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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사일언] '발레파킹' 해도 너무해

好學 2010. 6. 24. 21:33

 

[일사일언] '발레파킹' 해도 너무해

 

 

우리 회사 사무실이 있는 청담동에는 ‘발레파킹(valet parking)’이란 문화가 일찌감치 자리잡았다.

골목마다 자리한 레스토랑이나 바를 찾은 고객의 차를 주차원이 대리주차 해주는 제도다.

수고비 2000원이면 사실상 몇 시간이고 주차비가 해결되는 셈이어서, 이 블록에서 식당영업을 하려면 발레파킹의 가능여부가 맛 이상으로 중요해진지 오래다.

요즘엔 인접해있는 업소들을 몇 개 묶어서 공동관리해주는 골목단위 관리업자도 생겨난 듯하다.

얼핏 생각하면 손님, 식당주인, 업자까지 모두 만족할 우아한 거래인 것 같으나 실상은 전혀 다르다.

간단한 물리학이다.

공간은 한정되어 있는데, 권리는 무한대이기 때문이다.

업소를 찾은 고객의 권리가 무제한 수용되는 주말 저녁의 청담동골목길에선, 길 한가운데, 남의 주차장, 심지어 인도 위에까지 촘촘히 불법 주차된 차들로 보행자와 주민의 권리가 전혀 존중받지 못한다.

“여기 발레파킹 되죠?”하며 무작정 차를 세우고 들어가는 손님, 아무데나 그 차를 갖다 놓는 주차원, 이를 수수방관하는 업소주인까지 모두가 이 엄청난 공간부족사태를 모를 리가 없다. 나의 무책임은 반드시 타인의 피해를 동반한다. 발레파킹이라는 21세기 서울의 신종 무책임 때문에, 금요일밤의 청담동은 재수 없으면 100m 전진에 30분이 걸리는 교통지옥으로 변한다.

요즘 ‘개그콘서트’의 유행어 중에 ‘대한민국에 안되는 게 어딨니?’라는 어느 백수의 이죽거림이 있다. 말하자면 청담동 발레파킹은 돈 2000원주면서 ‘3시간주차 2000원에 안되겠니?’하고 떼쓰는 것과 같다. 이건 무책임이다. 대한민국에도 안되는 게 좀 많았으면 좋겠다. 자기 책임과 타인에 대한 배려가 없이는 절대 안 되는 그런 상식적인 일들 말이다.

(김일중 DY 엔터테인먼트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