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 산다, 응급 상식]<9>음독했을때
구토시키면 식도 다쳐… 119에 전화부터
인터넷 등에선 ‘음독자살 기도자에 대한 응급조치법’으로 △소금물을 타서 입에 넣는다 △물을 계속 먹이고 구토하게 한다△산성용액을 마셨을 때는 우유를 먹인다 등을 소개한다. 주로 구토를 시키는 방법이 많이 나온다.
하지만 최근 병원 응급실에선 효과적이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구토를 가급적 자제한다. 전문가들은 “독극물을 먹은 후 20분이 지나면 이미 위를 지나간 상태여서 구토를 하게 해도 잘 나오지 않는다”며 “물이나 우유를 강제로 많이 먹이면 독성이 체내에서 더 빨리 흡수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휘발유 같은 기름제, 염산(강산), 락스 세제(강알칼리)를 먹었을 경우, 구토를 하다 식도가 상할 수 있다. 위에 관을 꽂고 하는 위세척 방법도 줄어드는 추세다. 차라리 숯가루 등을 먹여 독성분에 흡착시켜 중화하는 방법을 자주 쓴다.
따라서 음독자살 기도자를 보면 일단 코나 입 근처에 묻은 약을 닦은 뒤 응급의료정보센터(1339)나 119구급대에 전화를 빨리 걸어 상담원에게 대처방법을 물어보면서 전문 의료진을 기다리는 편이 현명하다.
목격자가 해야 할 일은 또 있다. 주변에 떨어져 있는 알약이나 약 포장지, 약통 등을 의료진에게 건네줘야 한다. 자살 기도자는 대부분 신병을 비관해 술과 함께 독극물이나 다량의 수면제를 먹기 때문에 발견 당시 의식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의료진이 환자에게 문진을 할 수 없으므로 약봉지 등을 보고 무엇을 먹었는지 알아야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또 숨을 잘 쉴 수 있도록 고개를 옆으로 돌려준다. 독극물을 먹으면 의식을 잃으면서 목 근육에 힘이 떨어져 반듯이 누운 상태로 두면 숨을 쉬지 못한다.
(도움말 오범진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 음독자살 기도자를 발견했다면
―응급의료정보센터 1339나 119에 전화해 응급대를 부르고 조언을 구한다.
―의식을 잃어가는 음독자살 기도자에게 섣불리 물을 먹이지 않는다.
―휘발유나 강한 산성·알칼리성 용액을 먹은 사람에게 구토를 시키지 않는다.
―주변에 떨어진 약이나 독극물, 포장지 등이 병원 응급실에 전달될 수 있도록 한다.
―음독으로 목 근육의 긴장도가 떨어져 숨을 제대로 못 쉬면 고개를 옆으로 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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