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838>
辭는 達而已矣니라
공자는 ‘논어’ ‘衛靈公(위령공)’의 이 章에서 그점을 말했다. 辭에 대해 일본의 오규 소라이와 조선의 정약용은 大夫가 사명을 띠고 외국에 나가 專對(전대)할 때의 辭令(사령)을 가리킨다고 보았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자는 辭를 문장과 언어의 뜻으로 넓게 이해했다. 達은 意志(의지)를 상대에게 충분히 通達(통달)하게 함이다. 而已矣는 ‘∼일 따름이다’로, 제한과 단정의 어조를 지닌다.
‘辭達而已矣’에서 한문 문장의 미학 원리인 辭達이란 개념이 나왔다. 辭達은 巧言令色(교언영색)이나 誇張粉飾과는 달리 언어표현에서 簡易(간이)함을 추구하는 것을 가리킨다. 그런데 辭達은 修辭(수사)와 모순되지 않는다. 修辭는 본래 ‘주역’ 乾卦(건괘) ‘文言傳(문언전)’의 ‘修辭立其誠(수사입기성)’이란 구절에서 나왔다. 북송의 程顥(정호)는 ‘言辭를 닦고 성찰한다면 곧 誠의 경지를 세울 수 있다’고 풀이했다. 종래의 학자들은 ‘문언전’을 공자의 저술로 간주하여 공자가 修辭를 중시했다고 보았다.
또 ‘춘추좌씨전’ 襄公(양공) 25년의 기록에는 ‘말은 꾸미지 않으면 오래 효력을 갖지 못한다(言之不文, 行之不遠)’는 말이 있는데 이 역시 공자의 말로 간주돼 왔다. 공자는 ‘文質彬彬(문질빈빈)’을 군자의 이상으로 삼았기에 言辭에서도 내용과 형식의 조화를 존중했을 것이다. ‘춘추’의 역사기록은 微言(미언)을 통해 서술자의 판단을 공적 평가로 부각시키는 修辭法을 활용했다. 우리도 辭達이면 된다고 강변하면서 거칠고 건조한 言辭로 만족해서는 안 될 것이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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