好學의 人生/[우주만물]세상만사

[만물상] 뮤지컬 ‘빅뱅’

好學 2010. 6. 29. 20:47

 

[만물상] 뮤지컬 ‘빅뱅’

 

 

 

뉴욕 센트럴파크에 75만 관중을 모았던 팝스타 폴 사이먼이 1998년 뮤지컬에 덤빈 적이 있다.

1100만 달러를 들인 대작 ‘케이프맨’(The Cape man·망토 사나이)이었다.

백인을 살해한 푸에르토리코 출신 소년의 실화를 무대에 올리면서 사이먼은 작곡·작사·극본을 도맡았다.

작품은 두 달 만에 도중하차했다.

극적 구조가 엉성한 데다 “살인자를 감싼다”는 비판이 겹쳤기 때문이다.

‘팝의 음유시인’도 브로드웨이에선 풋내기에 지나지 않았다.

▶그해 뮤지컬 ‘몽유도원도’를 준비하던 작가 최인호가 본토 뮤지컬을 보러 뉴욕 브로드웨이에 갔다. 당시 최고 인기였던 ‘라이언 킹’은 입석표만 겨우 구했다. 두 시간 내내 객석 뒤편에 서서 공연을 보면서도 그는 마냥 빠져들었다. ‘오페라의 유령’을 보고 난 뒤엔 눈물을 흘리며 숙소로 돌아왔다. 그는 “이렇게 멋진 공연과 극장이 수두룩한 뉴욕이 놀랍고 부럽다”고 했다.

▶변변한 전용 극장 하나 없지만 우리도 세계에 내놓을 만한 뮤지컬들을 만들어냈다. 브로드웨이와 런던 웨스트엔드를 공략한 ‘명성황후’, 뉴욕 오프브로드웨이에 선 ‘난타’, 작년 에든버러 프린지 축제에서 각광받은 ‘점프’가 그렇다. 독일 원작을 90년대 서울 이야기로 각색해 10년 넘게 공연 중인 ‘지하철 1호선’도 베를린 본토 공연에서 호평받았다.

▶한 공연 예매사이트 집계를 보면 작년 관객 10명 중 4명꼴로 뮤지컬을 봤다고 한다. 뮤지컬 관객은 100만을 넘어섰고 매출도 2000억원을 넘겼다. 올해에도 ‘미스 사이공’과 브로드웨이 최신작 ‘프로듀서스’, 프랑스 뮤지컬 ‘십계’들이 상륙한다. 이제 서울에서도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뮤지컬 예닐곱 편을 놓고 골라 볼 수 있다. 공연 편수로 쳐도 뉴욕과 런던 다음으로 시드니, 토론토, 도쿄와 어깨를 견준다. ‘뮤지컬 빅뱅(대폭발)’이라고 할 만하다.

▶비판도 만만찮다. 오리지널 공연을 통째로 들여오거나 배우만 우리 배우를 쓰고 로열티를 주는 ‘수입산’이 대부분이라는 지적이다. 제작자들이 위험 부담이 큰 창작 뮤지컬을 피하기 때문이다. 요즘 뉴욕과 런던에선 아바, 퀸, 빌리 조엘 같은 팝스타들의 노래를 엮은 뮤지컬로 관객 몰이를 한다.

대중에게 익숙한 노래를 내세워 관객 폭을 넓히고 있다. 우리도 조용필, 김민기처럼 한 시대를 대중과 함께 한 스타들이 있다. 이들의 노래로 만든 ‘창작 뮤지컬’로 한류(韓流)를 한 단계 높여나가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