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에 관하여 20선]<7>마거릿 켄트의 연애와 결혼의 원칙
《“사랑을 찾으면 오히려 더 찾아지지 않는다는 오랜 통념 따위는 잊어라. 장소와 방법만 알면 된다. 사교 모임에 한껏 차려입고 갔을 때는 전혀 소득이 없다가, 청바지와 티셔츠 차림으로 동네를 누빌 때 남자를 만나게 된 많은 여자들이 이런 믿음을 갖곤 한다. 그렇다. 불시의 만남도 있다. 다만 시각을 달리해야 한다는 얘기다. 사랑은 직접 찾아야 하고 찾을 수 있다. 우리 인생에 너무나 중요한 사랑을 뜻밖의 우연에만 맡겨둘 수는 없다.”》
‘남자 고르기’ 뜨겁게 계산하라
이 책은 딱딱한 제목 탓에 재미없는 연애 개론서를 연상시킨다. 그래서 좀 더 책의 내용에 어울리는 제목을 지어 본다면 이쯤 되지 않을까. ‘내게 잘 맞는 남자를 골라 청혼하게 만드는 A부터 Z까지.’ 이 책은 괜찮은 남자를 만날 확률을 높여주는 매력적인 옷차림부터 약혼반지 고르기까지 결혼 적령기 여성을 위한 맞춤 전략서다.
미국에서 세금전문 변호사와 데이트 코치로 활동 중인 저자는 이 책을 쓴 동기를 “남편인 로버트 파인슈라이버가 남자를 사로잡는 너만의 연애기술을 다른 여성에게도 적극 알려주라고 권유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각종 강연회에서 제시한 전략들이 백발백중에 가까운 성공률을 보였다고 주장한다. 1969년부터 1979년까지 자신의 강연에 참석한 독신여성 400여 명이 대부분 2년 내로 결혼했다는 것. 강의 내용을 12가지로 정리한 이 책도 ‘결혼 아니면 환불’이라는 홍보 문구를 내세웠는데 단 0.02%의 독자만 환불하는 성과를 거뒀다는 자평이다.
저자가 ‘구원’해야 할 대상은 단지 나이에 있어 결혼 적령기에 접어든 여성만은 아니다. 특히 도움이 절실한 독자는 이러한 사람들이다. 바람직한 배우자감은 무한정 나온다고 생각하면서 자신이 나이 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잊고 사는 낙천적인 여성, 전략까지 구사하며 내가 달라지기보다 남자들이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지나치게 자존심이 강한 여성, 어릴 적 사귄 남자들은 내 비위를 잘 맞춰 줬는데 요즘 남자들은 왜 이렇게 소극적이 됐느냐며 투덜거리는 여성 등이다. 이들에게 저자는 눈물이 찔끔 나도록 따끔하게 충고한다. “이렇게 죽치고 기다리다간 죽은 생선과 해초밖에 건질 게 없을 것”이라고.
일단 결혼할 남자를 고르는 것은 해병대원 선출보다 더 까다로워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그는 “뜨겁게 계산하라”고 말한다. 연애는 감성의 영역이지만 누군가를 결혼 상대로 받아들일 땐 머리와 마음을 동시에 써야 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남자가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기 위해 성격, 인생철학, 경제관념, 가정관, 성충동 등의 질문지로 구성된 ‘늑대 면접법’을 제시한다.
남자의 얘기를 들어주는 순간에도 여자는 자신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구사해야 한다. 대화에 빠져 이야기가 여자 위주로 흐르는 것은 금물이다. 특히 남자의 동정심을 유발하기 위해 신체적, 정신적 콤플렉스를 털어놓으며 스스로를 불행한 여자로 만드는 것도 피해야 한다. 저자가 거듭 강조하는 점은 바로 “남자들은 자신을 특별한 존재로 여겨 얘기를 경청하는 여자에게 무조건 끌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사랑이 깊어지는 침실 매너까지 세세하게 알려주는 친절함 때문에 이 책은 불편한 웃음을 유발한다. 대체 결혼이 무엇이기에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매뉴얼은 한 번쯤 실행해 볼 만하다고 느낄 정도로 설득력 있다. 오직 결혼을 목적으로 이 책을 읽은 독자도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관계의 기술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다. 남녀관계는 다양한 인간관계의 출발점이자 바탕이기 때문이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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