好學의 교육 3/(국어사전)國語辭典

표준 발음과 사투리

好學 2012. 4. 18. 20:49

 

표준 발음과 사투리

 

 

# 육식으로는 쇠고기 안심밖에 못 먹는다는 내숭녀와 마주 앉은 작업남. 베르디의 오페라 `나부코` 중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 선율이 은은한 실내 조명을 타고 흐른다.

때를 놓칠세라 날리는 멘트. "이 곡(曲)이 무슨 곡인지 아세요?" 한참을 주뼛거리던 내숭녀가 살포시 접시를 주시하며 반문한다. "이 고기, 쇠고기 아닌가요?" 오래전 회자된 우스갯소리지만 발음과 관련해 여하간 일어날 수 있는 해프닝이다.

1988년 고시 표준발음법은 총 7장 30항으로 세세하다. 말글살이를 하면서 혼란을 겪는 발음 사례 몇 개를 엿보자.

관건, 효과의 표준 발음은 `관건, 효과`이지만 `관껀, 효꽈`로 말하는 된소리 경향을 주위에서 자주 보고 듣는다. 아무래도 각박해지는 세태를 반영해 자장면을 `짜장면`, 소주를 `쏘주`, 진하게를 `찐하게`로 말하는 것과 관련이 있는 듯하다.

두 가지로 발음할 수 있는 것들도 있다. `맛있다, 멋있다`는 15항 규정에 따라 `마딛따, 머딛따`로 발음하는 게 원칙이지만 `마싣따, 머싣따`로 해도 된다.

22항은 `피어, 되어`와 같은 용언의 어미는 `피어, 되어`로 발음함을 원칙으로 하되 `피여, 되여`로 발음해도 좋다고 규정한다. `이오, 아니오`도 이에 준하여 `이요, 아니요`로 소리낼 수 있다.

불고기는 `불고기`가 표준 발음인데 왜 물고기는 `물꼬기`로 발음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28항이 해명한다.

표기상으로는 사이시옷이 없더라도 관형격 기능을 지니는 사이시옷이 있어야 할 합성어일 때는 뒤 단어의 첫소리 `ㄱ, ㄷ, ㅂ, ㅅ, ㅈ`을 된소리로 말한다. 강-가(강까), 그믐-달(그믐딸), 발-바닥(발빠닥), 산-새(산쌔), 술-잔(술짠)이 사례다.

요즘 같은 쌀쌀한 늦가을을 지내며 "살살하다"고 말하는 경상도 사람이나 급하게를 "그바게", 약하게를 "야가게"로 말하는 전라도 사람은 모두 남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거다.