아온 수 백년의 장구한 세월을 생각해 보세요”라고 했다. “작품을 아끼고, 이해하고 또 그 의미를 알리고…. 사람과 마찬가지로 유물도 바로 사랑하는 자의 몫이 아닐까요.” 일본인 특유의 행간에 많은 의미를 둔 말이나, 문화적 헤게모니라든가 세속적 이득을 위한 사심 따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 애틋함이 마음으로 전달되어 왔기에 순간 아무런 반박을 할 수가 없었다.

(강소연 ·미술사학자 ·홍익대학교 겸임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