好學의 健康/(예방치료)민간요법

산삼이야기

好學 2009. 4. 1. 23:30

 

 

그가.. 심마니 생활을 한지 15년 만에 650년 묵은 산삼을 캐게 되었는데(요즘이 아니라 예전에 말이다), 그가 그 엄청난 산삼을 캐자마자  그 소문이 천리를 달렸고, 지금은 작고한 모재벌기업 총수가 찾아와 앉은 자리에서 3시간 30분 동안 그 삼이 입안에서 물이 될 때까지 씹어 잡숫고 가셨다는 얘기다. 당시 그 재벌 총수가 내가 간 돈은 7천8백만원. 당시 은마아파트 분양가가 대략 2천만원이었고, 대졸자 월급이 30만원 정도였다고 하니. 꺽.

그런데 같은 해, 같은 달, 모방송사에서 ‘150일간의 현장 추적, 산삼의 두 얼굴’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방송하였다. 제작진은 천종산삼이 발견됐다는 기사들에 대한 현장 추적을 시도했는데 그 결과가 충격적이었다. 수백만원짜리 씨장뇌삼을 모은 후 가짜 심마니(일명 바지)를 내세워 억대가 넘는 천종산삼으로 둔갑시킨 경우가 대부분이었단다. 제작진은 또 몇 달에 걸쳐 천종산삼을 실제 봤거나 캐본 심마니를 찾아다녔지만 만날 수 없었다. 산삼 감정인이나 중간 상인들이 우기면 그것이 바로 산삼의 나이가 되었다고 전했다.

국산둔갑 중국산 장뇌삼 납품 영농조합법인 대표 구속(강원일보, 2006.12), 중국산 장뇌삼 국산둔갑 500배 폭리(MBC뉴스 2006.4), 노인들 상대로 가짜 장뇌삼 팔아 폭리(SBS 뉴스, 2004.8), 유통 산삼 95%가 가짜(동아일보, 2001.12). 이 문구들은 가짜 산삼 소동을 일으킨 몇몇 사기 사건들의 기사제목이다.

이렇듯 가짜 산삼에 관한 보도는 참으로 흔하다. 산삼이야말로 정말 사기 치기에 딱 좋은 재료이기 때문이다. 일단 캐내어 뿌리만 놓고 보면 어디서 자란 것인지, 얼마나 오래된 것인지, 과연 효과가 어느 정도일지에 대해서 그 누구도 뚜렷하게 확언할 수 없다.

산삼은 그저 돈 많은 사람들의 전유물, 신비로움의 대상으로만 여겨져 일반인들은 접할 수도 없는 물건이고, 따라서 산삼은 상식 밖, 관심 밖에 있다. 필자의 지인이 어떤 건강식품 판매업자로부터 장뇌삼에 대한 설명을 들은 적이 있는데, 그 업자 왈, “이 삼을 먹으면 장과 뇌가 좋아진다”고 했다면서 정말 장뇌삼 이름이 그래서 붙여진 거냐고 물었다. 참으로 어이가 없는 설명이었다.

우선 우리가 흔히 듣는 산삼, 장뇌삼, 인삼이 무엇인지 개념부터 잡아보자.

원래 삼(蔘) 앞에 굳이 산(山)자를 붙일 필요가 없었다. 어차피 다 산에서 나는데 굳이 산삼이라 이름 붙일 이유가 뭐 있겠는가. 그런데 조선시대 이후 왕실에 공납하는 규모가 커지고, 또 중국으로의 수출량도 점점 증가하게 되었다. 그 귀한 삼이 어찌 산에서 대량으로 마구 쏟아지겠는가. 조선 팔도를 다 뒤져 삼을 캐내도 감당이 안되니 백성들의 시름이 깊어질 수 밖에.

결국 사람들은 삼의 씨를 받아 산에 뿌리거나, 어린 삼을 산에다 이식하여 산삼을 만들어내는 시도를 하였다. 이것이 바로 산양삼(山養蔘)이다. ‘산에서 키운 삼’이라는 뜻이다. 또  산에서 한걸음 더 내려와 밭에 심어서 키우기도 했다. 이렇게 자연산이 아닌 재배해서 키운 것을 집에서 키운 삼, 즉 가삼(家蔘)이라 하였다. 당시 가삼은 가짜 삼이라 하여 자연산삼에 끼워서 공납했다가 발각되면 혼줄이 나기도 했었다. 그러나 산양삼이든, 가삼이든 다만 그것이 자연산이 아닐 뿐이지 가짜 삼인 건 아니다. 요즘 우리가 흔히 접하는 삼은 대부분 밭에서 키워진 가삼(家蔘)이기에 이를 지칭할 때에 삼의 대명사인 인삼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다. 사실 인삼(人蔘)은 삼의 모양이 사람을 닮아서 붙여진 별명일 뿐이다.

산삼 중에서 최고로 쳐주는 것이 바로 천종(天種) 산삼이다. 자연 상태 그대로 산삼의 씨가 산에 떨어져 자라난 삼을 말한다. 한편 천종의 씨를 새가 주워 먹고 배설해서 자라게 된 삼은 지종(地種)이라 하고, 사람이 천종삼의 씨를 산에 심어서 자란 삼을 인종(人種)이라 한다. 그러나 이를 알 길이 있는가. 자연적으로 씨가 떨어진 건지, 새가 씨를 옮긴 건지, 우리 조상 중 누군가가 씨를 뿌렸던 것인지, 이미 성체가 된 삼에게 물은 들 대답이나 하는가. 모양을 봐서도, 맛을 봐서도 결코 그것의 천지인을 구분 할 수 없다고 산삼감별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렇다면 장뇌삼이란 또 무엇인가? 산삼, 산양삼, 가삼 등의 명칭은 자란 곳이 어디였는가, 또 자연산인가 재배한 것인가에 따른 구분이다. 장뇌삼(長腦蔘)은 말 그대로 삼의 뇌두(혹은 노두)가 긴 삼을 말한다. 즉 삼의 모양에 관한 구분일 따름이다. 자연산이건 재배한 것이건 뇌두가 길면 장뇌삼이다. 즉 산삼도 장뇌삼일 수 있다는 말이고, 장뇌삼은 산삼이 아니라는 말도 아니다. 그러나 통상적으로 장뇌삼이라 일컬을 때는 산에 뿌려 재배하는 산양삼 중에서 그 재배기법 상 인위적으로 복토 작업을 하여 뇌두의 크기를 키운 삼을 말한다. 뇌두를 키우는 이유는 뇌두가 길 수록 오래된 삼이라는 인식이 퍼져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브랜드 중의 하나가 바로 고려인삼 아니던가. 고려인삼은 문광부가 선정한 '한국문화상징 Best 10'에 포함되어 있고, 산자부가 선정한 '세계 일류상품'에도 포함되어 있다. 고려인삼은 조선시대 이후부터 왕실과 국가의 재산을 불려주던 효자 품목이었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로 이 고려인삼은 값싼 서양삼과 중국삼에 밀려 세계 인삼시장에서의 우위를 점점 잃고 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인삼의 원형인 산삼에 대해서 어느 정도의 상식은 갖고, 외국인을 대할 때 우리 삼을 자랑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더군다나 소위 인삼의 종주국임을 자처하는 곳에서 ‘가짜 산삼’이 조직적으로 만들어지고 있다니 이얼마나 수치스러운 일인가.

같은 동양삼(Panax Ginseng. C.A. Meyer)이라도 고려인삼은 중국산과는 그 약효에 있어 차원이 달랐다. 이는 중국의 고대문헌에서도 여러 차례 언급되고 있다. 이는 우리의 풍토와 지형이 삼이 그 약효를 담고 있기에 최적이었다는 뜻이다. 자연산삼의 생태를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최대한 자연스럽게 삼을 재배하는 작업을 국가차원에서 적극 장려해야 하지 않겠는가. 

일제시대의 수탈과 벌목, 그리고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자연산삼은 거의 씨가 말랐는지도 모른다. 그리고는 뜻도 모를 천종산삼 광풍에 수천, 수억원짜리 사기극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이제는 산삼에 가려진 신비를 볼모로 한 사기극은 사라져야 한다. 출처를 모를 천종산삼의 신비를 좇아 하늘만 바라보기 보다는 삼이 가지고 있는 사실을 땅으로 내려야 한다.
자연삼이 아닌 재배삼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했지만 결국은 현명한 선택이었다. 조선 정조 이후에는 재배삼을 인정한 뒤 ‘홍삼’이라는 또 다른 형태의 상품이 개발되어 중국과의 교역량을 극대화시키기도 하였다.

이제라도 산삼에 대한 인식도 바로 갖고, 삼을 더욱 연구하고, 또 삼을 키워내는 재배 노하우도 지속적으로 계발하면 다양한 형태의 삼 제품이 만들어질 것이다. 가짜 산삼으로 구겨진 우리의 자존심을 펴고, 다시금 고려인삼의 명예를 드높이는 그날을 기대해본다.

 

 

글.  이재성 박사   http://www.leejsung.com/t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