好學의 健康/(예방치료)민간요법

[알면 산다, 응급 상식]<6>저체온증

好學 2010. 6. 20. 14:06

 

[알면 산다, 응급 상식]<6>저체온증

 

 

 

찬물 속에선 대사량 떨어져 동면상태
심장 멎더라도 응급처치땐 소생 가능



북대서양의 차가운 바닷물 속에서 구조대를 기다리는 영화 ‘타이타닉’의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왼쪽)와 널빤지에 올라탄 케이트 윈즐릿. 디캐프리오는 결국 저체온증으로 숨진다. 그러나 만약 윈즐릿과 번갈아 널빤지에 올라탔다면? 동아일보 자료 사진
“꼭 하나 부탁을 들어줘요. 살아남겠다고 약속해요. 약속해줘요, 로즈.”

처참하게 부서진 배에서 살아남은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는 파랗게 질린 입술로 케이트 윈즐릿에게 ‘살아남아 달라’고 부탁한다. 널빤지는 너무 약해 두 사람 모두 올라탈 수 없었다. 디캐프리오는 추운 바닷물 속에서 구조대를 기다렸다. 그는 저체온증으로 점점 의식을 잃다가 끝내 바닷속으로 가라앉는다.

영화 ‘타이타닉’의 한 장면이다. 그러나 케이트 윈즐릿이 혼자만 널빤지 위에 있지 말고, 디캐프리오와 번갈아 널빤지를 이용했더라면 영화 내용은 달라졌을지 모른다. 또 저체온 상태에서 심장박동이 멈춘 디캐프리오가 30∼40분 안에 구조대를 만나 적절한 응급소생술을 받았다면 살아났을 가능성이 있다.


36.5도의 정상체온인 사람은 심장이 멈춘 지 4∼5분 지나면 뇌손상이 발생하고, 10분이 지나면 뇌세포가 완전히 망가진다. 심장이 멈춘 순간을 의학용어로 ‘임상적 사망’이라고 하고, 이 후에 뇌세포까지 완전히 죽으면 ‘생물학적 사망’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추운 물속에 빠진 사람들은 다른 응급환자들에 비해 살아날 확률이 높다. 물이 체온을 낮추면서 마치 겨울잠을 자는 곰처럼 대사량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뇌가 손상되는 과정도 천천히 진행된다. 체온이 떨어진 상태에서는 임상적 사망에서 생물학적 사망으로 넘어가는 과정이 10분에서 40분 정도로 길어질 수도 있다. 사망했다고 지레짐작으로 포기하지 말고, 빨리 응급처치를 하거나 의료기관을 찾으면 살 가능성이 있다.

디캐프리오처럼 저체온증으로 심장이 멎었다면 구조대가 올 때까지 심장 마사지를 해줘야 한다. 환자 가슴 양쪽 젖꼭지 사이의 정중앙 흉골 부분을 찾는다. 양손을 포갠다. 더는 안 들어간다는 느낌이 들 때까지 힘껏 누른 뒤, 올라올 때는 손을 가슴에서 완전히 떼지는 말고 충분히 올라오게 한다. 분당 100회 정도로 빠르게 펌프처럼 눌러준다. 일반인도 충분히 할 수 있다.

응급환자를 살리기 위해 일부러 저체온으로 만드는 경우도 있다.

환자 몸을 저체온으로 만들면, 대사량이 떨어지면서 유해물질이 나오는 정도도 감소한다. 저체온을 유도하기 위해 우선 냉장고에 둔 생리식염수 2L를 정맥주사로 환자 몸에 넣는다. 이후 체온을 낮춰주는 기구를 이용해 32∼34도로 낮춘 뒤 전문적인 중환자치료를 실시한다. 가톨릭대 서울 성모병원이 1990년 후반 도입한 이후 길병원 전남대병원 등 여러 병원이 이용하고 있다. 이 방법으로 심장이 멈춘 환자의 생존율이 높아지고 있다.

(도움말 박규남 서울성모병원 응급의료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