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의교회(담임목사 오정현)가 2012년 완공을 목표로 새 예배당 건축에 시동을 걸었다. 서울 서초역 부근 대법원 맞은편에 있는 2278평의 부지를 1174억 원에 매입했다. 예상 공사비 약 900억 원을 포함해 총 2100억 원 이상의 초대형 공사다.
예배당 명칭은 '사랑 글로벌 미니스트리 센터(Sarang Global Ministry Center)'. 지상 12층 규모다. 더 높이 짓고 싶어도 부지 맞은편에 대법원이 있어서 70m 이상의 건물은 지을 수 없다. 6000명이 모일 수 있는 예배실은 지하에 짓는다. 현재 사용 중인 강남역 부근의 예배당과 땅은 팔지 않는다.
사랑의교회는 11월 15일, 22일을 '건축 헌금 약정 주일'로 정하고, 교인들이 헌금을 약정하도록 했다. 1000억 원을 모은다는 계획이었지만 1300억 원이 넘는 금액이 약정됐다. 교회 측은 전체 교인의 95%가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사랑의교회 "건축은 불가피"
교회 측은 교인 수와 사역의 규모를 볼 때 지금 예배당이 너무 작다는 것을 건축 이유로 내세웠다. 지금 예배당은 등록 교인이 800여 명 정도였던 1985년에 건축했다. 24년이 지난 현재는 등록 교인이 8만여 명, 출석 교인은 4만 5000여 명이다. 김학준 목사(청년부)는 "주일 오전 10시와 오후 2시 사이에 2만여 명 정도가 교회 건물 안에서 움직인다. 지금까지 단 한 건의 사고도 없었던 것은 기적"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이유로 다음 세대를 준비하는 사역을 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교육 공간이 부족해서 주일학교 학생들과 청년들을 제대로 교육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오정현 목사는 11월 29일 주일 설교에서 "세대로 이어지는 믿음의 바통 터치를 위해서 건축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밖에도 많은 차량과 인파 때문에 생기는 주민들의 불만도 주요 이유라고 주장했다.
사랑의교회 측은 건축이 교회 내부적인 필요를 위해서만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오정현 목사는 건축 헌금 안내서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랑의교회는 민족과 열방을 섬기기 위한 시대적인 사명이 있다. … 주님께서 주신 이 소명을 따라 기도하면서 우리는 현재 공간의 한계성을 뛰어 넘어, 건축이라는 비전을 품게 되었다."
옥한흠 원로목사도 건축 헌금을 독려하는 영상 메시지에서 건축이 다른 교회를 섬기기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호소했다. 옥 목사는 제자 훈련을 국제화시키려면 그에 걸맞은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했다.
제자 훈련하는 교회의 저력?
|
사랑의교회 측은 건축 결정과 1300억 원 이상의 헌금 약정이 '하나님이 주신 소명', '제자 훈련하는 교회의 헌신의 저력'이 나타난 결과로 해석했다. 그러나 사랑의교회 교인 모두가 이런 해석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예배당 건축이 '하나님의 허락하신 일'이 아니라 사랑의교회가 추구해 온 '한 사람 철학'이 변질되면서 생긴 자연스러운 선택이라는 지적이 있다. 네이버 블로그에서 건축 반대 주장을 폈던 사랑의교회 교인 김경수 씨(가명?35)는 "예전에는 한 사람을 온전한 그리스도의 제자로 세워서 세상을 바꾸자는 것이 교회의 코드였지만, 지금 추구하는 것은 운동(movement)이다. 한 사람을 키우는 일에는 건물이 중요하지 않지만, 대규모 인원을 대상으로 하는 운동은 건물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사랑의교회 설립 초기부터 옥한흠 원로목사와 동역한 ㅎ 장로도 교회의 사역 방향이 변했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는 "옥한흠 목사 때 이미 한 사람 철학은 물 건너갔다. 옥한흠 목사가 사임할 즈음에도 교인이 너무 많았다. 한 사람 철학으로 교회를 유지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이벤트와 운동을 가미해서 이끌어가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건축을 결정한 과정이 정당하지 않다는 비판도 있다. 사랑의교회는 건축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공동의회나 교인 총회를 열어서 전체 교인들의 의견을 묻는 절차를 밟지 않았다. 건축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도 토지 매매 계약이 끝난 뒤에 교인들에게 알렸다. 교인들이 건축에 대해 알 수 있는 정보가 없었다.
이에 대해 어느 교인은 교회 게시판에 "장로를 선임하는 데도 교인들의 동의 절차를 거치는데 왜 교회 건축이라는 중대 사안에는 그런 절차가 없는가. '건축 헌금 작정'이라는 형식을 통해 고스란히 그 부담을 교인들에게 안기고 있는데, 그러려면 적어도 사전에 교인들의 의견을 묻는 절차가 필요하지 않았나"라고 했다.
교인 수평 이동을 우려하는 교인들도 있다. 어느 교인은 예배당 공간이 커지면 중소형 교회 교인들의 수평 이동이 많아진다는 이유로 건축을 반대했다. 이웃이면서 형제인 중소형 교회의 몰락을 유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전 예정지 주변의 교회 대부분은 겉으로는 교인 수평 이동에 대해 '걱정 없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어쩔 수 없지 않나' 하는 체념에 가까웠다. ㅅ교회 ㅊ 목사는 교인의 수평 이동을 예상하면서, "현재 한국교회가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이는 상황이니 사랑의교회를 비난하기보다는 이런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사랑의교회는 '메가처치'의 전형
|
사랑의교회의 대규모 예배당 건축을 비판하는 이들은 이번 건축이 특정한 한 교회에 국한된 일이 아니라 한국교회 전체에 파장을 일으키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한국교회에서 사랑의교회가 차지하는 비중이 남다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박용규 교수(총신대 신대원)는 "사랑의교회가 진정한 나눔, 분립을 실천하는 롤 모델로 자리 잡을 때 한국교회와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그 결과 한국교회의 미래는 환하게 밝을 것이다"고 했다.
그러나 미래가 그렇게 밝아 보이지 않는다. 예배당 건축 결정으로 사랑의교회가 또 하나의 '메가처치'일 뿐이라는 평가가 내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경석 목사(서울조선족교회)는 한국교회의 신뢰도가 땅에 떨어진 상황에서 사랑의교회가 더 큰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서 목사는 "사랑의교회도 메가처치 신드롬에 빠져 있음을 정직하게 인정하고, 이 죄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쳐야 하지 않을까?"라고 했다.
<메가처치 논박>의 저자 신광은 목사(열음터교회)도 사랑의교회가 메가처치 현상에 사로잡힌 한국교회의 한 전형을 보여준다고 했다. 신 목사는 "거대한 규모를 유지하고 관리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적이고 소프트웨어적인 필요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교회당은 그 대표적인 예에 불과하다"고 했다.
'好學의 時事 > [교회소식]본이 되는 교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설날엔 고향 교회를 찾아주세요… 도농 한마음예배는 또다른 선교 (0) | 2010.02.07 |
---|---|
[객원칼럼] 이단과 정통교리 (0) | 2009.12.29 |
각 교단 요약 (0) | 2009.06.25 |
“세계 선교사 2030년까지 46만명 필요” (0) | 2009.06.25 |
기독인 40% “자녀 위해 모두 희생안해” (0) | 2009.06.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