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갈채가 배우를 만든다
연극계 대선배님과 함께 공연을 한 적이 있다. 입담이 좋은 분이다. 그 선배님이 유럽여행 중 영국 셰익스피어극장에서 연극을 관람했는데 배우들이 영 신통치 않아 기분이 별로였단다. 그런데 놀라운 건 그 어색한 공연에 대한 객석의 반응이었다. 열렬한 박수가 쏟아졌고 커튼콜을 5~6번이나 하더란다. 궁금증이 인 게 당연했다.
선배님은 옆자리에 앉은 영국 관객에게 물었다. “아니 이게 그렇게 좋은 공연인가요?” 돌아온 답에 선배님은 한번 더 놀랐다. “배우들도 그렇고, 평범한 연극이었지만 이렇게 열심히 격려하면 저들 중에 훌륭한 배우가 나오지 않을까요?”
그 이야기를 듣고 난 감동했다. 격려와 칭찬은 마음을 일으켜 세우고 영혼을 키우는 에너지다. 헤프거나 경박한 격려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 그러나 격려와 칭찬이 메마른 사람은 비판을 하거나 예술문화를 가꿀 자격도 부족한 게 아닐까. 미래를 내다보며 격려의 갈채를 보내는 관객이 많아지길 소망한다.
예술은 시련을 견딜 줄 안다. 격려받은 예술은 생명력을 잃지 않고 발전하여 다시 어느 관객, 아니 그 민족과 인류에 용기와 희망을 준다.
흔히 요즘 세상을 향해 ‘예술문화는 있어도 정신은 각박하다’고 말한다. 그렇게 팍팍한 세상일수록 따뜻한 격려의 갈채를 보내는 관객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늘 그런 희망으로 무대에 오른다.
(장영남·연극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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