好學의 漢字文學/[생활한자]

[한자 이야기]<837>

好學 2010. 2. 27. 18:36

 


[한자 이야기]<837>

 

 

道不同이면 不相爲謀니라




근대 이전의 유학자들은 異端(이단)을 排斥(배척)한다는 이유로 불교를 비판하고 같은 유학 내에서도 陽明學을 비난하는 한편, 주자의 경전 해석과는 다른 설을 주장하면 斯文亂賊(사문난적)이라고 공격했다. 그때 권위적 논거로 사용한 고전어 가운데 하나가 ‘논어’ ‘衛靈公(위령공)’의 이 章이다. 道不同은 지향하는 이념이 같지 않거나 말미암아 나아가는 길이 같지 않다는 말이다. 不相爲謀는 서로 상담하여 일을 이루려 해도 이룰 수 없다는 말이다.

道不同에 대해 주자는 善과 惡, 正과 邪의 다름을 가리킨다고 보았다. 지나친 이분법인 듯하다. 정약용은 不同이란 선왕의 도로 말미암아 나아간다고 해도 王道를 추구하지 않고 覇道(패도)를 섞는 것이나 궁벽한 이치를 찾아내어 괴이한 행동을 하는 索隱行怪(색은행괴)로 빠진 것을 가리킨다고 이해했다. 극단적 이분법을 극복했다고 할 수 있다. 단, 이 章은 覇道를 추구하는 군주나 索隱行怪를 일삼는 은둔자를 배격하는 闢異端(벽이단)의 강령을 말한 것이 아니라 그런 사람에게 본심을 숨기고 겉으로 동조하는 척하지 않는 誠實과 正直의 태도를 강조한 듯하다.

‘위령공’의 첫 장에서 위나라 靈公(영공)이 공자에게 陣法(진법)을 묻자 공자는 ‘예법에 관한 일은 일찍이 들었습니다만 군사에 관한 일은 배운 적이 없습니다’라 하고는 다음 날 마침내 떠났다고 했다. 영공은 晉(진)나라에 원한을 갚을 생각에서 진법에 대해 자문했으나 공자는 답변을 회피하고 예법의 일은 알고 있다고 말하여 영공의 無道함을 諷刺한 것이다. 그리고 공자는 아무리 좋은 계책이 있더라도 그것을 시행할 인물의 됨됨이와 그것을 실현할 시기의 適否(적부)를 살펴서 건의했다. 이 章의 뜻이 그것과 통한다. 종교와 사상이 다르면 무조건 배척해야 한다는 뜻으로 이 章을 풀이한다면 善讀者라 하기 어렵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