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836>
有敎면 無類니라
가르침이 있으면 종류가 없다.
無類의 類에 대해서 한나라의 馬融(마융)은 種族(종족)의 부류로 보았다. 주자는 氣習(기습)의 차이에 따른 善惡의 부류로 보고 “사람의 본성은 모두 선하지만 그 類에는 선과 악의 다름이 있으므로 가르치면 누구나 본성이 회복되어 惡의 부류를 다시 논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라고 했다. 정약용은 인간을 선악으로 양분하는 것은 인성의 특성상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하고 中華(중화)와 夷狄(이적)이라는 種族의 부류나 百官과 萬民이라는 貴賤(귀천)의 구별로 보았다. 여러 설을 참조해서 無類는 身分이나 氣習의 高下를 따지지 않았다는 뜻으로 풀이하면 좋을 것이다.
1960년대 중국 문화대혁명의 이데올로그였던 趙紀彬(조기빈)은 有敎無類를 ‘疆域(강역) 내의 民을 모두 동원하지, 族姓(족성)을 구분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풀이했다. 有는 ‘域’으로 볼 수 있지만 有敎를 ‘域敎’로 볼 근거는 없다. 또 조기빈은 誨(회)란 글자만 ‘가르친다’의 뜻이라고 했지만 敎는 敎令을 반포해서 敎化한다는 말로도 쓰였으므로 그것에서부터 ‘가르친다’의 뜻으로 轉化(전화)할 수 있었다.
‘述而(술이)’에서 공자는 ‘自行束脩以上(자행속수이상)은 吾未嘗無誨焉(오미상무회언)이로다’라고 했다. ‘포 한 속 이상을 가지고 와서 執贄(집지)의 예를 갖춘 자에게는 내가 일찍이 가르쳐 주지 않은 적이 없었다’는 뜻이니 배우러 오는 이들의 身分이나 氣質의 高下를 따지지 않고 균등하게 가르침을 베풀었음을 알 수 있다. 공자는 제자가 3000명에 高弟만 70명이었다. 처음 강단에 섰을 때와는 달리 그 숫자는 내게 무척 많은 점을 생각하게 만든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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