好學의 人生/[우주만물]세상만사

[일사일언] '속으면서도…' 광고의 진실

好學 2010. 8. 31. 21:42

 

[일사일언] '속으면서도…' 광고의 진실

 

 

 

 

장롱면허 8년 만에 가까스로 용기를 내어 운전연수를 받기로 했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우리 집 근처에 ‘2시간씩 5회 연수로 누구나 택시기사만큼 운전할 수 있다’는 운전학원이 있었다. 미심쩍기도 하고 반갑기도 해서 전화를 걸어 정말이냐고 물어보았다. 담당자는 틀림없다고 자신했다.

나는 당장 다음 날부터 연수를 받기로 했다. 첫 수업시간, 운전대에 앉자마자 강사에게 한 번 더 확인해보았다. 강사는 내 나이부터 물어보더니 30대 초반이라면 10회는 배워야 한다고 했다. ‘2시간씩 5회’라는 건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운동신경이 뛰어난 남자에게나 적용된다고 했다. 결국 6회로 끝냈지만 운전경력 2년이 넘은 지금에도 택시 기사 따라가기는 한참 멀었다.

오프라 윈프리는 자신의 쇼에서, 스태프 27명의 도움을 받아 통통한 아줌마에서 세련된 광고모델로 변신하는 과정을 보여주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평소 광고에서 보는 멋진 모델들은 20명이 넘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다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우리는 멋진 광고모델이나 자신의 약점을 건드리는 강렬한 광고를 보면 그 상품을 안 사고는 못 배긴다. 속았다는 사실을 금방 깨달을 수 있는 물건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6개월 이상 바르거나 복용해야만 효과가 나타난다고 하지만, 막상 부작용이 나타나도 증명할 방법이 애매한 고가의 화장품이나 건강보조식품들이라면 어쩌겠는가.

(최재경·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