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로역정 2부 9 - John Bunyan
그때 나는 꿈속에서 노인이 내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동안
그 스스로 이야기에 빨려 들어가 감동하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았다.
그는 계속해서 말했다.
"그리하여 크리스티아나는 아이들을 불러놓고 이렇게 말했소.
'나의 아이들아, 너희들은 이미 알고 있겠지만
최근에 나는 너희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보았다.
그것은 너희 아버지가 행복하게 계실는지에 대해 염려해서가 아니라
지금 잘 계신 데 대해 만족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또한 지금 나와 너희들이 당하고 있는 처지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 보았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지금 우리의 처지는 본래가 비참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게다가 아버지가 고민에 빠져 있을 때
내가 취했던 태도들이 여간 양심에 무거운 짐이 되질 않는다.
나는 나 자신만이 동행하기를 거부했던 것이 아니라
내 마음과 너희들 마음을 아울러 돌처럼 단단하게 만들고는
아버지와 함께 순례의 길에 오르길 거절했단 말이다.
어젯밤에 내가 꿈을 꾸지 않고,
오늘 아침 이 손님이 용기를 주지 않았더라면
나는 이런 생각들로 말미암아 틀림없이 죽고 말았을 것이다.
얘들아, 당장에 짐을 싸서 하늘나라로 인도한다는 그 좁은 문으로 가자.
가서 아버지를 만나고 그곳의 율법에 따라 평화스럽게 살고 계신
아버지와 그의 동료들 가운데서 우리도 평화스럽게 살자.'
어머니의 마음이 그렇게 기울어진 것을 보고 아이들은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오.
그때 방문객은 그들에게 작별을 고했고, 그들은 곧 여행을 떠날 준비를 시작했소.
그런데 그들이 막 떠나려 할 때,
크리스티아나의 이웃에 살고 있던 두 부인이 집으로 찾아와 문을 두드렸소.
그녀는 그들에게도 아까처럼 말했소.
'하나님의 이름으로 오신 분이거든 들어오세요.'
이 말을 듣고 두 여인은 어리둥절했소.
그런 말을 들어본 적도 없거니와 크리스티아나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리라고는 미처 생각도 못했기 때문이었소.
하여튼 그들은 들어왔소.
그런데 들어와 보니 그 착한 여인이 집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더란 말이오.
그래서 그들이 물었소.
'아니, 이게 웬일입니까?"
크리스티아나는 두 사람 가운데 연장자인 '겁쟁이' 부인에게 대답했소.
'나는 여행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 중이랍니다.'라고 말이오."
(이 겁쟁이 부인은 '고생길 언덕'에서 크리스찬을 만나
사자들이 무서우니 돌아가는 게 좋다고 말하던 바로 그 자의 딸이었다.)
겁쟁이 부인 : 무슨 여행인데요?
크리스티아나 : 착한 제 남편을 따라가는 거예요.
이렇게 말하면서 그녀는 흐느껴 울기 시작했소.
겁쟁이 부인 : 부인, 그런 무모한 짓은 하지 않는 게 좋겠군요.
아이들 생각을 해서라도 그렇게 자신을 내버려서는 안 되지요.
크리스티아나 : 아닙니다. 우리 아이들도 나와 함께 갈 것입니다.
어느 아이도 남아 있지 않겠답니다.
겁쟁이 부인 : 당신의 마음속에 누가 이런 생각을 심어놨는지 정말 모르겠군요.
크리스티아나 : 오, 부인. 당신도 내가 아는 것만큼만 안다면
반드시 나와 함께 동행 하려고 하실 겁니다.
겁쟁이 부인 : 친구들도 버리고 아무도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그런 곳으로 떠나겠다는 생각을 갖게 한 그 새 지식이라는 게 도대체 뭐죠?
크리스티아나는 이렇게 대답했소.
'남편이 내 곁을 떠나자,
특히 그가 강을 건너간 이후로 나는 마음이 몹시 아팠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내 마음을 괴롭힌 것은 그이가 괴로워하고 있을 때
내가 인색하게 대해준 일에 대한 생각이었습니다.
게다가 지금의 내 괴로움은 그때 그이의 괴로움과 다를 게 없어요.
순례의 길을 떠나지 않고는 그 어떤 것도 내게 도움이 되지 못할 겁니다.
어젯밤에 꿈을 꾸었는데 꿈속에서 남편을 봤습니다.
아, 내 영혼은 그이와 더불어 함께 있었습니다.
그이는 그 나라의 왕과 함께 식탁에 마주앉아
먹고 마시며 영생자들과 어울리고 있었지요.
그이가 지금 살고 있는 집은 얼마나 웅장하고 화려한지
내 생각에 이 땅 위에 있는 그 어떤 훌륭한 궁전도
그 집에 비하면 쓰레기통 같을 겁니다.
또한 그곳의 왕자께서 만약 나도 그곳으로 오겠다면
받아들이겠다는 약속을 전해 오셨지요.
그 심부름꾼이 조금 전만 해도 여기 있었는데
나를 초대하는 내용이 적혀 있는 편지를 주고 갔답니다.'
그러면서 그녀는 편지를 꺼내서 그들에게 읽어주고는 말했소.
'당신들은 이걸 어떻게 생각하세요?"
겁쟁이 부인 : 오, 그런 어려운 일을 하려고 들다니,
당신 내외는 모두 정신이 나갔군요.
댁의 남편이 길을 떠난 첫발부터 어떤 곤경에 처했었는지 들어서 알고 있겠죠?
우리 이웃인 고집불통이 아직까지도 증언하고 있으니까요.
처음엔 그도 온순함과 함께 댁의 남편을 따라갔지만
무서워서 더 이상 갈 수 없는 곳에 이르자 현명하게 되돌아왔지요.
우리는 댁의 남편이 어떻게 사자와 마주쳤으며,
아폴리온과 죽음의 그늘 계곡과 그 밖의 온갖 곤경들을
어떻게 만나게 됐는지 귀가 아프게 들어왔습니다.
그가 허영의 시장에서 당한 고난은 당신도 잊을 수 없을 겁니다.
그가 남자인데도 그렇게 견디기가 어려웠는데 하물며
연약한 아녀자의 몸으로 어떻게 그런 일을 감당하겠다는 겁니까?
게다가 이 귀여운 네 아이들은 댁의 자녀,
즉 댁의 살과 뼈라는 점을 생각하셔야지요.
그러므로 댁의 몸뚱이 하나야 설혹 무모하게 내던질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댁의 몸에서 나온 아이들을 위한다면 그냥 집에 머물러 있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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