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유럽에 다시 기독교를 전하기 위해‘교회개척 학교’설립을 준비하는 최종상 선교사는“한국교회의 열정과 헌신을 통해 자신감을 잃은 유럽교회에 새 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다”고 말했다./최순호 기자 choish@chosun.com
'한국식 교회개척 학교'로 再복음화 나선 최종상 선교사
"기독교 선교 앞장선 유럽교회·교인·성직자 확 줄어
한국교회의 열정·헌신 신선한 충격 던질 것"
"지금 유럽 교회는 교회와 교인·성직자 숫자가 동시에 급감하고 있습니다. 열성도, 자신감도 상실한 유럽의 재(再)복음화가 절실한 때입니다. 저는 한국교회가 유럽 재복음화에 훌륭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쇠락(衰落)한 유럽교회를 다시 부흥시키는 데 한국교회가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기독교 선교의 주역이었던 지역에 거꾸로 복음을 전하자는 다소 파격적인 주장을 펴는 주인공은 아시아인으로 처음 세계적 선박 선교단인 '둘로스'선(船) 단장(2004~2009)을 지낸 최종상(58) 선교사이다. 그는 단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세계 각국 선교사 350명이 탄 둘로스호를 이끌고 55개국 92개 항구를 돌면서 선교활동을 폈다. 런던신학대 박사인 그는 1997~2004년 런던 근교에서 영국인 교회를 개척한 경험도 있다.
기독교 선교는 서유럽과 미국에서 제3세계로 이뤄져 왔다. 피부색이 옅은 데서 짙은 쪽으로 향하는 방향이었다. 그 흐름을 역류하려는 주장의 배경에는 유럽교회의 심각한 상황이 깔려 있다. 영국의 경우 2001년 인구조사에서 72%가 기독교인이라고 대답했지만, 교회에 나가지 않는다는 응답도 66%에 이른다. 1980년부터 30년 동안 문 닫은 교회가 9000개에 이른다. 1975년 1만5900여명이던 성공회 성직자가 2009년엔 8400여명으로 줄었다. 교회 건물이 이슬람 사원으로 바뀌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최 선교사가 제시하는 대안은 '한국식 교회개척 학교'이다. "현재 유럽교회에 가장 필요한 것은 열정과 헌신입니다. 한국교회는 그것을 줄 수 있습니다. 한국이 세계 2위 선교사 파송국이지만 전방만 보고 달리다 후방이 뚫리면 안 되지요."
최 선교사는 영국인 교회를 개척할 당시 자신의 경험을 들었다. 영국인들은 주일성수(主日聖守)에 대한 의무감이 강하지 않았다. 휴가를 떠나면 금요일 오후에 출발해 그 다음 주 일요일 저녁에 돌아오기 때문에 주일예배를 두 번 빠지게 되는데 이를 당연시 했다. 그런데 최 선교사가 주일 예배를 드리고 휴가를 갔다가 토요일에 돌아와 다음날 예배를 인도했더니 영국 교인들이 따라 하는 경우가 생겼다.
"한국교회가 문제가 많다고는 하지만 아직 열정과 헌신이 넘칩니다. 교회 개척에 대한 열기도 뜨겁고요. 이런 열정을 보여준다면 유럽교회에 다시 부흥의 기운이 일어날 것으로 봅니다."
그는 내년 9월 영국인 목회자 20명 정도를 학생으로 받아 1년 과정으로 '교회개척 학교'를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한국 목회자의 초청강의를 통해 교회 개척에 대한 동기 유발과 자신감을 심어주고, 설교와 전도·상담·제자훈련 방법을 지도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교육받은 이들이 각지에서 교회를 개척함으로써 영국 사회에 충격과 관심을 모으고 부흥의 불씨를 되살린다는 구상이다. "복음을 접하지 않은 곳보다 무관심해진 유럽의 재복음화가 오히려 더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는 더 훌륭한 역량을 가지고 있습니다. 영적(靈的) 성숙도, 국가경제력도 충분합니다."
"성공 가능성보다 하나님 나라에 무엇이 요긴한가를 생각한다"는 최종상 선교사는 "하나님은 넉넉하게 주시지도, 미리 주시지도 않지만 꼭 알맞게 준비해 주시더라"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